
[성묘와 벌초는 조상숭배의 증거]
지난 9월. 민족의 명절 추석을 맞아 성묘와 벌초를 위하여 조상의 묘소가 있는 산을 찾는 수 많은 인파와 잘 다듬어진 분묘를 보면서 조상을 극진히 섬기는 모습에 절로 마음이 흐뭇했다. 그러나 지금 농촌의 쓸만한 야산이나 마을 어귀에는 여지없이 분묘가 조성되어 토지의 이용 및 개발에 적잖은 문제점을 주고 있다.
몇 해전 한 기업인이 서산지역에 자동차부품 생산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용지를 확보하려 했으나 마땅한 산은 분묘가 많아 타협이 어렵고 비용도 과다 지출되어 서산지역 입주를 포기해야 겠다고 했다. 그러나 당시 지역경제과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고북지역에 공장을 건설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는 당시 우리의 매장문화로 인한 국토이용의 현실적 문제를 점검해보는 기회였다.
[매장문화에서 화장문화로]
잘 정돈된 분묘는 조상에 대한 효의 상징이 될 수는 있으나 그로 인한 막대한 사회적 비용지출과 국토의 무분별한 잠식, 효율적인 산지개발에 상당한 장애가 될 수 있으므로 분묘신설을 줄이거나 설치된 분묘를 재활용하려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 시기가 도래하여 어떻한 형태로던지 개선해야 한다. 이러한 국민적 공감대는 이미 형성되었다고 여겨지며 당장의 현실적 어려움은 분묘확산의 문제를 외면할 경우 2세에게 무거운 짐을 지우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에 우려를 느낀다.
분묘의 신설을 줄이기 위하여는 화장문화의 형성이 선행되어야하는데, 다행히 우리나라의 화장에 대한인식이 현저히 개선되어 1991년도 화장율이 17.8%에서 2004년도 기준 46.7%로서 꾸준히 증가추세에 있지만 일본의 화장율(99.4%)에는 아직 요원한 실정이다.
최근 사후에 화장을 유언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고조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듯 화장에 대한 인식개선은 묘지부족으로 인한 묘지수급의 애로와 성철, 법장스님의 다비식, 최종현 선경회장등 사회적 명망가의 화장실천과 관련단체의 꾸준한 노력의 결과로서 매우 다행한 일이다.
[선진 장묘행정을 위하여]
보다 선진적인 장묘행정을 위해서는 정부와 시민단체가 나서서 화장서약 운동전개, 사회지도층의 의식과 행태변화로 솔선실천을 이끌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장묘행정 전담기구를 설치하고 장묘 전문가를 양성하여 장묘행정의 질을 높혀 시민의 화장에 대한 거부감을 해소하는 노력도 요구된다. 지역에서도 장례식장에서 화장이 가능하도록 시설보강을 위해 국비을 지원하거나 장례식장과 화장장, 납골당 숫자를 증가 시키는 사업에 대하여 중앙정부의 더많은 예산 투입이 이루어져야 한다.
산 자와 죽은 자 모두에게 여유로운 땅. 그곳이 서산이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