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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9.04.13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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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31일 아침, 동문동 H아파트에 사는 A씨는 출근길에 지하주차장에 주차해 둔 자신의 차량 앞 범퍼 우측에 선명한 스크래치가 생긴 것을 확인했다. 피의차량 주인이 쪽지라도 남겨두었을까 하여 살펴보았으나 없었다. 주차구역이 엘리베이터 출입구 바로 맞은편으로 같은 동ㆍ라인 주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인 것을 고려할 때 한번쯤은 마주쳤을 법한 이웃 차량이 범한 사고란 생각에 화가 났다.

A씨는 곧장 관리소에 사고내용을 알렸고 CCTV 확인을 요청했다. 마침 담당직원이 부재중이고 A씨도 직장일로 바쁜 터라 다음날 오후 CCTV를 확인해 주겠다는 말에 다음날 오후 관리소에 연락했지만 또 외부에 출타 중이라며 또 다시 하루 뒤인 4월 2일 확인키로 약속했다.

여기까지도 A씨는 CCTV 녹화자료에 한 치의 의심이 없었기에 이틀정도의 확인지연에 큰 불만은 없었다. 그러나 2일 녹화내용을 확인하러 간 CCTV 녹화 방제실에서 A씨가 확인한 것은 “모니터가 며칠 전부터 (사고 발생이 의심되는 기간) 고장이 나, 업체에 수리를 요청해둔 상태”라는 것이다.

더욱 어처구니가 없었던 것은 방제실 직원의 대답이다.

“모니터가 고장이 나면 CCTV녹화도 되지 않는다. 녹화가 됐더라도 설치카메라가 주차구역을 정확히 촬영하지 못해 사고차량을 구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애매모호한 답변을 들었기 때문이다.

A씨는 “결국 촬영도, 녹화도 사건차량을 붙잡기에는 문제가 있다는 뜻이 아니냐?”고 반문하며 지금껏 CCTV촬영이 어려운 사각지대를 피해 엘리베이터 출구 구역에 주차를 해왔기에 방제실 직원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고 한다.

그는 또 “아니, CCTV가 고장 났으면 방송으로라도 알려주던가, 대안을 찾아 녹화를 하던가 해야 옳지 않냐?”고 항의하자 돌아온 직원의 답변은 더욱 가관이었다.

“기계고장을 어떻게 하라고 그러십니까.”라는 되물음이었다고 한다.

A씨는 결국 녹화 여부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직원과 불필요한 말싸움으로 번질까 싶어 빠른 수리와 연락을 요청하고 돌아오는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6일이 지났다. 연락이 없었다. 답답해진 A씨는 관리소에 전화를 했다. 아직까지 수리가 안된 상태이고 계속 업체에 요청은 하고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고장난지 열흘이 넘었는데 아직도 수리요청중이라니요?”일주일이 다 돼가도록 연락을 줄 생각도 안하고 있는 관리사무소 직원의 태도에 화가 났다.

A씨는 일부러 목소리 톤을 높여 항의했다. 잠시 후 관리소장이 전화를 걸어왔다. 뒤늦은 사과인사를 전하며 사건당일 녹화분은 있을 것이라며 5일 후인 13일 수리완료를 약속했다.

A씨는 13일까지 또다시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A씨는 문제가 해결될지는 확신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13일 수리가 끝난 CCTV에 사건당일 녹화분이 있다면 일단 실마리를 얻을 수 있어 다행이겠지만 방제실 직원의 말처럼 카메라위치가 멀어 정확히 차량을 확인할 수 없다면 의심되는 차량이 있어도 뚜렷한 증거를 댈 수 없어 책임공방이 커질 우려가 크다.

한편 당일 녹화자료가 없을 경우 관리소는 책임을 인정할지 의문이다. ‘어쩌면 수리업체와 책임공방을 벌이게 되지 않을까?’ A씨는 사건당일에는 예상치도 못했던 걱정이 많아졌다.

강호순 사건을 비롯해 최근 모아파트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은 CCTV가 결정적 증거가 되어 범인을 잡았다. 현재 H아파트에는 900여 세대가 살고 있다. 그리고 그 주민들은 CCTV를 비롯한 안전장치를 믿고 생활하고 있다.

그런데 2주일 가량 CCTV가 녹화가 안되고 있음에도  주민들은 그 사실을 모른채 생활하고 있었다. 관리소는 모르는 게 약이라는 입장인 듯 싶다. 굳이 사실을 알려 주민을 불안하게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기계가 작동하다 고장이 날 수는 있다. 그러나 수리업체 탓만 하며 주민에게 관련 내용을 알려주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 아파트 주민이 매달 10만원 이상씩 관리비를 내가며 관리소라는 조직을 유지하는 것은 주민의 안전과 편익을 위한 설비 관리를 맡겼기 때문이다.

당연히 안전 설비 문제에 따른 위험에 대해 알 권리는 주민에게 우선시 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리소는 이를 간과한 채 주민들을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다. A씨와 같이 개인적인 사건이 없었다면 고장난 CCTV 작동을 의심치 않고 변함없이 같은 곳에 주차하고 있었을 것이다.

여러분의 아파트 CCTV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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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아파트 CCTV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습니까?”||H아파트, 사고 내용 확인 요청에 “며칠 전부터 고장” 열흘 넘어서도 “아직 수리 독촉 중”…불안감 깊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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