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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6.11.08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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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7일 오늘이 입동인지라 날씨가 과연 절기에 맞게 추워졌다.

그동안 너무 더웠으므로 상대적으로 추위를 더 느끼게 되지만, 시쳇말로 하자면 그야말로 이렇게 계절이 계절다워야 계절이다.

엘리뇨 현상으로 오는 겨울엔 더 추어진다거나 아니면 상대적으로 덜 추울 것이란 얘기가 나돌고 있다. 문고리를 쥐면 손가락이 쩍쩍 달라붙는 한겨울이 머잖아 찾아오리란 생각을 하는 중에 오늘 아침 입동 추위는 상당히 공격적으로 지난 한 달 더위에 젖어 있던 우리들에게 가볍지 않게 다가든다.

먼 산에 눈이 내려 전방 고지는 현실적으로 이미 겨울에 들어섰다는 소식도 있다.

천지에 낙엽이 떨어지고, 시내의 가로에선 은행나무 잎이 휘날리더니 요 며칠 사이 은행나무가 발가벗고 섰다. 가지마다 스치는 제법 서늘해진 바람 속에 스산한 분위기를 내며 서 있는 나무에게 내년 봄 부활을 기대해 보지만, 오늘 입동에 천지가 별안간 쓸쓸해졌음을 깨닫는다.

그렇다고 허망한 것은 아니다. 다만 홀로 산사와 바닷가와 계곡을 찾거나 고즈넉한 고향 오솔길을 걷고 싶다. 늘 찾아오는 절기인데도 입동 무렵은 이렇게 아쉬움과 두려움을 동반한 묘한 기분에 휩싸이게 된다.

그러므로 오늘 이 입동은 무엇인가? 입동이란 봄으로부터 시작돼 여름을 지나 가을까지 이어져온 우리들 수많은 욕망과 분노를 이제 그만 내려놓을 준비를 하라는 불가적 가르침을 주는 절기이다.

저 언덕을 넘어 피안으로 건너가려는 미혹한 중생들에게 차안(此岸)에 대해 다시 한번 응시하게 만드는, 깨우침 혹은 깨달음의 계절이 바로 입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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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입동(立冬) 아침에…||김정규 서산유도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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