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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4.10.16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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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사랑 기부제] 깜깜이 행정 현주소

 

시행 2년 차, 고작 기부금 10%만 사용

출향인 의존 높고 10만원 기부만 양산

 

서울에서 중소기업에 다니는 A씨(64)는 지난해 고향인 서산시에 고향사랑기부금 100만원을 냈다. 그가 서울에서 소득세 등 각종 세금을 내고 있지만, 그를 키워준 고향에 대해선 별도로 보답한 적이 큰 맘 먹고 기부했다. 기부금을 내고 받은 소득공제혜택은 24만8500원, 답례품으로 30만원어치 상품권을 받았다. 100만원을 내고 54만8500원 혜택을 받았으니 결국 45만1500원을 기부한 셈이었다. 애향심에 기반을 둔 기부라고 생각해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그는 최근 서산타임즈 전화 통화에서 “올해도 내겠느냐”는 질문에 대답을 머뭇거렸다. 그는 얼마 전 언론을 통해 고향사랑 기부금 대부분이 마땅히 쓸 데를 찾지 못해 은행에 돈을 그냥 묵혀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기대가 실망으로 변했다는 것이 머뭇거린 이유였다.

 

고향 사랑 기부제 2년차 ‘빨간불’

 

고향 사랑 기부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고향에 기부를 하면 세액공제 혜택에 답례품까지 받는다는 홍보로 시행 첫해인 작년에 전국에서 52만 명이 참여해 650여억 원을 모았다. 그러나 올들어 기부하려는 이들이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어디에 얼마를 어떻게 썼는지’를 투명하게 알리기는커녕 모은 돈을 은행에 쌓아 놓기만 하는 깜깜이 행정 탓이다. 기부를 하지 않는 이유로 국민들이 한 여론조사에서 꼽은 게 ‘모금단체를 믿을 수 없다(60%)’, ‘기부사용 내역을 모른다(56.8%)’순이었다.

지난해 고향사랑 기부금을 가장 많이 모금한 곳은 전남으로 143억 원에 이른다. 이어 경북 90억 원, 전북 85억 원, 경남 62억 원, 강원 53억 원 순이다. 고향을 떠나 외지에 사는 출향민이 많은 전라, 경상지역이 비교적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전남 담양(22억 원), 고흥(12억 원), 나주(10억 원)가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전남을 떠나 사는 전남 출신이 가장 많은 현실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시행 2년차, 사용액은 10%에 불과

 

기부금으로 1억 원을 모으면 답례품비(30%)와 홍보비 등을 빼면 대략 60%를 활용할 수 있다. 웬만한 시군에서는 1억 원이 있으면 자체 복지사업을 할 수 있어 실제 효용도가 높다. 하지만 올 들어 모금액이 줄어든 주된 원인 중의 하나로 꼽히는 것이 바로 깜깜이 행정이다. 충남도내 15개 시군 대부분은 고향 사랑 기금의 사용처에 대해 “기금을 사업비 확보를 위해 적립, 예치했고 기금 사업을 발굴해 추진할 예정”이라는 설명만 내놓고 있다.

 

고액기부자 대부분은 향우회 임원

 

충남도를 고향으로 둔 인구 중 외지에 나가 있는 이들은 220만 명으로 추산된다. 주로 서울과 경기, 인천 같은 수도권에 몰려있다. 그래서 이들은 ‘충청도의 힘’ 이 된다. 도내 지자체의 경우 고액 기부자 대부분이 향우회 간부들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출향도민들에게 의존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각 시군마다 주력하는 것은 교차 기부다. 고향만 아니라 자신이 지원하고 싶은 지역에 돈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서산시의 경우 공무원과 농협 직원들 중심으로 인근 시군과 교차 기부가 이루어지고 있다. 10만원을 하면 전액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장점을 살려 모금은 12월에 집중된다.

여기에 한발 더 나가 친구 추천 이벤트를 하는 지역도 있다. 전남 곡성은 친구를 추천하면 추천인에게도 상품권이나 곡성몰 쿠폰을 지급한다. 기부액은 최소 2만원이고, 기부금의 10%를 준다. 기부 릴레이가 이어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서산시는 지난해 수준 유지 중

 

서산시는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시는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를 위해 인근 지자체와 교차 홍보 및 대민에 나서는 등 정책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산시 홍보대사인 방송인 조영구와 설수진이 서산시 고향사랑기부제를 홍보하는 등의 노력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 따라 10월 현재 모금액은 7천여만 원에 이른다. 기부건수는 997건으로, 이에 대한 답례품은 1900여만 원어치가 지급됐다.

이재길 서산시 징수과 세입팀장은 “올해의 경우 지난해 보다 고액 기부자가 않아 예년 수준의 기부금이 모아지면서 이에 대한 답례품 지급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소상공인 소득 증대에 기여했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홍보 등을 통해 고향사랑기부제를 활성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허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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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사랑 기부금…국민 57% “사용 내역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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