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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2.03.08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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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오염자

거리두기-

 

김금용

 

겨울비 내리자 안방엔 겨울옷 가방이 두세 개

문간방엔 여름옷 정리함이 널브러진다

 

이십 년째 버리지도 입지도 않는 옷들

집어넣었다 꺼냈다 반복하는 서랍들

 

썩지도 줄지도 않는 쓰레기들

내가 환경오염자다

내가 공해다

 

내가 지구 목을 조르는

마티팔로, 무화과나무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산다는 게 짐을 쌓는 것이 아닐까, 싶은 때가 있다. 계절에 맞는 옷을 찾기 위해 장롱을 열어보거나 필요한 무엇인가를 찾으려고 서랍이나 수납장을 열었을 때이다. 눈으로는 다 필요해서 모아두고 쌓아둔 것들인데 어떤 옷과 물건들은 십 년이나 이십 년이 넘도록 잊어버리고 쓰지 못한 것들이 빼곡하다. ‘그래, 언제 한번 정리하자해놓고 또 잊어버리면 몇 년이 훌쩍 지난다. 요즘 코로나19거리두기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번져있다. 바이러스로부터 전염과 감염을 예방하자는 뜻이고 실제로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바이러스하면 언뜻 떠오르는 것이 오염이다. 오염이란 말은 더럽게 물들거나 물들게 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것은 깨끗한 것이 상한다는 의미가 있다. 친환경적인 삶을 말하는 것은 상하는 것으로부터 자연을 보호하자는 것인데 환경이 오염되면 인간의 생명과 건강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화자는 정리되지 않은 짐과 쌓여 있는 옷들 속에서 오염을 생각한다. 버릴 것을 버리지 못하고 정리할 것을 정리하지 못한 것을 환경오염으로 본 것이다. 화자는 정리하지 못한 옷가지만 말한 것이 아니라 마음의 오염까지도 말하고 있는데 3연의 지구 목을 조르는 마티팔로, 무화과나무로 자신을 지구의 저주라고 규정하고 있다. 무화과나무가 그것인데 저주란 마음이 상했을 때 생기는 것으로써 정리되지 않고 버려지지 않은 복잡한 생각을 토양으로 올라오는 독버섯과 같은 것이다. 시인은 시를 통해 불필요한 것과 생각을 제때에 버리는 것이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잘 버릴 줄 알아야 단순해지고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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