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문학
김풍배 칼럼
이제 우리의 관심사는 온통 인공지능(AI)에 쏠려있다고 해도 넘치는 말이 아닙니다. 인공지능(AI)이 사람을 대신해서 컴퓨터 작업까지 해준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인간의 명령 없이도 자율적으로 마우스 커서를 움직여서 PC 화면을 여닫고 정보를 검색하고 입력하는 등, 공상과학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인공지능(AI)은 의료, 교육, 산업, 예술 등 우리 인간 사회의 모든 분야에 걸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문학도 예외가 아닙니다. 이제는 AI가 시, 소설, 시나리오 등 다양한 문학작품을 스스로 생성할 수 있는 단계에 와있습니다.
지난 19일 서산문화원 2층에서 제6회 서산 문인 한마당 축제가 열렸습니다. 한국예총 서산시지회(지회장 한용상)가 주최하고 한국문인협회 서산지부(지부장 김기표)가 주관하는 서산시 소재 각 문학단체가 모여 문인들의 화합과 문학 발전을 도모하는 자리였습니다. 1부 행사에 이어 2부에서는 AI 문학과 Human 문학이란 주제로 문학 나눔 행사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 발표자는 현동선 작가였습니다. 그는 언제나 앞서가는 선각자답게 AI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AI가 문학에 미치는 영향과 향후 AI와 협력하여 새로운 지평을 열어 가야 할 것을 역설하였습니다. 두 번째 발표자는 최근에 회원으로 가입한 젊은 작가로 주목받고 있는 문민기 소설가로, 직접 AI로 글쓰기를 나타내 보였습니다. 우리는 몇 시간, 아니 며칠을 고민하고 노력하여 한 편의 시를 얻지만, 불과 몇 초 만에 뚝딱 써내는 AI의 능력 앞에 놀라움을 넘어 공포감마저 느꼈습니다.
세 번째 발표자는 김경중 시인이었습니다. 아무리 인공지능이 위력을 발휘한다고 해도 기계는 어차피 기계일 뿐이니, 인간의 무한한 능력은 결국 인공지능을 뛰어넘을 것이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 주었습니다. 세 분 모두 시의적절한 주제로 참석한 문인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역사학자 아널드 조지프 토인비는 ‘인류 문명 발전의 원동력은 도전과 응전의 역사’라고 말했습니다. AI 문학의 도전에 반드시 길이 있을 것입니다. 일찍이 미술의 역사에도 과학과 싸워온 선례가 있습니다. 사진기가 처음 나왔을 때 화가들은 위기감을 느꼈을 것입니다. 아무리 잘 그린다고 해도 사진만 하겠습니까? 그래서 사진기가 만들어 낼 수 없는 다른 것을 그리자는 생각에 추상화를 그렸다고 합니다. 이런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이 우리 문학에도 나타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과학적 기능이 뛰어나다고 해도 AI는 인간이 만들어 낸 산물입니다.
필자가 좌우명처럼 삼고 있는 ‘이길 수 없으면 내 편으로 만들라’ 라는 말처럼 AI를 활용하면 훨씬 더 유용한 문학의 길이 열릴 듯합니다. AI가 주는 영감을 바탕으로 풍성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고 더구나 번역이나 교정, 편집 등을 쉽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AI가 가장 따라 하기 어려운 문학의 장르가 무엇인가를 AI에 물어봤습니다. 필자의 생각에는 개인의 경험이나 생각을 바탕으로 솔직함을 생명으로 하는 수필이 제일 어렵다고 할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AI의 대답은 시를 꼽았습니다. 시는 언어의 미적 요소, 감정의 뉘앙스, 상징성, 그리고 리듬과 운율 등 복잡한 요소들이 결합 되어 있어 인간의 감성을 깊이 이해하고 표현하는데 도전된다고 했습니다. 참으로 그럴듯한 대답이었습니다.
문득, AI와 합작하여 노년에 대한 시 한 편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제목을 ‘노년의 향기’로 정했습니다. AI가 쓴 시간은 불과 2초, 필자가 탈고한 시간은 3분이었습니다. 적어도 며칠을 두고 씨름했을 시를 불과 3분 2초 만에 만들었습니다.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을지 궁금합니다.
‘세월의 흐름 속에/ 깊어진 주름/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삶의 무게//눈가의 미소 /따스한 기억/지혜의 빛 가득한 눈동자여//은빛의 자랑/흰 머리카락은 /시간이 만든 예술 //노년의 아름다움 /노년의 향기/ 그 자체로 빛나니 예술작품 아닌가?/삶의 순간순간이 찬란한 보석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