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7-01(화)
댓글 0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기사입력 : 2025.07.01 17:07
  • 프린터
  • 이메일
  • 스크랩
  • 글자크게
  • 글자작게
김풍배.jpg
김풍배 본지 칼럼리스트

지난 6월 14일(토) 해미읍성에서 제 3회 시민과 함께하는 달빛 시 낭송이 열렸습니다. 필자도 작년부터 시 낭송회 회원으로 참여하였습니다. 두 번째 참여하는 시 낭송이었기에 큰 어려움이 없을 거로 생각은 했지만, 세상의 모든 이치처럼 쉽지 않음을 알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할수록, 알수록 더 어려워지는 게 시 낭송이었습니다.

 

시 낭송도 예술입니다. 음악적 요소를 간직한 언어 예술입니다. 필자가 선택한 낭송시는 심순덕 시인의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였습니다. 제목과 같은 문장이 후렴처럼 반복되는 구조이기에 조금씩 색다른 표현을 해야 했기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래서 시 낭송에 앞서 ‘어머니의 은혜’를 하모니카 연주로 시의 이미지를 드러내기로 했습니다.

 

시 낭송 공연 전에 회원 모두 공통된 걱정이 있었습니다. 바로 날씨였습니다. 야외 공연의 성패는 무엇보다 날씨입니다. 유각환 회원이 올려놓은 주간 날씨를 보면 영락없는 강우 예보였습니다. 임원진 모두 백방으로 방법을 찾았지만, 다른 대안이 없었습니다. 필자는 카톡에 ‘기도하겠습니다’ 란 문자로 임원진을 위로했습니다.

 

막상 낭송 공연일이 되자 날씨는 거짓말처럼 쾌청했습니다. 공연은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유병일 회장은 인사말 중에서 필자의 기도로 ‘하나님께서 쾌청한 날씨를 주셨다’라고 했습니다. 방송으로 그 말을 듣는 순간 참으로 기뻤습니다.

 

필자는 목사입니다. 시 낭송도 저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무엇을 하든 하나님께 영광을 올려드리는 것이 제일의 목표입니다. 전날에도 비가 왔고 다음 날 주일 저녁에도 비가 내렸습니다. 비 내리는 하늘을 보면서 다시 한번 하나님께 감사 기도를 드렸습니다.

 

시 낭송은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언제 보아도 감탄하게 되는 충남 무형문화재 이애리 무용가의 승무와 유병일 회장의 조지훈의 시 ‘승무’의 낭송이 어우러지는 한마당은 모든 보는 이의 넋을 빼놓았습니다.

 

필자의 차례가 되었습니다. 하모니카를 불기 시작하자 모든 시선이 집중하는 걸 느꼈습니다. 시 낭송이 중간쯤 되었을 때 관중석 몇 군데서 눈을 손으로 닦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순간 어머니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울컥하고 뜨거운 기운이 올라왔습니다. 절제된 감정을 담아서 듣는 사람이 그 말의 리듬을 따라가게 하는 것이, 시 낭송의 기본이거늘 이러다 실패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냉정 하자고 마음을 다잡으며 가까스로 낭송을 마쳤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손톱을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질러져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발뒤꿈치 다해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 썩여도 끄떡없는/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돌아가신 외할머니 보고 싶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알았습니다//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어머니를 본 후론/아! 어머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아주 오래된 시입니다. 그러나 오월 어버이날만 되면 꼭 생각나는 시입니다. 어머니. 그 말만 들어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이름이 어머니입니다. 이 세상 어느 누가 어머니 없이 태어날 수 있을까요?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도 어머니의 사랑은 변하지 않습니다. 형태와 방법은 달라도 모성애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런데 세상이 점점 악하여 효도가 사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심순덕의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였습니다.

 

올해도 성황리에 마쳤습니다. ‘달빛 시 낭송’은 해를 거듭할수록 발전하고 있습니다. 시 낭송 회원들의 낭송 실력은 전국 어느 대회에 나가도 입상할 정도의 수준이 되었습니다. 용포를 입고 두 팔 벌린 맹은재 부회장의 포퍼먼스는 압권이었습니다. 끝까지 남아 호응하며 자리를 지켜주신 한 분 한 분께 무한한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성숙한 서산시민의 문화 의식을 보여주는 자리였습니다. 또 내년을 기약합니다.

태그

전체댓글 0

  • 99628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제3회 달빛 시 낭송회를 마치고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