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10-07(월)
댓글 0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기사입력 : 2024.08.27 20:34
  • 프린터
  • 이메일
  • 스크랩
  • 글자크게
  • 글자작게
가기천.jpg
가기천 천 서산시 부시장

서산시의회 안원기 의원은 시의회가 8월 28일부터 9월 5일까지 북유럽 3개국을 방문하는 공무 국외 출장 즉 ‘해외연수’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여러 중앙지와 방송을 비롯한 많은 언론이 보도하여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다.

 

지방의회 의원들의 해외연수에 대한 비난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나온 불참 발언이라 크게 주목받은 것이다.

 

안 의원은 “시민의 혈세 4천 여 만 원을 들여 진행하는 이번 연수는 해외에서 선진 사례를 배운다는 명목이지만, 과거의 사례처럼 그 성과가 불확실하고 이번에도 단순한 여행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라면서 “시의회는 그동안 보여준 불미스러운 행태를 깊이 반성하고 이제라도 시민을 위한 민생 의정에 집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래야만 지방의회의 존재 의미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 의원은 또 “해외 연수를 다녀와서 제출해야 할 보고서와 관련해 연수 진행업체에서 ‘걱정하지 말라’는 말까지 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의원들이 현지에서 무엇을 보며 무슨 고민을 깊게 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번 연수 대상 지역은 스칸디나비아반도의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이다. 이들 나라는 풍광이 그림처럼 빼어난 데다 빙하가 만든 피오르드(fiord)에서 페리호를 타고 바다의 절경을 조망할 수 있는 ‘꿈의 여행지’, ‘유럽의 마지막 여행지’로 알려진 곳이다. 사회복지제도가 잘 마련되어 선망하는 나라들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평생 꼭 가보고 싶은 버킷리스트에 넣기도 한다.

 

안 의원도 이들 나라를 찾아가는 해외연수를 포기하는 아쉬움에 더하여 낯선 나라 새로운 분위기에서 동료 의원들과 화합과 결속의 기회를 갖지 못하는 데에 대한 미련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함에도 내린 용단을 높게 평가한다. 이에 가선숙, 이수의, 이정수 의원도 참가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의원들의 해외연수를 곱지 않게 보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먼저 의원공무국외 출장의 적정성 여부를 심의하는 위원회는 대부분 요식행위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공무국외 연수를 하려면 제대로 진행해 줄 전문 연수기관에 의뢰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그런 기관이 많지 않다. 설령 찾았다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데다 일정도 빡빡하고 메마르다. 이렇다 보니 대부분 여행사를 통하여 추진하게 되고, 여행사가 운영하는 일정에 몇 곳의 공공기관 방문을 끼워 넣는 형태로 진행된다.

 

현지 통역도 거의 가이드가 맡는데 전문 용어를 이해하지 못하여 내실 있는 진행보다 ‘수박 겉핥기 식 시찰’로 끝나는 사례가 있다. 또한 유명 관광지를 포함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연수’라는 명목과는 달리 ‘관광성 외유’라는 비판이 이는 것도 이러하기 때문이다.

 

이번 연수 일정에는 5개소를 방문 또는 견학하는 것으로 되어있는데, 공식 방문지를 제외한 나머지 일정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실제 일정에는 들어간 관광지 등은 누락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설령 관광이 포함되었다 할지라도 숨길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외국에 간 기회에 눈으로 보고 몸으로 겪는 것은 폭넓은 학습효과가 있음을 감안할 때 굳이 외면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하니 투명하게 드러내는 것이 좋다.

 

연수를 다녀온 후 제출하는 보고서는 대체로 부실하다고 평가한다. 이마저 공무원이 대필하거나 상당 부분 기존 자료를 찾아 짜깁기하는 경우가 있다고 인식한다. 연수계획서를 보면 공식 방문 기관에 관하여 여섯 쪽에 이르는 자료와 사진이 첨부되어 있다. 여기에 현지에서 얻은 얼마만큼의 정보와 견문 내용을 보태면 보고서는 만들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연수에 공무원이 참가하지 않는 점이 눈길을 끈다. 그동안 지방의원 해외연수에 여럿 공무원을 대동하는 사례에서 본다면 의아하다. 혹시 다른 이유나 배경이 있는지 궁금하다. 아울러 이런 연수행태는 앞으로 의원들만 참가하는 관행으로 정착될 것인지 주목된다.

 

안 의원은 앞으로 국외 연수는 물론이고 강원, 제주도 등 관외에서 실시되는 국내 연수에도 참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부르짖는 언행과는 분명 배치된다는 것이다. 원거리로 나갔을 때 혹시 모를 일탈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에도 동의한다. 국내 연수를 굳이 외지로 가려 함은 ‘새로운 분위기에서 충실한 연수’를 이유로 든다. 하지만 먼 곳에서 실시할 때 참가율을 높이고 도중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도 있다. 진정 연수나 연찬이 목적이라면 전문가를 초빙하여 강의를 듣거나 실습을 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시간과 비용도 크게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을 외면하지 않기 바란다.

 

있어야할 현장에는 늘 그가 있고, 합리적 대안 제시와 건전한 비판으로 지방의원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는 안원기 의원, 이번 안 의원의 용기는 혹시 동료 의원들로부터는 ‘팀 킬’ 이라는 비난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바람직한 지방의회상을 세우기 위하여 의미 있는 발걸음이 될 것이다. 결코 외롭지 않을 것이고 시민들의 지지와 성원도 있을 것으로 믿는다. 이번 연수에 불참하는 세 의원도 기억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태그

전체댓글 0

  • 97269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해외연수 거부한 안원기 의원의 용기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