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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4.11.27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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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원기 서산시의회 의원

축산업은 우리의 식탁을 책임지는 핵심 산업이자 농촌 경제의 근간이다. 서산시 또한 한우, 돼지, 가금류 등 다양한 축산업이 지역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 축산업이 지역 사회의 생명줄이라고 불릴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이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바로 방역 체계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수의직 공무원들의 인력난과 그로 인한 여러 가지 구조적 문제들이다.

 

서산시는 약 3만 마리의 한우, 5만6천 마리의 돼지, 110만 마리의 가금류를 사육하며 충남 축산업의 중심지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축산업의 규모가 클수록 가축 전염병 발생 위험 또한 비례하여 증가하며, 이는 지역 경제와 방역 체계에 심각한 부담을 준다. 방역의 최전선에 서 있는 수의직 공무원들은 부족한 인력과 과중한 업무 속에서 육체적, 정신적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가축전염병예방법 시행령에 따르면 서산시와 같은 규모의 지역에는 최소 10명의 가축방역관이 필요하나, 현재 실제로 활동 중인 인원은 이보다 훨씬 적은 2명뿐이다. 이러한 인력 부족은 필연적으로 과도한 업무량과 연이은 방역 활동으로 이어져, 수의직 공무원들이 극심한 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수의직 공무원의 업무는 단순한 행정이 아니라 가축 전염병 예방 및 관리, 살처분, 역학 조사, 축산물 위생 검사 등 다양하며, 특히 전염병 발생 시 살처분은 가장 고된 작업으로 꼽힌다. 살처분 과정은 단순한 육체적 노동을 넘어선 심리적 충격을 동반한다. 하루 종일 방역복을 착용하고 작업해야 하는데, 이는 감염병 위험과 피로를 배가시키며, 현장에서 마주하는 생명과 죽음의 무게는 정신적 고통으로 이어진다.

 

충남도 조사에 따르면 살처분 작업에 참여한 수의직 공무원의 31.5%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위험군으로 분류되었으며, 음주 위험군 비율이 50%에 달한다는 점은 이들의 심리적 후유증이 개인의 차원을 넘어 사회적 문제로 확대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더욱이 최근 럼피스킨 바이러스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같은 전염병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서산시도 언제든지 이러한 위기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이웃 지역인 당진에서 럼피스킨 바이러스 사례가 보고되면서 서산의 축산업 종사자들과 방역 담당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문제는 단순히 인력 부족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나라 방역 체계는 여전히 살처분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살처분은 단기적으로 전염병 확산을 막는 데 효과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농가와 공무원 모두에게 심리적,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사회적 갈등을 초래한다. 살처분 중심의 방역 방식은 결국 응급 대책에 불과하며, 근본적인 예방과는 거리가 멀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영국과 호주는 살처분 과정에서 공무원의 심리적 후유증을 줄이기 위해 심리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회복 시간을 제공하는 등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는 단순히 공무원 개인의 건강과 복지를 위한 조치가 아니라, 방역 체계의 안정성과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필수적 투자로 평가된다.

 

이제 서산시는 방역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첫째, 인력 확충과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 현재 법적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인력을 충원하고, 이를 위한 예산 확보를 충남도 및 중앙정부와 협력해 추진해야 한다. 수의직 공무원의 위험수당을 인상하고, 이들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심리 상담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실질적인 처우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방역 시스템의 자동화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 드론을 활용한 농가 모니터링, IoT 기술을 이용한 가축 상태 실시간 점검 등 첨단 기술을 적용하면 인력 부족 문제를 일부 해소하고 방역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셋째, 예방 중심의 방역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백신 접종을 확대하고, 농가에 대한 방역 교육과 지원을 강화하여 전염병 발생 자체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단순히 발생 이후 대처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전염병 예방과 가축 복지를 고려한 방역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넷째, 살처분 작업에 따른 심리적 후유증을 줄이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살처분 과정에서 자동화 장비를 적극 활용하고, 작업 이후에는 충분한 심리 상담과 회복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서산시의 축산업은 단순히 지역 경제의 한 축을 넘어, 우리 사회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기반이다. 그러나 현재의 방역 체계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축산업의 미래는 물론 서산시 전체 경제와 지역 사회가 심각한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수의직 공무원들은 축산업의 생명줄을 지키는 핵심 인력이다. 이들이 안정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단순히 공무원의 복지를 넘어, 축산업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길이다. 서산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방역 체계 개혁을 통해 축산업 중심지로서의 미래를 열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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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업의 생명줄, 수의직 공무원의 현실과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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