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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4.10.2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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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폭우로 침수된 논 모습(위)과 지난 10월 8일 폭우에 쓰러진 벼 모습.

 

[시니어 시선] 가을은 흔히 천고마비의 계절로 불린다. 하늘은 높고 맑으며, 대지는 결실로 가득 차 말도 살이 찐다는 뜻이다. 농민들은 봄부터 시작된 긴 노동의 결실을 눈앞에 두며 풍요로운 가을을 맞이한다. 창고에서 쏟아지는 곡식처럼 인심도 넉넉해지는 이 시기, 따뜻한 밥 한 그릇은 농촌의 푸근함을 상징하는 환대이기도 하다. 그 어느 때보다 여유롭고 활기가 넘쳐야 할 이때, 그러나 올해 음암면 들판에는 웃음보다 한숨이 깊다.

 

기자가 살고 있는 음암면은 가을이 되면 황금빛 물결이 드넓게 펼쳐져 어느 마을보다 풍요로운 지역이다. 한가로운 드라이브만으로도 마음이 넉넉해지는 이곳은 지난여름까지만 해도 황금빛 들판은 풍작을 예고하는 듯했다.

 

그러나 들녘은 갑자기 변했다. 큰 태풍없이 지나는가 싶더니 지난 7월 18일과 8월 20일경 두 차례 내린 폭우로 벼가 도복이 되어 안타까운 마음을 추스르기도 전에 예년에 없던 벼멸구 피해까지 속출하기 시작했다. 농자재 대금은 계속 오르는데 금년도 쌀값은 농협 기준으로는 지난해보다 하락 시세란다.

 

그래도 어렵게 지어놓은 농사이니 수확의 기쁨을 맛보려는 순간에 또 다시 폭우가 염장을 지른다. 본격적인 수확을 시작하면서 비오는 날이 잦더니 지난 18일 또 장대 같은 폭우가 내리면서 수확을 앞둔 논을 물바다로 만들었다. 일찍 도복이 된 논에는 수확도 전에 볏짚에서 싹이 나는 실정이니 타들어가는 농민의 심정을 누가 달래 주려나?

 

농민들에게는 마치 다 된 밥에 코 빠뜨리는 격이다. 한 해의 고된 노고가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한 농민들의 마음은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다.

 

이러한 원인은 이례적인 가을 폭염이 원인일 수 있지만 한 발 더 들어가면 기후변화라는 인재(人災)의 결과로 볼 수 있다. 환경 파괴와 온난화로 인해 이제 농사는 더 이상 예측 가능한 일이 아니게 됐다. 자연의 순리를 따르던 선조들의 지혜가 무색해지는 시대, 농민들의 상실감은 그만큼 크다.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는 나라 안팎의 상황 속에서, 농민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져만 간다. 농촌의 민심은 무거워지고, 풍작을 기대했던 가을의 웃음은 어느새 사라졌다. 자연 앞에서 겸손함을 다시금 되새기며, 변화하는 환경에 대한 깊은 성찰과 행동하는 시민이 요구되는 시대임을 깨닫게 한다. 문기안 시니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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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되고, 쓰러지고…타는 농심, 누가 달래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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