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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나인가요?

김풍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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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2.11.09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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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만 해도 끔찍하고 안타까운 일이 지난날 29일 밤에 일어났습니다. 이태원 핼러윈 축제의 거리가 참혹한 비극의 현장으로 변했습니다. 156명의 꽃다운 청춘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습니다. 유가족에게 무슨 말로 그 슬픔을 위로할 수 있을까요.

살다 보면 별 기막힌 일도 만납니다. 교통사고, 화재, 불치병이나 혈육의 죽음, 이런 일들을 우리의 주위에서 자주 목격합니다. 그래도 잠시 안됐다. 불쌍하다는 마음이 들지만, 시간이 지나면 곧 잊어버리고 맙니다. 그러나 그 일이 남이 아닌 나에게 현실로 닥쳐올 때의 심정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절망과 비통함이 파도처럼 밀려와 몸과 마음을 가눌 수조차 어렵게 합니다. 그때 누구나 하늘을 향하여 “왜 하필, 나인가요?”라며 절규합니다.

미국 대통령이 조 바이든으로 확정되었을 때, 그의 이력이 많은 신문에 소개되었습니다. 그는 결코 평탄한 삶을 살아 온 정치인이 아니었습니다. 그의 어릴 때는 말더듬이로 고생했고 29세의 젊은 나이에 상원의원에 당선되었지만, 그해 크리스마스 즈음에 교통사고로 아내와 딸을 잃고 두 아들도 크게 다쳐 상원의원마저 포기할 뻔했으나 다시 일어서 결국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잃고 실의에 빠져 있을 때, 그를 일으켜 세운 건 아버지(조셉 바이든 시니어)가 건네준 하나의 액자였다고 했습니다. 그 액자는 ‘딕 브라운’이 그린 만화의 한 컷이었습니다. 바이킹‘헤이’의 배가 폭풍우 속에 벼락을 맞아 좌초하자 신을 향해 원망하며 하늘을 향해“왜 하필 나인가요?”(Why Me?) 그러자 신은 그에게 되물었습니다. “왜, 넌 안되지?”(Why not?)

나는 똑같은 이야기를 김동호 목사님의 설교에서 들었습니다. 김동호 목사님은 개신교에서 성공한 목사님입니다. 그 목사님이 암 선고를 받고 처음 들었던 마음은 “왜 하필 나에게?”라고 했습니다. 일생을 최선을 다하여 하나님의 사역을 하다 은퇴하여 겨우 평안한 삶을 살아보려 했는데 “왜 하필 나인가요?” 하나님께 부르짖다가 문득 들려오는 음성을 들었다고 합니다. “왜 너는 안되지?”

오래전에 태안 장로교회에서 부흥회가 있다고 해서 참석한 적이 있었습니다. 세월이 많이 지났어도 그 목사님의 간증이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그 목사님은 며칠 전에 갑자기 스물한 살 된 딸을 천국으로 보내 놓고 너무 힘들어 부흥회를 포기할까 하다가, 하나님과 성도들과의 약속이 중요하다 생각되어 집을 나섰다고 했습니다. 마음이 변할까 싶어 조금 일찍 태안에 내려왔다고 했습니다. 심란하여 태안 시내를 둘러보았다고 했습니다. 여전히 딸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고. 하늘을 보며 외쳤다고 했습니다. “하나님, 왜 하필 내 딸을 데려가셨나요?”

교회 부근을 배회하다가 처음 보는 아름다운 꽃 한 송이를 발견했는데 순간 꺾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때, 문득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들려온 음성“네 딸이 너무 예뻐 내가 먼저 데려왔단다.” 이제는 원망이 감사로 바뀌고 슬픔이 변하여 기쁨이 되었노라고 말했습니다.

이 세상은 천국이 아닙니다. 만일 이 세상이 천국이라면, 하나님은 따로 천국을 만들지는 않으셨을 겁니다. 세상을 흔히 고해(苦海)라 합니다. 온갖 슬픔과 고통과 고난이 넘실거리는 바다. 그 바다를 우리는 인생이란 배를 타고 항해합니다. 화창한 봄날처럼 포근하다가도 때로는 사나운 폭풍우를 만납니다. 어찌 날마다 좋은 일만 있겠습니까? 그때 우리는 대부분 두 가지 반응을 합니다. 하나는 하늘을 원망하며 인생을 원망하며 쓰러지고 마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남에게 닥쳤으니 나도 닥치는 게지.’라며 다시 일어서는 것입니다. 물론, 말처럼 그렇게 쉬운 건 아닙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낙심하고 좌절하며 슬픔에 잠겨 있다고 이미 벌어진 상황을 돌이킬 수는 없습니다. 자식을 잃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했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잘못을 지적하고 온통 책임은 남에게 있는 듯 비난하고 있습니다. 매번 참사 때마다 되풀이되는 모습입니다. 조용히 스스로 돌아보며 고귀한 생명이 남겨준 교훈을 새겨볼 때입니다. 나는 김수용 시인의 詩 ‘풀’을 즐겨 애송합니다.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바람이 자빠뜨리고 넘어뜨려도 오뚝이처럼 빨리 일어나는 풀. 다시 한 번 유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시인·소설가·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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