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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장미를 원한다

[의정칼럼] 김옥수 충남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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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1.03.10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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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8일은 세계여성의 날이다. 1908년 3월 8일 미국의 루트거스 광장에서는 방직공장에서 일하던 여성노동자 1만5천 여 명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당시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이라는 여성섬유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조건과 박탈당한 정치적 권리는 여성들을 광장으로 모이게 했다. 근로여성의 노동조건 개선과 정치적 평등권을 요구하며 “여성에게 빵과 장미를!” 외쳤다.

올해로 113주년을 맞이하는 ‘세계여성의날’은 1910년 독일의 노동운동지도자 클라라 체트킨에 의해 제창되었다. 루트거스광장에서의 외침을 기억하고 전 세계 여성들의 연대를 강화하기 위한 시도였다.

이후 세계 각국에서는 공휴일로 지정된 국가도 있고 여성에게만 휴일인 국가도 있고 휴일은 아니지만 기념일로 지정된 국가도 있다. 대한민국은 뜻있는 소수에 의해서만 작은 행사로 치러지다가 1985년부터 광장에서 공개적으로 기념할 수 있었고 2018년에서야 법정기념일이 되었다.

유엔의 여성 기구는 올해 여성의 날 주제를 ‘여성 지도자:코로나19 세상에서 평등한 미래 실현’으로 선정했다. 하지만 코로나 세상에서 여성들이 평등한 미래를 실현해 나가기란 녹록치 못하다. 전국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ㆍ중ㆍ고교가 장기간 휴업하는 동안 여성들은 그야말로 전쟁이었다. 워킹맘, 그들은 아이들만 집에 있게 할 수도, 일을 그만둘 수도 없고 맡아줄 부모, 형제, 친지 등이 총동원돼야 하니 전쟁일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도 잦은 외출과 연가 사용으로 직장에서 불이익을 받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또 많은 여성 임금근로자 다수가 고용불안이 높은 임시직, 대면 서비스산업에 종사하다 보니 일자리를 잃었다.

특히 세계경제력 순위 10위인 대한민국이 성별임금격차 34.6%로 가장 격차가 큰 국가라는 오명은 언제쯤 벗을 수 있을지 민망하기도 하다. 여성들의 일자리로 대표되는 저임금, 비정규직이라는 불안정한 노동지위의 굴레와 채용, 직무배치, 승진 과정에서의 성차별은 성별격차의 주요인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2일 양승조 지사가 도청에서 여성공무원이 물으면 도지사가 대답하는 ‘도지사-여성공무원 소통ㆍ공감 토크’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이 자리에서 여성공무원들은 자유토론을 통해 최근 언론 등에 노출된 크고 작은 양성 간의 논쟁을 포함, 여성 공직자로서의 위치 및 생각, 필요한 양성평등 정책 등을 허심탄회하게 소개했다. 특히 여성 공무원들은 승진, 회식, 출퇴근 등에서 여전히 잔존하고 있는 남성 중심적 조직문화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한 도청 조직문화 조성을 건의하기도 했다.

루트거스 광장에서의 외침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는 이유이다. 일상의 곳곳에서 달라지지 않은 세상을 향해 충남 여성들의 외침을 귀담아야 한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변화하는 시대에 한국의 지속적인 발전을 뒷받침할 강력한 철학은 양성평등이다.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의 성취와 잠재력에 대한 바로 보기가 절실하다. 결혼과 출산, 육아 부담으로 인사에 불이익을 받거나 경력이 단절되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이 계속돼서는 안 된다. 모성이나 희생이라는 적당히 포장한 여성들의 눈물에 기대기보다는 불합리한 제도와 관행을 고치고 일상의 성차별을 없애 나가는 일이야말로 건강한 한국의 미래를 만드는 척도다. 코로나 시대 오늘도 여성은 빵과 장미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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