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버스도 호출해요”…수요응답형 공공형버스
대산읍·해미면·고북면서 시범운행

고북면 사기리서 ‘행복버스’ 시승식
“원하는 시간에 이용하니 편리해요”
호출하면 오는 택시처럼, 승객이 출발지와 도착지를 입력 후 부르면 오는 버스가 있다.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한 농촌지역 주민들에게 편리한 교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한 새로운 형태의 수요응답형 공공형 ‘행복버스’다.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개념의 이 ‘행복버스’가 지난 18일 대산읍과 해미면, 고북면 등 3개 지역에서 시범운행을 시작했다.
■ 교통 취약지역 위한 대중교통
‘서민의 발’로 불리는 버스는 정해진 시간과 노선에 따라 움직인다. 그러다 보니 승객이 적어 수익성이 낮은 노선의 경우 긴 배차 간격과 가까운 거리도 버스 노선에 따라 빙빙 돌아가는 문제가 항상 제기됐다.
인구가 적은 교통취약 지역에서 더 심각한 상황이다. 모두가 누려야 할 대중교통 복지에 사각지대가 생긴 셈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게 바로 수요응답형 ‘행복버스’다. 이 버스는 정해진 노선이 있는 기존 버스와 달리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승객들의 수요에 맞춰 실시간으로 최적의 이동 경로를 만들어 운행하는 게 특징이다.
■ 오전은 노선형, 오후에는 호출형
행복버스는 지난 18일 대산읍과 해미면, 고북면 등 3개 지역에서 시범운행을 시작했다.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오전에는 노선형, 오후에는 실시간 호출형으로 운행한다. 대산읍에 3대, 해미면과 고북면에 4대 그리고 만약을 위한 예비차량 1대 등 모두 8대가 운행된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전화(1533-0777)로 호출하거나 모바일 앱을 이용해야 한다. 호출하면 가장 가까운 곳에서 운행 중인 차량을 기준으로 노선이나 승차지점, 승·하차 시간을 실시간으로 산출해 안내해준다.

■ 쾌적하고 빠르게 목적지에 이동
고북면에서는 시범운행 첫날 면 소재지와 거리가 가장 먼 사기리에서 ‘행복버스’시승식을 가졌다. 시승식에는 최용복 고북면장과 이남직 이장단 협의회장 그리고 최영철 사기리 이장을 비롯한 마을 주민 3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오후 최영철 이장이 전화를 이용해 버스를 호출했다. 잠시 후 40분 후에 도착한다는 메시지가 떴다.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잠시 스마트폰 화면 위로 ‘35분 후 탑승 가능’이라는 알람과 함께 어디서 탑승해야 하는지에 승차 정류장이 다시 안내됐다.
같은 시간대에 경로가 유사한 승객이 예약하면 자동으로 우회 노선을 생성해 합승하는 식으로 운행된다. 그러다보니 대기시간은 물론이고 승·하차 지점이 실시간으로 바뀐다. 버스는 정확히 1시 35분께 마을회관 앞에 도착했다. 주민들이 버스에 승차하자 버스는 출발해 10여분 후인 1시 45분 고북면 행정복지센터 앞에 도착했다.
■ 원하는 시간에 버스 이용 가능
이날 처음 선보인 ‘행복버스’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호의적이다.
최영철 사기리 이장은 “오후에 외출할 일이 있을 때마다 일정을 버스 시간에 맞춰야 해서 많이 불편했는데, 행복버스 도입으로 교통약자인 노인들이 원하는 시간에 버스를 탈 수 있게 되어 감사할 따름”이라며 시 관계자에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 만족도와 성과 등 고려 확대 운행
“수요응답형(DRT) 버스에는 일반 버스에 있는 두 가지가 없습니다. 바로 노선과 시간표지요. 대신 이용자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버스를 불러 탑승하는 교통수단입니다”
안성민 서산시 교통과장은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수요응답형 버스를 도입한 이유에 대해 ‘교통복지’라고 강조했다.
안 과장은 “교통은 이동권이 달린 생존 문제”라며 “특히 농촌에서는 어르신들이 타고 이동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버스밖에 없어 더 중요하다”고 했다.
버스가 없으면 읍내서 장을 보고, 병원에 가서 치료받고, 은행에서 돈을 부치는 게 모두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농촌 버스를 경제 논리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정된 재원으로 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을 공직자로서 이뤄냈다는 자부심이 묻어났다.
한편 서산시는 내년 2월까지 시범사업 운행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사업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허현 기자/고북=강석조·오병선 시니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