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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신의 그대를 위한 詩 -5-

─ 손택수, 「담양에서」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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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2.04.05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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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뼈를 뿌린 강물이

어여 건너가라고

꽝꽝 얼어붙었습니다

 

그 옛날 젊으나 젊은

당신의 등에 업혀 건너던

냇물입니다

 

손택수, 담양에서전문

도신 스님.jpg

[감상]

유튜브를 통해 보게 된 감동 영상 한 토막이다. 내용은 아들이 심장이식을 해야 하는데 구하지 못하다가 자신의 심장을 이식해 주기로 하고 아들에게 마지막 영상을 남긴 아버지의 이야기이다.

나의 아들, 아버지가 널 위해 새 심장을 찾았단다. 몇 가지만 너에게 당부할게. 언제나 엄마 말에 귀 기울여다오. 엄마는 너의 가장 친한 친구잖니. 가족은 정말 소중하단다. 그리고 여자들, 넌 아직 너무 어리단다. 하지만 언젠가 때가 되면 그들을 공주처럼 대해주렴. 왜냐하면 그들은 그럴만한 존재거든. 만약 네가 무엇인가 할 거라고, 만약 네가 무엇인가 할 거라고 말하면 꼭 그것을 하렴. 네 말은 중요하니까 말이야. 또 만약 네가 돈을 벌 기회가 생기면 부딪쳐보렴. 어쩌다 네가 돈을 많이 벌게 되어도 아빠 같은 바보는 되지 마. 돈으론 모든 것이 쉽단다. 담배를 피우지 마렴. 약도 하지 마. 부디 친절하고 정직하게 살려고 노력해다오. 만약 누군가 너를 다치게 하려고 하면 너 자신을 위해 남자답게 싸워. 나쁜 일들과 엮이지 마렴. 좋은 일들이 훨씬 더 많이 있단다. 아빠는 언제나 널 위해 여기 있을 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바로 여기나중에 보자 아들, 사랑해.”

아버지는 살면서 들려줘야 할 많은 이야기를 영상에 남겼다. 계속 눈물을 훔치며 말하는 그의 얼굴을 보면서 함께 울었다. 자신의 심장을 아들의 가슴에 심어주고 떠나는 심정이 어떠했을까? 가슴이 아리다. 세상의 아버지들은 자식을 향해 별로 말이 없지만, 자식을 위해서라면 자신을 전부 줄 준비가 되어 있다.

아버지 뼈를 뿌린 강물이라고 시는 문을 연다. 화자의 아버지가 어느 계절에 타계를 해서 강물에 뼈가 뿌려졌는지는 뚜렷이 드러나지 않지만 겨울이 아님은 분명하다. “어여 건너가라고 꽝꽝 얼어붙었습니다.” 화자는 겨울 강을 건너고 있다. 아버지의 뼈가 뿌려진 강, 강물이 꽝꽝 얼어붙은 강을 건너면서 아버지의 뼈를 건너고 있다. 강을 건너게 하는 얼음처럼 생전에 말없이 화자를 지켜주었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절절히 흐른다.

그 옛날 젊으나 젊은 당신의 등에 업혀 건너던 냇물입니다.” 화자가 아주 어린 나이의 어느 때 젊은 아버지의 등에 업혀 꽝꽝 얼어붙은 강을 건넜던 기억을 하고 있다. 못 건너는 강을 건너게 해주는 얼음이 아버지에 비유된 이 시는, 아들의 생명을 이어주는 어느 아버지의 심장처럼 뜨겁고 진한 울림을 준다. 오직 사랑으로만 자식을 품고 부모의 은혜를 잊지 않는 세상이 되기를 시인은 바란다. 이것은 시인만의 바람이 아니라 필자의 바람이고 당신의 바람이기도 하다. 사랑이 아니고선 어떤 고민도, 어떤 갈등도 해결되지 않는다./도신 스님 서광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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