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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신의 그대를 위한 詩 -6-
    한때 아이였기 때문에 그녀는 늙었다 한때 종달새였고 풀잎이었기에 그녀는 이가 빠졌다 한때 연애를 하고 배꽃처럼 웃었기 때문에 더듬거리는 늙은 여자가 되었다 무너지는 지팡이가 되어 손을 덜덜 떨기 때문에 그녀는 한때 소녀였다 속삭였었다 쭈그렁 바가지 몇가닥 남은 허연 머리카락은 그래서 잊지 못한다 거기 놓였던 빨강 모자를 늑대를 뱃속에 쑤셔 넣은 돌멩이들을 그녀는 지독하게 목이 마르다 우물 바닥에 한없이 가라앉는다 일어설 수가 없다 한때 배꽃이었고 종달새였다가 풀잎이었기에 그녀는 이제 늙은 여자다 징그러운 추악하기에 아름다운 늙은 주머니다 - 최정례, 「붉은 밭」 전문(창비, 2001) 감상 오래되어 낡은 것에서, 시든 것에서, 허름해진 것에서, 주름 깊은 것에서 시간을 거슬러 갈 수만 있다면, 빛나는 장롱과 금방 피어오른 꽃과 깨끗하게 잘 접어진 손수건과 얼굴 고운 소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눈에 보이는 단면으로 전체를 판단한다.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모든 존재는 한때 가장 아름다운 과거가 있었다. 오래된 모든 유물이 감동을 주는 것은 과거의 아름다움과 사연을 지녔기 때문이다. 지금 이가 빠져 잇몸이 드러나고 얼굴에 생기가 빠져 주름이 깊게 파인 늙은 여자가 당신 앞에 있다면 그녀에게서 소녀를 보고 그녀에게서 수정 같은 눈을 보도록 하라. 당신의 어머니에게서 사랑을 느끼는 것처럼, 낡고 허름한 것에서 과거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는 마음의 귀를 열어 보라. 그럴 수 있다면, 당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그리고 당신이 바라보는 보는 모든 존재가 얼마나 귀한지를 알게 될 것이다. 실제 당신의 행복이 여기서부터 출발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도신/서광사 주지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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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4-12
  • 일본의 온천 벳부에서의 추억
    지금으로부터 26년 전인 1996년 4월에 온천의 일번지 벳부로 여행을 갔었다. 처음으로 가보는 일본 여행이라 미지의 나라를 가본다는 것이 많은 기대와 설렘이 앞서는 사이 아시아나 항공기는 순식간에 서울 상공을 지나 어느새 우리 조국의 남쪽 끝 상공을 지나고 있었다. 우리는 후쿠오카 공항에 무사히 도착하여 입국 수속을 마치고 공항 검색대를 나오니, 시원한 이마에 길고 아름다운 목선, 맑고 깨끗한 눈이 매우 매력적인 현지 가이드가 밝게 웃으며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둥근 얼굴에 균형 잡힌 이목 구미, 그리고 긴 목과 단정한 몸매가 여성 적이면서도 우아함을 풍기는 가이드를 따라 후쿠오카 공항을 나왔다. 점심 식사 후 일행을 태운 버스는 오이타현 벳부(別府 : BEPPU)를 향해 달렸다. 가이드는 한국인 유학생으로 빼어난 미모에다가 키도 훤칠하니 말도 잘하여 호감이 가는 젊은 여성이었다. 발랄하고 영롱한 눈동자를 소유한 그녀는 “일본은 혼슈(本州), 시코쿠(四國), 규슈(九州), 훗카이도(北海島) 4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환태평양 지진 대상에 놓여있어 화산 활동이 활발하고 전국각지에는 온천지가 산재해 있다.”고 장황하게 설명하였다. 늘 상냥하면서도 젊고 매력적이던 그녀는 조금은 수줍은 듯, 조금은 우아한 미소를 머금은 듯 은쟁반에 구술이 굴러 가는 듯한 예쁜 목소리를 소유하고 있었다. 티 없이 맑은 눈빛, 고운 음성과 아름다운 미소가 항 상 내 귓전에 맴돌았다. 일본의 도로 주변은 시설이 깔끔하고 깨끗하게 이정표와 주변이 잘 정리되어 있었다. 얼마 후 일행은 오이타현 벳부에 오자 여기저기 산과 들에는 김이 무럭무럭 올라 오는 것을 보니 온천지대임을 절실히 실감 할 수가 있었다. 우리는 오후 5시 25분에 벳부시내에 있는 천연기념물인 회오리 지옥을 관광하였다. 이곳 다쓰마끼(龍拳) 지옥은 천연의 간헐천으로써 25분마다 시간을 두고 분출하였다. 간헐천의 주기적인 분출구조는 지하의 수압과 비등온도와의 미묘한 관계에 의하여 일어난다고 하니 참으로 신기했다. 4월 25일 다음 날, 아침 식사 후 벳부의 우미치곡구(海地獄)와 피지옥이라는 온천지를 관람하였는데 노천에서 100℃ 정도 의 온천이 솟아 김이 무럭무럭 올라가는 모습, 이 뜨거운 물에 계란을 삶아 팔았으며 온천이 파란색(해진옥)과 붉은색(피지옥)으로 되어 있었다. 벳부시는 오이타현 제2의 도시이지만 인구는 많지 않았다. 벳부에는 성분이 다른 온천을 8개 지역으로 나눠서 벳부 하토라고 하는데, 4월에는 벳푸 하토 온천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이렇게 4박 5일의 짧은 여행 일정을 모두 마치고 그동안 안내를 맡았던 금하영(琴夏榮) 가이드와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나눈 뒤 후쿠오카 국제공항에서 간단한 출국 수속을 마치고 아시아나 항공편으로 무사히 귀국하였다. 짧은 기간동안 일본의 모든 것을 배우고 느낀다는 것은 무리였지만 첫째, 교통사고가 없는 나라이며 개인보다는 집단을 먼저 생각하는 사고방식 등이 건전하다는 것과 둘째, 국가나 기업은 부유하지만 봉급생활자나 서민층은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이렇게 해서 잊지 못할 일본 여행길에서 성숙의 탑에 또 하나의 돌을 쌓는 기회가 되었고, 내 인생의 한 페이지에 아름다운 기록으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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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4-05
  • 도신의 그대를 위한 詩 -5-
    아버지 뼈를 뿌린 강물이 어여 건너가라고 꽝꽝 얼어붙었습니다 그 옛날 젊으나 젊은 당신의 등에 업혀 건너던 냇물입니다 ─ 손택수, 「담양에서」 전문 [감상] 유튜브를 통해 보게 된 감동 영상 한 토막이다. 내용은 아들이 심장이식을 해야 하는데 구하지 못하다가 자신의 심장을 이식해 주기로 하고 아들에게 마지막 영상을 남긴 아버지의 이야기이다. “나의 아들, 아버지가 널 위해 새 심장을 찾았단다. 몇 가지만 너에게 당부할게. 언제나 엄마 말에 귀 기울여다오. 엄마는 너의 가장 친한 친구잖니. 가족은 정말 소중하단다. 그리고 여자들, 음… 넌 아직 너무 어리단다. 하지만 언젠가 때가 되면 그들을 공주처럼 대해주렴. 왜냐하면 그들은 그럴만한 존재거든. 만약 네가 무엇인가 할 거라고, 만약 네가 무엇인가 할 거라고 말하면 꼭 그것을 하렴. 네 말은 중요하니까 말이야. 또 만약 네가 돈을 벌 기회가 생기면 부딪쳐보렴. 어쩌다 네가 돈을 많이 벌게 되어도 아빠 같은 바보는 되지 마. 돈으론 모든 것이 쉽단다. 담배를 피우지 마렴. 약도 하지 마. 부디 친절하고 정직하게 살려고 노력해다오. 만약 누군가 너를 다치게 하려고 하면 너 자신을 위해 남자답게 싸워. 나쁜 일들과 엮이지 마렴. 좋은 일들이 훨씬 더 많이 있단다. 아빠는 언제나 널 위해 여기 있을 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바로 여기… 나중에 보자 아들, 사랑해.” 아버지는 살면서 들려줘야 할 많은 이야기를 영상에 남겼다. 계속 눈물을 훔치며 말하는 그의 얼굴을 보면서 함께 울었다. 자신의 심장을 아들의 가슴에 심어주고 떠나는 심정이 어떠했을까? 가슴이 아리다. 세상의 아버지들은 자식을 향해 별로 말이 없지만, 자식을 위해서라면 자신을 전부 줄 준비가 되어 있다. “아버지 뼈를 뿌린 강물이”라고 시는 문을 연다. 화자의 아버지가 어느 계절에 타계를 해서 강물에 뼈가 뿌려졌는지는 뚜렷이 드러나지 않지만 겨울이 아님은 분명하다. “어여 건너가라고 꽝꽝 얼어붙었습니다.” 화자는 겨울 강을 건너고 있다. 아버지의 뼈가 뿌려진 강, 강물이 꽝꽝 얼어붙은 강을 건너면서 아버지의 뼈를 건너고 있다. 강을 건너게 하는 얼음처럼 생전에 말없이 화자를 지켜주었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절절히 흐른다. “그 옛날 젊으나 젊은 당신의 등에 업혀 건너던 냇물입니다.” 화자가 아주 어린 나이의 어느 때 젊은 아버지의 등에 업혀 꽝꽝 얼어붙은 강을 건넜던 기억을 하고 있다. 못 건너는 강을 건너게 해주는 얼음이 아버지에 비유된 이 시는, 아들의 생명을 이어주는 어느 아버지의 심장처럼 뜨겁고 진한 울림을 준다. 오직 사랑으로만 자식을 품고 부모의 은혜를 잊지 않는 세상이 되기를 시인은 바란다. 이것은 시인만의 바람이 아니라 필자의 바람이고 당신의 바람이기도 하다. 사랑이 아니고선 어떤 고민도, 어떤 갈등도 해결되지 않는다./도신 스님 서광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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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4-05
  • 생활쓰레기 누가 버릴까?
    서산지역 일부 하천변에 몰래 내다버린 생활쓰레기가 넘쳐나고 있어 하천 오염의 원인이 되고 있다. 특히 이들 하천이 쓰레기 투기의 주 대상이 되는 원인은 야간에 인적이 드물기 때문에 차량을 이용해 내다버리기 용이하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최근 서산지역 일부 하천 둑에는 쓰레기를 잔뜩 모아서 버리고 불에 태워 타다만 쓰레기들이 볼썽 사납게 널려 있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플라스틱통과 병, 음식물 쓰레기에 선풍기와 TV, 책상과 부서진 의자 등 분리 수거되어야만 될 결코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될 물건들이 아무렇게나 널려 있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것들은 보기 싫을 뿐만 아니라 하천의 오염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다. 물이 오염되면 우리 삶이 파괴된다. 음식은 없어도 견딜 수 있지만, 물이 없으면 잠시도 살 수 없다. 그리고 물은 우리 인간만이 아니라 다른 생물에도 반드시 있어야 하는 중요한 물질이다. 물이 오염되면 생태계의 질서도 무너진다. 물을 이용해 살아가는 생물들이 죽고 그 생물을 먹고사는 상위 개체가 죽고 그 자연환경을 이용해서 살아가는 인간의 삶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도도현상을 통해 생태계가 순환하지 않으면 인간의 삶이 얼마나 위험해지는지 경험하였다. 인도양의 모리셔스 섬에 서식했던 도도새는 자기를 위협하는 맹수가 없어서 날개가 퇴화하였는데, 17세기 포르투갈 사람들이 이 섬에 상륙하여 날지 못하는 도도새를 남획하여 마침내 절멸시켰다. 도도새가 사라지면서 그 새의 똥 속에서만 자라는 칼바리아 나무도 절멸하고 칼바리아 나무를 식생으로 삼았던 생물군과 인간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마침내 사람이 살 수 없는 환경으로 변하게 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물의 오염은 그것 자체로 끝나지 않는다. 물속에 사는 생물에 영향을 미치고 그 물을 통해 살아가는 작물에도 영향을 미치고 그 작물을 먹는 우리 인간들의 건강을 위협하기도 한다. 특히나 하천의 오염은 작물뿐만 아니라 강과 바다까지 오염시켜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작은 습관과 방심이 우리 사회를 망칠 수 있다. 쓰레기는 각기 제 몸집에 맞는 봉투에 담아서 처리하자. 순간의 이익에 취해 미래 우리 자손이 뛰어놀 놀이터가 되고 삶터가 되는 하천에 무분별하게 쓰레기를 버리지 말자. 하천은 스스로 정화할 능력이 있다. 자정 능력을 회복할 수 있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지역부=김명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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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3-30
  • 도신의 그대를 위한 詩 -4-
    등 서안나 등이 가려울 때가 있다 시원하게 긁고 싶지만 손이 닿지 않는 곳 그곳은 내 몸에서 가장 반대편에 있는 곳 신은 내 몸에 내가 닿을 수 없는 곳을 만드셨다 삶은 종종 그런 것이다. 지척에 두고서도 닿지 못한다 나의 처음과 끝을 한눈으로 보지 못한다 앞모습만 볼 수 있는 두 개의 어두운 눈으로 나의 세상은 재단되었다 손바닥 하나로는 다 쓸어주지 못하는 우주처럼 넓은 내 몸의 뒤편엔 입도 없고 팔과 다리도 없는 눈먼 내가 살고 있다 나의 배후에는 나의 정면과 한 번도 마주 보지 못한 내가 살고 있다 [감상] 내가 닿을 수 없는 나는 혹시 우주와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내가 한 번도 마주 보지 못한 내 속에 당신도 있고 그이도 있는 것이 아닐까? 자신의 몸을 우주의 크기로 넓히는 시인처럼 이미 우린 우주의 크기인지도 모른다. 우주의 크기이면서 좁쌀처럼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주처럼 팽창되어 있으면서 일 미터도 날아오르지 못하는 바보인지도 모른다. 내가 닿을 수 없는 나를 우주처럼 크게 늘리지는 않아도, 우주처럼 팽창시키지는 않더라도 그곳에 당신이 있고 그이도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러므로 내가 나를 생각하는 것처럼 당신이 나를 생각하고 그이가 나를 생각할 수는 없는 것일까? 당신과 그이의 몸에 상처가 나기 전에 내가 아프고, 나의 몸에 상처가 나기 전에 당신이 아프고 그이가 아플 수는 없는 것일까? 정말 내가 한 번도 마주 보지 못한 내 속에 당신이 있고 그이가 있다면 전쟁을 할 수 있을까? 사람이 사람을 해칠 수 있을까? 당신이 한 번도 마주 보지 못한 당신 속에 그이가 있음을 느낀다면 외로운 밤을 그이가 혼자 넘도록 내버려 둘 수 있을까…./도신 서광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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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3-29
  • 도신의 그대를 위한 詩
    빈의자 정호승 빈 의자는 오늘도 빈 의자다 빈 의자는 빈 의자일 때 가장 외롭지 않다 빈 의자는 빈 의자일 때 가끔 심장을 꺼내 햇볕에 말리고 의자에 앉았다 간 사람들이 놓고 간 더러운 지갑도 휴대폰도 꺼내 말린다 빈 의자는 오늘도 빈 의자에 앉았다 간 낙엽을 생각한다 빈 의자는 오늘도 빈 의자에 앉았다 간 첫눈을 생각한다 첫눈 위에 발자국을 몇 개 찍어놓고 간 산새를 생각한다 그 산새를 따라가며 빈 의자에 앉았다가 울고 간 사람을 생각한다 빈 의자는 비어 있기 때문에 의자다 빈 의자는 빈 의자일 때 가장 고독한다 빈 의자는 빈 의자일 때 가장 정의롭다 먼 데서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는 잠 빈 의자는 빈 의자일 때 당신을 가장 기다린다 시평 세상에 있는 의자들은 무언가를 자신의 무릎 위에 앉히려고 한다. 그것이 의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늘 무엇인가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삶의 방식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공원에 있는 빈 의자가 왜 반가운 것일까. 욕심내지 않는 사람이 왜 아름다워 보일까. 공원에 있는 빈 의자는 나도 앉을 수 있다는 안도감을 준다. 욕심 없는 사람들의 특징은 편안해 보인다는 건데 그들을 보면 정말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는 내가 가지고 있는 무엇도 뺏으려는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빈 의자의 또 다른 의미는 자기 자리를 말한다. 다른 의자와 달리 빈 의자로서의 자리를 지키는 의미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많은 사람이 피난을 택했다. 이것은 누구나 그럴 것이다. 살아야 한다는 본능은 모든 것에 우선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나라를 떠났던 우크라이나의 많은 남자가 나라를 지키기 위해 다시 들어가고 있다. 생사에서 삶을 우선하는 우리의 입장에선 이해 불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그들은 목숨을 지킬지라도 나라를 잃으면 앉을 곳이 없어진다는 것을 안 것이다. 이것은 삶의 무의미와 맞닿아 있다. 시인은 빈 의자를 말하고 있지만, 사실은 당신과 내가 우리의 자리에서 이탈하는 것을 염려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이 다 흔들려도 당신과 나는 우리 자리를 지켜야 한다./도신 서광사 주지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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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3-23
  • 신학기, 스마트한 학교폭력 주의보
    코로나가 연일 발생하는 요즘. 우리의 걱정과는 다르게 학생들은 정상적 등교를 하고 있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파출소 앞에는 중학교가 있는데, 하교 시간만 되면 부랴부랴 학원에 가려고 준비 중인 학생들, 스마트폰을 보며 무언가를 재밌게 보고 있는 학생 등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20년 전 아무 걱정 없던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부럽기도 하고, 애처로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내가 학교 다닐 때는 휴대폰이 많이 보급되었지만, 절반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사회가 발전됨에 따라 2022년도를 살고 있는 지금,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소지율은 거의 100%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러한 스마트폰은 이 시대의 절대적인 필수품이며, 우리의 삶을 바꿔놓은 문명의 이기임은 틀림이 없고, 어릴 때 들었던 “애들이 휴대폰이 뭐가 필요하냐” 라는 말은 이제 구시대적 표현이 되었다. 하지만 그 문명의 이기로 인하여, 지금 세대는 우리 세대가 겪어보지 못한 심각한 부작용을 겪고 있다. 이른바, 사이버불링(cyber bullying)이라 불리는 스마트폰 안에서 이루어지는 폭력행위로 사이버불링이란, 사이버(cyber)와 집단 따돌림을 뜻하는 불링(bullying)의 합성어로 이메일, SNS 등을 활용하여 개인에 대한 괴롭힘을 의미한다. 특히, 우리나라 국민이 주로 사용하는 카카오톡 메신저가 사이버불링의 주 무대가 되는데, 대표적으로 피해 학생을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으로 초대하여 욕설하거나, 사적 심부름을 시키고, 굴욕스러운 사진 등을 올려 수치심을 유발하는 괴롭히는 방법이 있고, 다른 한 가지로는 단체 대화방에 피해 학생을 애초에 없었던 투명 인간처럼 취급하면서 은근히 따돌려 자괴감을 주는 괴롭힘이 있다.이와 같은 보이지 않는 학교 폭력의 가장 큰 문제는 가해 학생들이 그들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오프라인 세상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행동의 제약이 없고, 장난이나 일상 소통으로 치부해 폭력행위라는 의식이 낮다는 것이며, 선생님, 부모님 등이 쉽게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이루어질 수 있고, 그들만의 대화방을 만들어 이야기를 주고받기 때문에 마치 케이지(cage) 안에 가둬놓고 일방적으로 폭력행위를 하는 것과 같다. 우리 모두 사회 모두가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많은 활동을 하지만, 모든 것을 다 발견하기는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경찰관이 아닌 인생 선배로서, 바라는 점은 혼자 끙끙 앓거나 고통을 받는 것보다 화면캡쳐 등을 활용하여 선생님이나 부모님, 학교전담경찰관 등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면 하는 점이며, 24시간 항상 열려있는 112나 117로 신고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말로 요청하기 어렵다면 #0117로 문자를 보내거나 인터넷 상담센터인 wee센터(학생위기상담 종합지원 서비스)로 상담요청을 하는 방법도 있으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겨우내 고뿔 앓던 대지가 숨을 몰아쉬고, 산과 들에는 봄이 왔음을 알리는 새싹들이 자라나듯 새학기를 시작하는 학생들에게 등교하기 싫은 학교, 기억하기 싫었던 학창 시절이 아니라 즐거운 학교생활, 추억이 가득했던 학창 시절이 되었으면 좋겠다./서산경찰서 성연파출소·경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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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3-17
  • 도신의 그대를 위한 詩
    진달래 (박종국) 벼랑 끝에 피었다누구도 꺾지 못할 곳에 활짝 피었다 절벽의 틈새마다 뿌리내린 침묵은날개를 펼치고 적막은 절벽을 감싸고 도는 사랑의 눈짓 따라 꽃잎은 피어나고뜨겁게 달아올라 불타는, 죽음을 무릎 쓰는 몸짓은 제 목숨보다 선명한 색깔을 만들고색깔의 그늘이 슬픔이 사랑을 만들어 가는 소리 소리 없는 아우성같이사람보다 사람같이 뭉게뭉게 피어나는 삶의 소리가 소리를 감싸고 도는진달래, 진달래꽃이 활짝 피었다 [시평] 진달래의 꽃말은 ‘사랑의 즐거움’ 또는 ‘사랑의 절제’이다. 시인의 시선을 따라가면 사랑의 즐거움이 누구도 꺾을 수 없는 벼랑 끝에서 피었다. 그것도 절벽의 틈새마다 굳건한 의지를 뿌리로 내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꽃을 피워냈다. 누구의 도움 없이 자력으로 환경을 자기 것으로 일궈 생의 터전을 만들고 그곳에 뿌리를 내려 꽃을 피워냈다. 박종국 시인의 시 「진달래」에서 KO승을 멈추지 않았던 의족의 복서 ‘크레이크보자노프스키’가 연상되는 것은 우연만은 아니다. 오토바이 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잃은 보자노프스키는 시카고 출신의 촉망받는 복서였다. 그는 절망의 벽에서 좌절을 선택하지 않고 의지의 의족을 선택했다. 매주 10마일 이상의 조깅과 90마일 이상의 자전거 타기로 맹훈련을 했다. 18개월 후 다시 링 위에 선 보자노프스키는 일반 대회에서 KO승을 거둔다. 그 후 14연승이라는 대 기록을 세웠다. 절망의 벽에서 용기 있게 좌절의 반대를 선택하여 성공을 이루어 냈다. 사는 즐거움, 삶의 기쁨을 만들어 냈다. 벼랑 끝 진달래가 진한 색깔과 향기로 그대에게 노래한다, 생각을 바꾸라고. 그대를 위한 진달래의 함성이 들리지 않는가. 그대 서 있는 곳이 벼랑 끝일지라도 희망을 버리지 말라고, 반드시 기회가 올 것이라고. /서광사 주지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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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3-15
  • 도신의 그대를 위한 詩
    환경오염자 –거리두기- 김금용 겨울비 내리자 안방엔 겨울옷 가방이 두세 개 문간방엔 여름옷 정리함이 널브러진다 이십 년째 버리지도 입지도 않는 옷들 집어넣었다 꺼냈다 반복하는 서랍들 썩지도 줄지도 않는 쓰레기들 내가 환경오염자다 내가 공해다 내가 지구 목을 조르는 마티팔로, 무화과나무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산다는 게 짐을 쌓는 것이 아닐까, 싶은 때가 있다. 계절에 맞는 옷을 찾기 위해 장롱을 열어보거나 필요한 무엇인가를 찾으려고 서랍이나 수납장을 열었을 때이다. 눈으로는 다 필요해서 모아두고 쌓아둔 것들인데 어떤 옷과 물건들은 십 년이나 이십 년이 넘도록 잊어버리고 쓰지 못한 것들이 빼곡하다. ‘그래, 언제 한번 정리하자’ 해놓고 또 잊어버리면 몇 년이 훌쩍 지난다. 요즘 코로나19로 ‘거리두기’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번져있다. 바이러스로부터 전염과 감염을 예방하자는 뜻이고 실제로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바이러스하면 언뜻 떠오르는 것이 오염이다. 오염이란 말은 더럽게 물들거나 물들게 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것은 깨끗한 것이 상한다는 의미가 있다. 친환경적인 삶을 말하는 것은 상하는 것으로부터 자연을 보호하자는 것인데 환경이 오염되면 인간의 생명과 건강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화자는 정리되지 않은 짐과 쌓여 있는 옷들 속에서 오염을 생각한다. 버릴 것을 버리지 못하고 정리할 것을 정리하지 못한 것을 환경오염으로 본 것이다. 화자는 정리하지 못한 옷가지만 말한 것이 아니라 마음의 오염까지도 말하고 있는데 3연의 “지구 목을 조르는 마티팔로, 무화과나무”로 자신을 지구의 저주라고 규정하고 있다. 무화과나무가 그것인데 저주란 마음이 상했을 때 생기는 것으로써 정리되지 않고 버려지지 않은 복잡한 생각을 토양으로 올라오는 독버섯과 같은 것이다. 시인은 시를 통해 ‘불필요한 것과 생각을 제때에 버리는 것이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잘 버릴 줄 알아야 단순해지고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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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3-08
  • 안평대군이 노닐던 꿈속은 우리의 도원이었다
    우리 민족은 1945년 일제의 압제를 벗어나 해방을 맞은 이래 인구 5천만, 국민소득 3만불 시대를 열었고 2020년에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이사회에서 선진국 그룹에 포함되는 등 국제사회에서 그 위상을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세계사의 유례 없는 경제발전과 민족적 번영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는 아직 해결하지 못한 미완의 역사가 남아 있다. 과거 이민족의 침입에 맞서 싸우고 일제의 탄압을 이겨내는 동안 불법‧부당하게 수탈당해 오늘날까지도 고국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우리 문화재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조사에 따르면 해외에 흩어져 있는 우리 문화재는 25개국에 21만4천여 점에 달한다. 이 중 44% 정도가 일본에서 서글픈 타향살이를 계속하고 있다. 1945년 해방 이후 환수 또는 임대의 형식으로 우리 품으로 돌아온 문화재는 불과 1만여 점에 불과하다. 김홍도, 장승업과 함께 우리나라 3대 화상으로 손꼽히는 현동자 안견 선생의 작품 ‘몽유도원도’ 또한 400여 년 전 임진왜란의 동란 속에서 약탈당하는 아픔을 겪은 우리 문화재이다. 몽유도원도는 세종의 아들인 안평대군이 꿈에서 본 무릉도원을 당대 최고의 화가였던 안견 선생에게 그리게 한 작품으로 500년이 지난 지금도 시조와 서예, 그림의 세 가지 예술이 어우러진 시각예술의 최고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안평대군이 제목과 시, 글을 쓰고 신숙주, 김종서, 박팽년 등 당대의 명문장가 21명이 찬시를 쓴 것으로 유명하다. 몽유도원도는 임진왜란 이후 4백여 년간 일본에 비장(秘藏)돼 왔으며 현재는 일본의 국보로 지정돼 일본 덴리시 덴리대학 중앙도서관에 소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몽유도원도 반환을 위한 움직임은 1990년대 초 지역 인사를 중심으로 민간차원에서 촉발되었으나 한일 관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각계의 우려에 따라 이후 활동이 중단되기에 이른다. 1991년 일본 덴리시와 자매결연을 맺은 서산시는 몽유도원도의 반환을 지속적으로 요청했지만 2000년대 초 몽유도원도 영인본을 제공받는 데 그쳤다. 몽유도원도는 임진왜란이라는 혼란을 틈타 불법 반출된 명백한 우리 문화재로서 우리 민족의 고유한 정체성과 문화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문화유산이다. 유네스코의 협력기관인 국제박물관협의회(ICOM) 전문가 회의에서 촉구한 ‘원산국의 기원과 문화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문화재를 원산국에 반환하라’(1978, 세네갈 다카르)는 원칙에 비추어 본다면, ‘몽유도원도’는 원산국인 대한민국에 반환되어야 하며, 그러한 조치만이 유네스코 정신에도 부합한다. 이제는 정부가 몽유도원도 반환을 위해 유네스코 및 국제박물관협의회 등과 연대하고 불법 반출의 역사적 진상 규명 등 적극 노력해야 할 때이다. 또 일본정부는 한‧일 양국의 우호적인 발전과 전향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관계 구축을 위해 몽유도원도 반환에 적극 나서야만 한다. 머지않은 장래에 안평대군이 꿈속에서 노닐 던 도원이 있는 이 곳 우리 땅에서 몽유도원도를 보고 감동에 젖을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안원기 서산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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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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