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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6.04.06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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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교육시대와 직업정치인 

직장인들의 평균 재직기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더 많은 월급, 더 좋은 복지조건, 더 좋은 근무환경을 찾아서 사람들은 몇 년을 주기로 직장을 옮겨 다닌다. 얼마 전 만난 한 의류회사 CEO의 말에 따르면 사무직을 제외하면 디자이너나 마케터들은 1년 이상 붙잡아두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물론 거꾸로 이야기하면 한 번 배운 지식이나 기술로 평생을 울궈먹을 수 있는 좋은 시절이 다 지나가고 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직장만 옮겨 다니는 것은 아니다. 휴대폰과 인터넷 등 디지털 기반의 소통 도구들이 생활 깊숙이 침투하면서 시간의 이용에서 자유로워졌다. 끊임없이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면서도 언제나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게 되었다.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벗어나 늘 이동하는 삶이 시작된 것이다.

프랑스의 자크 아탈리는 이런 현대인의 특성은 노마드(nomad)라고 정의했다. 노마드는 유목민이라고 번역할 수가 있는데, 철학자 들뢰즈가 주창한 노마디즘(nomadism)에 따르면 기존 가치와 질서를 거부하고 유목민처럼 새로운 장소로 이동하면서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노마드들의 특징이다. 20세기말에는 이런 노마드들이 디지털 도구로 무장한 일부 신세대를 뜻하는 말이었지만 이제는 현대인 모두의 특징이 되고 있다.

그런데 노마드 시대의 또 다른 특징이 바로 평생 교육이다. 벌써 10여년 전부터 평생교육시대라는 말이 유행했지만 사실은 좀 허울뿐인 면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직장인 3명중 1명 이상이 직장과 공부를 겸하는 샐러던트(봉급생활자를 뜻하는 샐러리맨(sallaryman)과 학생인 스튜던트(student)를 결합한 신조어)가 되고 있고 새로운 직장을 구하거나 창업을 하기 위해서는 교육을 받아야 하는 오늘의 현실은 말 그대로 평생교육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노마드들이 새로운 도전과 이직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연결고리가 바로 직업, 언어, 기술 등에 대한 지식이고, 그래서 그야말로 평생교육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이런 평생교육시대, 즉 언제나 배움으로부터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시대가 오고 있음에도 예외가 하나 있으니 바로 정치인이라는 직업의 세계다. 왜 정치에 입문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교육, 아니 그 흔한 사교육 학원 하나가 없단 말인가?

생각해볼수록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서산시만 해도 2006년 예산이 무려 3천801억여원에이르는데 이 예산을 집행하고 심의하고 비판할 정치인들 중에 직업정치에 대한 교육을 받은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이 정도 중요한 일을 하려면 전문경영인을 위한 MBA과정처럼 2년까지는 아니더라도 못해도 두달은 교육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닐까?

이번 지방선거는 유급화 정책으로 인해 지방 정치지망생들이 ‘봉사’가 아닌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는 첫걸음이다. 서산시만이라도 지역민들이 합심해서 지역정치인을 위한 재교육센터라도 하나 만들고, 정치전문가들을 강사로 내세워 후보자나 당선자들에게 정치인으로서 직업교육을 실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최소한 직업윤리만이라도 확실하게 교육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중앙측량설계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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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문위원 논단】평생교육시대와 직업정치인||정영권/서산문화센터 대표/자문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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