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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기억의 편린
    상쾌한 봄바람이 싱그럽게 불어오는 3년 전 어느 화창한 봄날, 정지용 문학관을 찾아 옥천에 갔었다. 그때의 즐거움이 아직도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정지용 시인이 태어난 옥천은 참으로 빛나고 있었다. 시내 어디를 가도 정지용 시가 있고 그의 노래 향수가 옥천을 더욱 옥천답게 하고 있었다. 현대시의 시성이라 불리는 정지용 시인의 『향수』 의 배경이 된 실개천이 흐르는 생가를 거닐다 보면 저절로 읊조리게 되는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 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그리고 또한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라는 고향의 첫 구절을 잊을 수가 없다. 지난 1974년에 허물어진 후 1996년 7월에 복원된 생가에는 돌담과 사립문, 초가, 우물 등이 자리 잡고 있어 시인의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했다. 생가 뒷문으로 나서면 시인의 140여 편의 시를 비롯한 작품들이 전시 되어있는 문학관에는 정지용 시인의 삶과 문학, 인간미를 느낄 수 있는 영상물을 관람할 수가 있었다. 필자는 정지용 문학관을 관람하면서 문학에 더욱 정진하고자 몇 번이나 굳게 다짐을 했던가. 정지용 문학관을 뒤로하고 이어서 육영수 생가를 방문했다. 사랑과 봉사의 화신으로 국민으로부터 많은 추앙을 받았던 육 여사가 1925년에 태어난 장소이며 박정희 전 대통령과 결혼 전까지 살았던 곳이기도 했다. 한옥 99칸 고택은 조선 후기 양반집의 전형적 양식을 갖추고 있었으나 육 여사 서거 이후 폐가처럼 변해 완전히 철거되었다고 한다. 이후 생가터 상속권자가 옥천군에 부지를 기부했고 16년 전 복원 사업에 들어가 ‘교동집’이라 불리던 옥천의 명가가 되었다고 한다. 육영수 생가는 조상을 모시는 사당을 비롯하여 각종 부속 건물들이 들어서 있고, 건물 안쪽으로는 육영수 여사의 학창시절을 비롯한 생전의 모습들이 담겨진 사진들도 전시되어 있었다. 생가 뒤뜰에서 육영수 여사에 대한 자상한 해설을 해 주는데 여기서 또한 많은 감명을 받았다. 그날의 마지막 코스인 멋진 신세계라 불리는 옥천군 안내면 장계리 장계관광지에 도착하였다. 아름다운 대청호반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장계관광지는 도심 속 매연과 스트레스로 지친 관광객들을 위한 힐링 장소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잘 가꾸어진 산책로를 거닐다 보면 정지용 시인의 시문학 세계를 표현한 다양한 작품들을 감상할 수가 있었고, 이러한 작품들이 자연경관과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어 자연스레 시상을 떠오르게 만들었다. 옥천군의 민속자료를 모아놓은 전시관에서 관장님의 자세한 해설을 들으며 우리 조상들의 얼을 살펴보는 좋은 기회를 갖기도 하였다. 향토전시관을 나와 한적한 대청호를 감상하며 여유롭게 산책을 즐겼다. 언제 또 올지 모르는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카메라에 맘껏 담으며, 장계관광지를 뒤로했다. 그렇게 아름다운 기억 속에서 성숙이란 또 하나의 돌을 쌓는 기회가 되었고, 내 인생의 노트에도 기록의 한 페이지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 아울러 관광을 통하여 행복의 지혜를 얻어야 하겠다. 행복은 저 멀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가까운 곳, 즉 우리들의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최병부(한국문인협회 서산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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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4-27
  • 도신의 그대를 위한 詩 -7-
    저 문이 날 막는다 알콜 향기 진한 복도 부질없는 발길은 허공에서 서성일 뿐 벽 너머 이승의 행간에서 당신 얼굴 매만진다 칼날이 선을 긋는 곱고 여린 몸뚱이 그 아픔의 이유가 나인 것만 같아서 두고 간 빛바랜 반지 눈물로 닦아댄다 두어 생 인연으로 이승까지 맺은 몸은 내 품에 안겨서야 깊은 잠 들었는데 아득한 나락의 밧줄 내 손 잡듯 꽉 잡으소 - 이선중, 「아내의 병상」 전문 감상 매일 매일 아내의 병상을 찾았을 화자는 여전히 받아들일 수 없는 알콜 향에 발길을 잃는다. 수술실이었을까? ‘벽 너머 이승의 행간’에서 아내를 생각하고 아내를 더듬는다. 살면서 잊게 되는 한 가지 사실은, 옆의 아내가 매우 여린 사람이라는 것이다. 아내의 잔소리와 다툼들이 자신을 위함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대부분의 남자는 철부지 아이처럼 아내를 힘들게 한다. 수술실에 들어가 수술을 하고 나온 아내의 칼자국을 보면서 여리고 나약한 아내를 보게 된다. 화자는 비로소 자신이 아내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왔었는지를 본다. 아내의 고통을 직접적으로 느끼는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아내의 고통보다 더 고통스러운 마음의 고통을 겪는다. ‘그 아픔의 이유가 나인 것만 같아서’ 견딜 수 없는 번민에서 헤어나질 못한다. ‘두고 간 빛바랜 반지 눈물로 닦아댄다’ 화자의 아내가 세상을 떠난 것일까? 화자의 손에 쥐어져 있는 아내의 빛바랜 반지를 바라보며 지워지지 않는 그리움을 닦아내고 닦아낸다. 귀하게 맺은 인연의 힘으로 화자의 품에 안겨 잠든 아내, 다시 깨어날 수 없는 깊고 깊은 잠, 마지막 길에 위로가 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안고 있는 것일 뿐. 아내가 이승과 갈라서도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화자는 몸으로 말한다. 병고와 싸우면서 많이 약해진 아내는 화자의 손을 꽉 잡으며 의지하고팠을 것이다. 살고 싶었을 것이다. 살려달라고 애원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내의 바람대로 해줄 수 없던 화자는 말한다. “아득한 나락의 밧줄 내 손 잡듯 꽉 잡으소”라며 절규한다. 우린 이별을 하고 난 후에 후회를 한다. ‘좀 더 잘해 줄 것을’ 의미 없는 후회이다. 서로 살아서 얼굴 바라볼 때 한 마디 말이라도 따뜻하게 하고 한 번이라도 웃으며 바라봐줄 수 있어야 한다. 시간이 없다./도신(서광사 주지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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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4-20
  • 온라인 중고물품 거래 사기 주의해야
    누구나 한번쯤 집에 있는 중고 물품을 팔기도 했을 것이고, 사고 싶지만 비싸서 망설였던 물건을 중고로 샀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이러한 ‘중고물품 거래 플랫폼’은 우리의 일상에 자리 잡아 편리하게 사용 되어 지고 있지만, 이에 따라 사기 범죄 또한 다양해지고 증가하는 추세이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 통계에 따르면 중고거래 인터넷 사기 건수는 2014년 5만6,667건에서 2019년 9만2,995건으로 4년간 그 수가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확인된다. 인터넷 중고 물품 거래 사기는 이미 익숙한 수법의 범죄이지만 그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만큼 알더라도 다시 한번 돌다리도 두들겨보는 경각심을 가지고, 적어도 몰라서 당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더욱더 다양해진 사기수법에 대해 알아본다. 첫째, ‘안전거래 사이트를 이용한 송금’을 유도한다면 한 번 더 확인해야한다. 사기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거래’를 이용하는 건데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겠지만, 인터넷 거래가 불안한 피해자들에게 오히려 ‘안전거래’를 유도하며 안심 시킨 뒤, 허위로 조작된 안전거래 사이트 링크를 만들어 돈을 송금하게 하여 이를 편취하는 사기 수법이다. 안전거래라 하더라도 해당 링크가 허위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둘째, ‘안전거래 수수료 미입금’을 핑계로 돈을 추가로 요구하면, 절대로 추가 입금을 해서는 안된다. 이는 첫째와 같이 허위 안전거래 사이트로 유도하는 사기꾼들이 사용하는 수법 중 하나인데, 돈을 송금 받고 ‘안전거래 수수료’를 입금하지 않았다며 1천 원 정도의 수수료를 요구하고, 이후에는 다시 원금과 함께 수수료를 입금해야 한다고 하며 원금을 2배로 편취하는 수법이니, 안전거래 사이트로 유도하며 ‘수수료 추가 입금’을 요구한다면 100% 사기라는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 셋째, 대면 중고 거래로 ‘금’을 판매하려 한다면, 구매자의 신분을 잘 확인할 필요가 있다. 판매자 입장에서의 주의 사항으로,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에서 금을 구매하려는 자들이 실제 직접 돈을 송금하는 것이 아닌 보이스피싱과 연루되어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돈을 입금하고 전달받은 금을 본범에게 전달해주는 보이스피싱 전달책일 수 있으니, 구매자의 신원을 조금 더 꼼꼼하게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이밖에도 인터넷 중고거래 사기의 형태는 더욱 지능적으로 변화되어 알고 있어도 속아 넘어가는 경우가 많으니 항상 조심하고, 범죄 수법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또한, 혹시라도 이미 돈을 송금했거나, 사기를 인지했다면 상대방이 게시글을 삭제하기 전에 글을 캡쳐해서 저장해두고, 이체확인증 등을 가지고 가까운 경찰서 사이버팀에 신고하거나, 경찰청 사이버범죄신고시스템(ECRM)에 미리 신고 한 뒤 방문 신고하여야 한다./최인하(서산경찰서 사이버범죄수사팀 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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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4-19
  • 도신의 그대를 위한 詩 -6-
    한때 아이였기 때문에 그녀는 늙었다 한때 종달새였고 풀잎이었기에 그녀는 이가 빠졌다 한때 연애를 하고 배꽃처럼 웃었기 때문에 더듬거리는 늙은 여자가 되었다 무너지는 지팡이가 되어 손을 덜덜 떨기 때문에 그녀는 한때 소녀였다 속삭였었다 쭈그렁 바가지 몇가닥 남은 허연 머리카락은 그래서 잊지 못한다 거기 놓였던 빨강 모자를 늑대를 뱃속에 쑤셔 넣은 돌멩이들을 그녀는 지독하게 목이 마르다 우물 바닥에 한없이 가라앉는다 일어설 수가 없다 한때 배꽃이었고 종달새였다가 풀잎이었기에 그녀는 이제 늙은 여자다 징그러운 추악하기에 아름다운 늙은 주머니다 - 최정례, 「붉은 밭」 전문(창비, 2001) 감상 오래되어 낡은 것에서, 시든 것에서, 허름해진 것에서, 주름 깊은 것에서 시간을 거슬러 갈 수만 있다면, 빛나는 장롱과 금방 피어오른 꽃과 깨끗하게 잘 접어진 손수건과 얼굴 고운 소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눈에 보이는 단면으로 전체를 판단한다.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모든 존재는 한때 가장 아름다운 과거가 있었다. 오래된 모든 유물이 감동을 주는 것은 과거의 아름다움과 사연을 지녔기 때문이다. 지금 이가 빠져 잇몸이 드러나고 얼굴에 생기가 빠져 주름이 깊게 파인 늙은 여자가 당신 앞에 있다면 그녀에게서 소녀를 보고 그녀에게서 수정 같은 눈을 보도록 하라. 당신의 어머니에게서 사랑을 느끼는 것처럼, 낡고 허름한 것에서 과거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는 마음의 귀를 열어 보라. 그럴 수 있다면, 당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그리고 당신이 바라보는 보는 모든 존재가 얼마나 귀한지를 알게 될 것이다. 실제 당신의 행복이 여기서부터 출발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도신/서광사 주지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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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4-12
  • 일본의 온천 벳부에서의 추억
    지금으로부터 26년 전인 1996년 4월에 온천의 일번지 벳부로 여행을 갔었다. 처음으로 가보는 일본 여행이라 미지의 나라를 가본다는 것이 많은 기대와 설렘이 앞서는 사이 아시아나 항공기는 순식간에 서울 상공을 지나 어느새 우리 조국의 남쪽 끝 상공을 지나고 있었다. 우리는 후쿠오카 공항에 무사히 도착하여 입국 수속을 마치고 공항 검색대를 나오니, 시원한 이마에 길고 아름다운 목선, 맑고 깨끗한 눈이 매우 매력적인 현지 가이드가 밝게 웃으며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둥근 얼굴에 균형 잡힌 이목 구미, 그리고 긴 목과 단정한 몸매가 여성 적이면서도 우아함을 풍기는 가이드를 따라 후쿠오카 공항을 나왔다. 점심 식사 후 일행을 태운 버스는 오이타현 벳부(別府 : BEPPU)를 향해 달렸다. 가이드는 한국인 유학생으로 빼어난 미모에다가 키도 훤칠하니 말도 잘하여 호감이 가는 젊은 여성이었다. 발랄하고 영롱한 눈동자를 소유한 그녀는 “일본은 혼슈(本州), 시코쿠(四國), 규슈(九州), 훗카이도(北海島) 4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환태평양 지진 대상에 놓여있어 화산 활동이 활발하고 전국각지에는 온천지가 산재해 있다.”고 장황하게 설명하였다. 늘 상냥하면서도 젊고 매력적이던 그녀는 조금은 수줍은 듯, 조금은 우아한 미소를 머금은 듯 은쟁반에 구술이 굴러 가는 듯한 예쁜 목소리를 소유하고 있었다. 티 없이 맑은 눈빛, 고운 음성과 아름다운 미소가 항 상 내 귓전에 맴돌았다. 일본의 도로 주변은 시설이 깔끔하고 깨끗하게 이정표와 주변이 잘 정리되어 있었다. 얼마 후 일행은 오이타현 벳부에 오자 여기저기 산과 들에는 김이 무럭무럭 올라 오는 것을 보니 온천지대임을 절실히 실감 할 수가 있었다. 우리는 오후 5시 25분에 벳부시내에 있는 천연기념물인 회오리 지옥을 관광하였다. 이곳 다쓰마끼(龍拳) 지옥은 천연의 간헐천으로써 25분마다 시간을 두고 분출하였다. 간헐천의 주기적인 분출구조는 지하의 수압과 비등온도와의 미묘한 관계에 의하여 일어난다고 하니 참으로 신기했다. 4월 25일 다음 날, 아침 식사 후 벳부의 우미치곡구(海地獄)와 피지옥이라는 온천지를 관람하였는데 노천에서 100℃ 정도 의 온천이 솟아 김이 무럭무럭 올라가는 모습, 이 뜨거운 물에 계란을 삶아 팔았으며 온천이 파란색(해진옥)과 붉은색(피지옥)으로 되어 있었다. 벳부시는 오이타현 제2의 도시이지만 인구는 많지 않았다. 벳부에는 성분이 다른 온천을 8개 지역으로 나눠서 벳부 하토라고 하는데, 4월에는 벳푸 하토 온천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이렇게 4박 5일의 짧은 여행 일정을 모두 마치고 그동안 안내를 맡았던 금하영(琴夏榮) 가이드와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나눈 뒤 후쿠오카 국제공항에서 간단한 출국 수속을 마치고 아시아나 항공편으로 무사히 귀국하였다. 짧은 기간동안 일본의 모든 것을 배우고 느낀다는 것은 무리였지만 첫째, 교통사고가 없는 나라이며 개인보다는 집단을 먼저 생각하는 사고방식 등이 건전하다는 것과 둘째, 국가나 기업은 부유하지만 봉급생활자나 서민층은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이렇게 해서 잊지 못할 일본 여행길에서 성숙의 탑에 또 하나의 돌을 쌓는 기회가 되었고, 내 인생의 한 페이지에 아름다운 기록으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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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4-05
  • 도신의 그대를 위한 詩 -5-
    아버지 뼈를 뿌린 강물이 어여 건너가라고 꽝꽝 얼어붙었습니다 그 옛날 젊으나 젊은 당신의 등에 업혀 건너던 냇물입니다 ─ 손택수, 「담양에서」 전문 [감상] 유튜브를 통해 보게 된 감동 영상 한 토막이다. 내용은 아들이 심장이식을 해야 하는데 구하지 못하다가 자신의 심장을 이식해 주기로 하고 아들에게 마지막 영상을 남긴 아버지의 이야기이다. “나의 아들, 아버지가 널 위해 새 심장을 찾았단다. 몇 가지만 너에게 당부할게. 언제나 엄마 말에 귀 기울여다오. 엄마는 너의 가장 친한 친구잖니. 가족은 정말 소중하단다. 그리고 여자들, 음… 넌 아직 너무 어리단다. 하지만 언젠가 때가 되면 그들을 공주처럼 대해주렴. 왜냐하면 그들은 그럴만한 존재거든. 만약 네가 무엇인가 할 거라고, 만약 네가 무엇인가 할 거라고 말하면 꼭 그것을 하렴. 네 말은 중요하니까 말이야. 또 만약 네가 돈을 벌 기회가 생기면 부딪쳐보렴. 어쩌다 네가 돈을 많이 벌게 되어도 아빠 같은 바보는 되지 마. 돈으론 모든 것이 쉽단다. 담배를 피우지 마렴. 약도 하지 마. 부디 친절하고 정직하게 살려고 노력해다오. 만약 누군가 너를 다치게 하려고 하면 너 자신을 위해 남자답게 싸워. 나쁜 일들과 엮이지 마렴. 좋은 일들이 훨씬 더 많이 있단다. 아빠는 언제나 널 위해 여기 있을 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바로 여기… 나중에 보자 아들, 사랑해.” 아버지는 살면서 들려줘야 할 많은 이야기를 영상에 남겼다. 계속 눈물을 훔치며 말하는 그의 얼굴을 보면서 함께 울었다. 자신의 심장을 아들의 가슴에 심어주고 떠나는 심정이 어떠했을까? 가슴이 아리다. 세상의 아버지들은 자식을 향해 별로 말이 없지만, 자식을 위해서라면 자신을 전부 줄 준비가 되어 있다. “아버지 뼈를 뿌린 강물이”라고 시는 문을 연다. 화자의 아버지가 어느 계절에 타계를 해서 강물에 뼈가 뿌려졌는지는 뚜렷이 드러나지 않지만 겨울이 아님은 분명하다. “어여 건너가라고 꽝꽝 얼어붙었습니다.” 화자는 겨울 강을 건너고 있다. 아버지의 뼈가 뿌려진 강, 강물이 꽝꽝 얼어붙은 강을 건너면서 아버지의 뼈를 건너고 있다. 강을 건너게 하는 얼음처럼 생전에 말없이 화자를 지켜주었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절절히 흐른다. “그 옛날 젊으나 젊은 당신의 등에 업혀 건너던 냇물입니다.” 화자가 아주 어린 나이의 어느 때 젊은 아버지의 등에 업혀 꽝꽝 얼어붙은 강을 건넜던 기억을 하고 있다. 못 건너는 강을 건너게 해주는 얼음이 아버지에 비유된 이 시는, 아들의 생명을 이어주는 어느 아버지의 심장처럼 뜨겁고 진한 울림을 준다. 오직 사랑으로만 자식을 품고 부모의 은혜를 잊지 않는 세상이 되기를 시인은 바란다. 이것은 시인만의 바람이 아니라 필자의 바람이고 당신의 바람이기도 하다. 사랑이 아니고선 어떤 고민도, 어떤 갈등도 해결되지 않는다./도신 스님 서광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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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4-05
  • 생활쓰레기 누가 버릴까?
    서산지역 일부 하천변에 몰래 내다버린 생활쓰레기가 넘쳐나고 있어 하천 오염의 원인이 되고 있다. 특히 이들 하천이 쓰레기 투기의 주 대상이 되는 원인은 야간에 인적이 드물기 때문에 차량을 이용해 내다버리기 용이하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최근 서산지역 일부 하천 둑에는 쓰레기를 잔뜩 모아서 버리고 불에 태워 타다만 쓰레기들이 볼썽 사납게 널려 있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플라스틱통과 병, 음식물 쓰레기에 선풍기와 TV, 책상과 부서진 의자 등 분리 수거되어야만 될 결코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될 물건들이 아무렇게나 널려 있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것들은 보기 싫을 뿐만 아니라 하천의 오염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다. 물이 오염되면 우리 삶이 파괴된다. 음식은 없어도 견딜 수 있지만, 물이 없으면 잠시도 살 수 없다. 그리고 물은 우리 인간만이 아니라 다른 생물에도 반드시 있어야 하는 중요한 물질이다. 물이 오염되면 생태계의 질서도 무너진다. 물을 이용해 살아가는 생물들이 죽고 그 생물을 먹고사는 상위 개체가 죽고 그 자연환경을 이용해서 살아가는 인간의 삶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도도현상을 통해 생태계가 순환하지 않으면 인간의 삶이 얼마나 위험해지는지 경험하였다. 인도양의 모리셔스 섬에 서식했던 도도새는 자기를 위협하는 맹수가 없어서 날개가 퇴화하였는데, 17세기 포르투갈 사람들이 이 섬에 상륙하여 날지 못하는 도도새를 남획하여 마침내 절멸시켰다. 도도새가 사라지면서 그 새의 똥 속에서만 자라는 칼바리아 나무도 절멸하고 칼바리아 나무를 식생으로 삼았던 생물군과 인간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마침내 사람이 살 수 없는 환경으로 변하게 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물의 오염은 그것 자체로 끝나지 않는다. 물속에 사는 생물에 영향을 미치고 그 물을 통해 살아가는 작물에도 영향을 미치고 그 작물을 먹는 우리 인간들의 건강을 위협하기도 한다. 특히나 하천의 오염은 작물뿐만 아니라 강과 바다까지 오염시켜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작은 습관과 방심이 우리 사회를 망칠 수 있다. 쓰레기는 각기 제 몸집에 맞는 봉투에 담아서 처리하자. 순간의 이익에 취해 미래 우리 자손이 뛰어놀 놀이터가 되고 삶터가 되는 하천에 무분별하게 쓰레기를 버리지 말자. 하천은 스스로 정화할 능력이 있다. 자정 능력을 회복할 수 있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지역부=김명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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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3-30
  • 도신의 그대를 위한 詩 -4-
    등 서안나 등이 가려울 때가 있다 시원하게 긁고 싶지만 손이 닿지 않는 곳 그곳은 내 몸에서 가장 반대편에 있는 곳 신은 내 몸에 내가 닿을 수 없는 곳을 만드셨다 삶은 종종 그런 것이다. 지척에 두고서도 닿지 못한다 나의 처음과 끝을 한눈으로 보지 못한다 앞모습만 볼 수 있는 두 개의 어두운 눈으로 나의 세상은 재단되었다 손바닥 하나로는 다 쓸어주지 못하는 우주처럼 넓은 내 몸의 뒤편엔 입도 없고 팔과 다리도 없는 눈먼 내가 살고 있다 나의 배후에는 나의 정면과 한 번도 마주 보지 못한 내가 살고 있다 [감상] 내가 닿을 수 없는 나는 혹시 우주와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내가 한 번도 마주 보지 못한 내 속에 당신도 있고 그이도 있는 것이 아닐까? 자신의 몸을 우주의 크기로 넓히는 시인처럼 이미 우린 우주의 크기인지도 모른다. 우주의 크기이면서 좁쌀처럼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주처럼 팽창되어 있으면서 일 미터도 날아오르지 못하는 바보인지도 모른다. 내가 닿을 수 없는 나를 우주처럼 크게 늘리지는 않아도, 우주처럼 팽창시키지는 않더라도 그곳에 당신이 있고 그이도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러므로 내가 나를 생각하는 것처럼 당신이 나를 생각하고 그이가 나를 생각할 수는 없는 것일까? 당신과 그이의 몸에 상처가 나기 전에 내가 아프고, 나의 몸에 상처가 나기 전에 당신이 아프고 그이가 아플 수는 없는 것일까? 정말 내가 한 번도 마주 보지 못한 내 속에 당신이 있고 그이가 있다면 전쟁을 할 수 있을까? 사람이 사람을 해칠 수 있을까? 당신이 한 번도 마주 보지 못한 당신 속에 그이가 있음을 느낀다면 외로운 밤을 그이가 혼자 넘도록 내버려 둘 수 있을까…./도신 서광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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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3-29
  • 도신의 그대를 위한 詩
    빈의자 정호승 빈 의자는 오늘도 빈 의자다 빈 의자는 빈 의자일 때 가장 외롭지 않다 빈 의자는 빈 의자일 때 가끔 심장을 꺼내 햇볕에 말리고 의자에 앉았다 간 사람들이 놓고 간 더러운 지갑도 휴대폰도 꺼내 말린다 빈 의자는 오늘도 빈 의자에 앉았다 간 낙엽을 생각한다 빈 의자는 오늘도 빈 의자에 앉았다 간 첫눈을 생각한다 첫눈 위에 발자국을 몇 개 찍어놓고 간 산새를 생각한다 그 산새를 따라가며 빈 의자에 앉았다가 울고 간 사람을 생각한다 빈 의자는 비어 있기 때문에 의자다 빈 의자는 빈 의자일 때 가장 고독한다 빈 의자는 빈 의자일 때 가장 정의롭다 먼 데서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는 잠 빈 의자는 빈 의자일 때 당신을 가장 기다린다 시평 세상에 있는 의자들은 무언가를 자신의 무릎 위에 앉히려고 한다. 그것이 의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늘 무엇인가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삶의 방식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공원에 있는 빈 의자가 왜 반가운 것일까. 욕심내지 않는 사람이 왜 아름다워 보일까. 공원에 있는 빈 의자는 나도 앉을 수 있다는 안도감을 준다. 욕심 없는 사람들의 특징은 편안해 보인다는 건데 그들을 보면 정말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는 내가 가지고 있는 무엇도 뺏으려는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빈 의자의 또 다른 의미는 자기 자리를 말한다. 다른 의자와 달리 빈 의자로서의 자리를 지키는 의미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많은 사람이 피난을 택했다. 이것은 누구나 그럴 것이다. 살아야 한다는 본능은 모든 것에 우선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나라를 떠났던 우크라이나의 많은 남자가 나라를 지키기 위해 다시 들어가고 있다. 생사에서 삶을 우선하는 우리의 입장에선 이해 불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그들은 목숨을 지킬지라도 나라를 잃으면 앉을 곳이 없어진다는 것을 안 것이다. 이것은 삶의 무의미와 맞닿아 있다. 시인은 빈 의자를 말하고 있지만, 사실은 당신과 내가 우리의 자리에서 이탈하는 것을 염려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이 다 흔들려도 당신과 나는 우리 자리를 지켜야 한다./도신 서광사 주지스님
    • 오피니언
    • 기고
    2022-03-23
  • 신학기, 스마트한 학교폭력 주의보
    코로나가 연일 발생하는 요즘. 우리의 걱정과는 다르게 학생들은 정상적 등교를 하고 있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파출소 앞에는 중학교가 있는데, 하교 시간만 되면 부랴부랴 학원에 가려고 준비 중인 학생들, 스마트폰을 보며 무언가를 재밌게 보고 있는 학생 등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20년 전 아무 걱정 없던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부럽기도 하고, 애처로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내가 학교 다닐 때는 휴대폰이 많이 보급되었지만, 절반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사회가 발전됨에 따라 2022년도를 살고 있는 지금,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소지율은 거의 100%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러한 스마트폰은 이 시대의 절대적인 필수품이며, 우리의 삶을 바꿔놓은 문명의 이기임은 틀림이 없고, 어릴 때 들었던 “애들이 휴대폰이 뭐가 필요하냐” 라는 말은 이제 구시대적 표현이 되었다. 하지만 그 문명의 이기로 인하여, 지금 세대는 우리 세대가 겪어보지 못한 심각한 부작용을 겪고 있다. 이른바, 사이버불링(cyber bullying)이라 불리는 스마트폰 안에서 이루어지는 폭력행위로 사이버불링이란, 사이버(cyber)와 집단 따돌림을 뜻하는 불링(bullying)의 합성어로 이메일, SNS 등을 활용하여 개인에 대한 괴롭힘을 의미한다. 특히, 우리나라 국민이 주로 사용하는 카카오톡 메신저가 사이버불링의 주 무대가 되는데, 대표적으로 피해 학생을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으로 초대하여 욕설하거나, 사적 심부름을 시키고, 굴욕스러운 사진 등을 올려 수치심을 유발하는 괴롭히는 방법이 있고, 다른 한 가지로는 단체 대화방에 피해 학생을 애초에 없었던 투명 인간처럼 취급하면서 은근히 따돌려 자괴감을 주는 괴롭힘이 있다.이와 같은 보이지 않는 학교 폭력의 가장 큰 문제는 가해 학생들이 그들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오프라인 세상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행동의 제약이 없고, 장난이나 일상 소통으로 치부해 폭력행위라는 의식이 낮다는 것이며, 선생님, 부모님 등이 쉽게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이루어질 수 있고, 그들만의 대화방을 만들어 이야기를 주고받기 때문에 마치 케이지(cage) 안에 가둬놓고 일방적으로 폭력행위를 하는 것과 같다. 우리 모두 사회 모두가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많은 활동을 하지만, 모든 것을 다 발견하기는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경찰관이 아닌 인생 선배로서, 바라는 점은 혼자 끙끙 앓거나 고통을 받는 것보다 화면캡쳐 등을 활용하여 선생님이나 부모님, 학교전담경찰관 등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면 하는 점이며, 24시간 항상 열려있는 112나 117로 신고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말로 요청하기 어렵다면 #0117로 문자를 보내거나 인터넷 상담센터인 wee센터(학생위기상담 종합지원 서비스)로 상담요청을 하는 방법도 있으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겨우내 고뿔 앓던 대지가 숨을 몰아쉬고, 산과 들에는 봄이 왔음을 알리는 새싹들이 자라나듯 새학기를 시작하는 학생들에게 등교하기 싫은 학교, 기억하기 싫었던 학창 시절이 아니라 즐거운 학교생활, 추억이 가득했던 학창 시절이 되었으면 좋겠다./서산경찰서 성연파출소·경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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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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