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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3.06.06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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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호수공원 ‘문화시설 용지’에 도서관건립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사연을 불러냄이 과연 적정한지 망설임이 없지 않다. 10여 년 전, 그 땅에는 어린이도서관, 청소년수련관, 여성회관 등 4개 시설을 건립하기로 하였으나 ‘장래를 위하여’ 아껴두고자 예정지를 다른 곳으로 변경했다. 이 시설들을 따로따로 세우는 것은 부지 활용이나 관리면 등에서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어린이도서관과 청소년수련원은 주변 환경으로 볼 때 적절치 않다는 의견도 제기되었다. 그리하여 이 문화시설 용지에는 다수의 시민들이 이용하고 서산을 상징할 만한 시민회관이나 종합문화예술회관 등 다목적시설을 짓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결론지었다.

 

이에 따라 다른 지역을 물색하게 되었고, 서령로 변에 현재의 문화복지센터를 건립하게 된 배경이다.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극복하며 호수공원 땅을 보존하게 된 것이다. 그러한 목적과 이유가 지금도 유효한지 아닌지는 견해가 다를 수 있겠으나, 애초 예정대로 사업을 시행했더라면 오늘의 상황은 없을 것이라는 추측까지 하게 된다.

 

중앙호수공원 옆 문화시설 용지는 누가 보아도 탐나는 노른자위다. 옛날 버려지다시피 했던 저수지를 중심으로 주변 지역을 개발하니 ‘상전벽해’로 탈바꿈됐다. 호수를 둘러싸고 상가와 택지가 조성되고 공원이 만들어졌다. 시민들이 가장 즐겨 찾는 장소이고 외지인들에게도 알려진 명소가 되었다. 한편 ‘어금니처럼 아껴서’ 지금의 공간으로 남겨 둔 문화시설 용지는 어떤 시설이 들어가도 좋은 요지이다. 그런 여건을 활용하여 도서관 건립 예정지로 결정하였다고 이해한다.

 

현재 제기되는 논란의 중점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입지와 관련된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전임 시장 때 결정된 사업을 변경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 자리에 지어야 한다는 측에서는, 접근성이나 이용 편의성 면에서 볼 때 적지이며 이미 이곳에 세우기로 결정된 만큼 변경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한편 변경하여야 한다는 측의 주장은 주변이 술집과 노래방 등 유흥가로 형성되었고 많은 사람이 모여 운동, 공연, 집회하는 곳으로 학습권과 지식 탐구권을 저해 받는 부적절한 입지로써 다른 곳을 선정하여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두 가지 관점에서 짚어본다.

첫째 도서관 건립 용지로써의 적정성 문제다. 사람이 생활하는 데는 사회적 여건, 자연적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어떤 시설의 입지를 선정할 때도 기준과 방점을 어디에 두어야 할 것인가는 상황에 따라 시각을 달리할 수 있다. 도서관의 경우, 이용자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중점으로 볼 것인지, 도서관 특성에 걸맞은 환경을 갖추고 시민과 학생들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을 선택하여야 하는지를 살펴야 하는 것이다. 먼저 도서관 건립 용지로 현재 호수공원을 최적지라고 볼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또한 과연 다른 곳에서는 좋은 입지를 찾을 수 없는 유일한 곳인가 하는 면도 그렇다. 하지만 꼭 그렇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더구나 한 가지를 주목적으로 하는 시설을 조성한다면 그 땅이 너무 아깝다. 도서관의 기능과 가치를 가볍게 보거나 아무데나 지어도 된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혹자는 그곳에 도서관을 지어 서산의 랜드마크로 삼아야 한다고도 하는데, 도서관을 랜드 마크로 삼아야 한다는 논리나 호수공원에 지어야 가능하다는 데는 의문을 갖는다. 오히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곳에는 각계 시민들이 폭넓게 이용할 수 있는 다목적 시설로 조성하는 것이 더 합당하다.

 

둘째, 전임 시장 때 결정한 것을 번복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이유를 든다. 물론 맞는 말이다. 행정의 일관성이나 시민들의 신뢰를 위하여 애초대로 추진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상황과 판단에 따라 더 좋은 대안을 찾아 방향을 전환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일부에서는 거저 쓸 수 있는 시유지를 놔두고 다른 곳을 매입하려면 예산이 소요된다고 하는데, 이곳에 짓지 않는다고 호수공원 땅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만약 다른 용지를 매입하거나 적절한 방안을 찾으면 또 하나의 시유 재산을 확보하는 셈이다. 시 재정에 부담을 고려하여 시내에 있는 다른 시유지를 활용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도서관 건립사업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최적지를 찾고 시기를 조정하여 추진할 방침이 확고하다면 그 계획을 존중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호수공원 문화시설 용지에 특정 단위 시설이 아니라 회의, 공연, 전시를 할 수 있는 시민회관이나 문화예술의 전당 등 종합문화시설을 세워야 한다며 아껴 둔 취지는 ‘그때도 맞고 지금도 맞다’라는 생각이다. 도서관을 지을 때는 미뤄둔 문학관도 옆에 함께 세웠으면 하는 뜻도 덧붙인다. 아무쪼록 이견을 잘 조율하여 순조롭게 추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전 서산시 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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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도 맞고 지금도 맞다’라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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