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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6.10.18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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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행사 관행을 바꾸자 

“그럼 행사를 시작하기 전에 이 행사를 빛내주기 위해 참석해 주신 내외 귀빈여러분을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바쁘신 중에도 참석해 주신 시장님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다음은 시의회 의장님 참석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서산지역 대부분의 기관ㆍ단체 행사에 참석하면 흔히 듣는 말이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행사에서 중요한 순서 중의 하나가 내빈 소개다. 어떤 행사는 참석자 대부분을 소개하다보니 내빈소개하는데만 10여분씩 걸린다. 소개할 사람을 안한다거나 이름을 잘못 호명했다가는 행사는 잘하고도 욕을 먹기 때문에 내빈소개가 행사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뿐인가. 참석자의 서열도 잘 따져야 한다. 소개순서가 사회적 지위를 말해주기 때문이다. 자칫 신분이 높은 사람을 나중에 소개했다가는 상대방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어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다.

내빈소개가 그렇게 중요한 일일까? 행사주최측이 많은 시간을 들여 내빈을 소개하는 이유는 행사에 참석해 준데 대한 감사의 의미도 있지만 더 깊이 들어가 보면 행사주최측의 자기과시가 더 크다. 우리 행사에 이런 사람까지 왔다는 것을 일반 참석자들에게 과시하고자 하는 심리가 밑바닥에 깔려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행사 날짜가 잡히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초청할 내빈에게 참석을 요청하는 일이다. 서산에서 가장 많은 초청을 받는 사람은 시장이다.

서산시장 비서실에 따르면 많을때는 하루에 4~5번 행사에 참석하게 된다고 한다. 그것도 가려서 가는게 그 정도란다. 인구 15만명에 연간 예산 4000억원에 달하는 서산시를 이끌어가야 할 시장이 하루 중 많은 시간을 행사 얼굴마담으로 허비하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는 비단 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시의회 의장, 서산교육장 등 주요 기관단체장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시장만큼은 안돼도 하루중 많은 시간을 행사에 참석하는데 보내고 있다.

행사에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기관단체장까지 대거 초청해 내빈소개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행사문화는 개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시장이 행사참석에 많은 시간을 빼앗기지 않도록  해줘야 한다. 경로당 개관식이나 읍면동 행사에까지 다니게 해서는 안된다. 선거에 의해 당선된 시장이 이해집단의 초청을 거절하기란 쉽지않다.

이와 관련 최근 강원도 춘천에서의 사례가 눈길을 끌고 있다. 춘천상공회의소가 일하는 시장을 만들기 위해 단체장의 행사 참석요청을 자제하자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캠페인이 서산에서도 시작됐으면 한다.

지금 서산시는 건강도시, 평생학습도시, 바이오웰빙특구 등 해결해야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서산시 공무원들에 의하면 기안을 만들어 놓고도 시장결재를 받지 못해 며칠씩 기다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잘못된 행사문화가 행정력을 불필요하게 낭비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행사문화를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해결이 쉽지 않다. 행사에서 허례허식을 제거하고  행사의 본래목적에 충실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경로당 준공식이라면 그 경로당을 이용하게 될 노인들이 가장 중요한 초청인사가 돼야 한다.

10월은 유난히 행사가 가장 많은 달이다. 생각을 바꿔보자. 우선 모든 행사에서 내빈소개 순서를 없애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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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관행을 바꾸자||407- 200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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