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김풍배 칼럼

『말없이 건네주고 달아난 차가운 손/가슴 속 울려주는 눈물 젖은 편지/ 하얀 종이 위에 곱게 써 내려간/ 너의 진실 알아내곤 난 그만 울어버렸네//멍 뚫린 내 가슴에/서러움이 물 흐르면/ 떠나버린 너에게/사랑 노래 보낸다』
한때 온 국민이 즐겨 부르던 어니언스의 ‘편지’란 노래 가사입니다. 필자도 가슴 절절한 느낌으로 자주 불렀습니다. 노래 가사처럼 한 글자 한 글자 진심을 담아 쓴 편지를 받아보고 느끼는 감동은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습니다. 디지털 시대 수많은 메시지와 메일을 주고받는다 해도 결코 손으로 꾹꾹 눌러 쓴 편지를 따라갈 수 없습니다.
전화조차하기 힘들었던 시절, 떨어져 있는 사람들 간의 소통의 수단은 오직 편지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편지는 생활의 한 축이었고 일부분이었습니다. 편지 한 통에 울고 웃었습니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어머니는 필자가 군에 입대했을 때 입던 옷과 편지를 받고는 사흘 동안이나 눈물 지으셨다고 합니다. 우리 내외도 아들이 군대에서 보내준 옷과 편지를 받고는 어머니처럼 가슴이 미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요즘은 어떨까요? 어쩌면 건강하고 활기찬 아들의 전화나 메시지를 보고는 편지처럼 그토록 애틋한 느낌이 없을 듯합니다.
직접 손으로 쓴 편지는 디지털 매개가 할 수 없는 깊은 감정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한 글자 한 글자 속에 담은 진심이 그대로 전해집니다.
지난해 예총 회원들에게 보내온 이완섭 시장님의 친필 편지를 받았습니다. 제21회 해미읍성 축제를 성공리에 마쳤다는 감사 편지였습니다. 글씨도 명필이거니와 편지 속에 담겨있는 진실한 마음이 느껴져 버리지 않고 지금까지 보관하고 있습니다. 만일 워드로 친 우편물이었다면 하나의 문서 같아서 진즉 버렸을 겁니다.
편지는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는 추억이 됩니다. 가끔 아이들이 내게 보낸 편지를 꺼내어 보고 추억에 잠깁니다. 한편으로는 내가 보낸 편지도 아이들이 간직하고 있을까 속으로 궁금하지만, 묻지는 않았습니다. 아마도 가지고 있을 테지요. 오랜 세월이 지나도 그때를 회상하며 때로는 눈물도 흘릴 수 있는 건 편지밖에 없을 듯합니다.
편지를 주고받다 보면 관계가 깊어집니다. 정성스럽게 쓴 편지는 말로 할 수 없는 마음이 담겨있어 서로의 유대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그 옛날에는 생면부지의 사람과 소위 펜팔이란 이름으로 편지를 주고받다가 부부의 연을 맺기도 했습니다.
이제 편지는 한물간 추억의 유물처럼 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치 앞에 있는 듯 얼굴을 마주 보며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손 안에 든 스마트폰 하나면 무슨 의사전달이든 가능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편지가 주는 감동을 대신할 수 있을까요? 오랜 세월이 지난 후 가끔 꺼내어 보고 행복에 젖을 수 있을까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제대로 전할 수 있을까요?
2025년 서산시가족센터 주최 부부의 날 기념행사 ‘부부동락 페스티벌’의 하나로 ‘부부 사랑 편지 공모전’이 공지되었습니다. 공모주제는 남편 또는 아내에게 사랑을 전하는 편지로 손 편지(3장 이내) 한글 문서 (A4 2장 분량 이내)로 접수 기간은 2025년 3월 10일부터 4월 20일까지며 접수 방법은 방문이나 이메일 접수며 수상자 발표는 2025년 5월 15일이라 합니다. 우수상 수상자에게는 20만 원 상당의 호텔 숙박권이 주어지며 편지 공모자 부부 100쌍을 선정하여 행사에 초대한다고 되어있습니다.
부부란 이름으로 서로 모르는 사람끼리 만나 서로를 알아가는 동안 사랑만 할 수 있었던가요? 얼마나 많은 갈등과 아픔이 있었던가요? 때로는 서운한 마음도 들 때가 있었고, 한없이 미안할 때도 있었을 겁니다.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고 가슴에 옹이 졌던 침묵들이 얼마나 많았습니까? 올해 부부의 날, 말로는 차마 하지 못했던 마음을 담은 진솔한 손 편지를 한번 써보심은 어떨까요? 그리고 한번 응모해보세요. 분명 한 장의 종이가 아닌 특별한 선물이 될 것입니다.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