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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 앞둔 노총각의 전원일기

[조규선이 만난 사람] 101. 지도영 도영화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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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1.04.27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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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영 대표의 컴퓨터 바탕화면에는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이 깔려있다. 어머니와 함께 사느라 결혼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는 그는 꽃을 가족 삼아 평생을 살겠다며 정원을 조성하고 있다.

 

지도영(59) 도영화원 대표는 총각이다. 서산에서 대산방면 20km 지점 금박골(지곡면 환성1리)이란 마을 표지판이 있는 곳에서 2km 지나면 야생화가 만발한 2000평 규모의 정원이 있다. 이곳에서 그가 홀로 살고 있다.

지난 25일 지 대표를 만나기 위해 이곳을 방문했다. 필자가 2005년 서산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경지정리 민원을 해결할 수 있어 정원을 조성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며 신응식 전 서산시의원을 통해 식사를 한번 하자며 연락이 왔기 때문이다.

그는 필자를 만나자마자 당시 주민을 위한 적극적인 행정 리더십에 감동했다며 고마움을 마음에 담고 살고 있다고 했다. 당시 민원해결이 오늘날 부(富)의 원천이 되었다고도 했다. 지 대표의 마음이 참으로 고마웠다. 요즈음도 이런 분이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행복이고 보람이다. 그가 살아온 삶이 궁금했다.

지 대표는 농부였던 부친 지병학(1915-1983)씨와 김영곤씨(1923-2009) 사이에 5남 5녀 중 여덟 번째 아들로 태어났다. 지곡 대성초와 대산중, 서령고를 졸업했다. 공부가 하기 싫어 대학진학은 포기했다. 대신 대학 나온 친구보다 먼저 성공하겠다며 스스로 마음을 다졌다.

처음에는 15마지기(3000평) 논농사를 지으며 삶을 설계했다. 그러면서 농사지어 모은 돈으로 한우(비육우) 11마리를 구입해 22마리가 되기까지 복합영농을 시도했다. 농업과 축산업을 병행하면서 평소 소망했던 카페를 개업했다. 그러나 카페 운영은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결국은 이를 포기하고 1992년도 대산에 장인가구 대리점을 개업했다. 이것 역시 재고가 쌓이는 바람에 부도의 위기를 겪었다. 확실한 시장조사, 좁은 상권 등 지역 여건 조사가 미흡했던 것이 실패의 원인이었다. 의욕만 가지고는 안 된다는 것을 터득했다.

그러던 중 평소 어머니께서 하시던 말씀이 떠올랐다. 어머니께서는 늘 가족이나 친구 선후배 등 가까운 사람에게 절대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모아둔 돈을 건네주었다. 부모가 자식 이기는 사람 없다고 어머니는 늘 자기편이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컴퓨터 바탕화면에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고마움, 어머니를 모시고 둘이 살았기 때문에 결혼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어머니 생각에 우울증이 걸리기도 했다. 수면제와 신경안정제를 복용하며 지냈지만 병세는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은 자살을 생각하기까지 했었다. 이러한 생각은 서울아산병원을 방문한 이후 접었다. 담당의사가 “이 병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걷는 것이다. 운동을 해라. 이겨내라. 약도 처방도 없다”고 했다.

그는 병원을 다녀온 후 매일 아침과 저녁 시간에 1시간 30분씩 동네 길을 걸었다. 그렇게 3년 동안 꾸준히 걸었다. 그러다보니 나도 모르게 우울증이 완치 됐다. 의사 선생님이 무척 고마웠다. 마을에서는 젊은 사람이 얼마나 오래 살려고 그러느냐고 비아냥거리기도 했지만 그래도 걸었다. 걸으면 좋다. 걷는 것이 약이다. 그가 직접 경험으로 터득한 건강비법이다.

지 대표는 현재 지곡에서 지인과 함께 부동산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1만여 평이 넘는 토지에 2천 평 규모에 정원도 조성 중이다. 꽃을 가족 삼아 평생을 살겠다는 의미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결혼할 생각을 없냐고. “꽃같이 아름다운 연인을 만나면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의 집을 나오면서 정원 입구에 있는 시비가 눈에 들어왔다. “도영화원에선 사람이 꽃으로 오고 꽃이 사람으로 온다”는 내용의 김가연 시인의 시였다. 꽃과 함께 하는 마음이 행복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며 그의 정원을 나섰다. 글ㆍ사진=조규선 서산문화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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