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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의 항거불능 판단
    [요지] 성폭력처벌법 제6조 제4항의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음’의 의미와 그 판단방법 (대법원 2022. 11. 10. 선고 2020도13672 판결) [개요] 지적장애 3급 장애인에 대하여 성폭력처벌법위반(장애인준강간)등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신체적 또는 정신적 장애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의 판단기준이 문제된 사건. [대법원 판결] 현행 성폭력처벌법 제6조 제4항에서의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란 같은 조 제1, 2, 3, 5, 6항의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와 같은 의미로서 ‘신체적인 기능이나 구조 등 또는 정신적인 기능이나 손상 등의 문제로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상태’를 의미하고(대법원 2021. 2. 25. 선고 2016도4404, 2016전도49 판결, 대법원 2021. 10. 28. 선고 2021도9051 판결 참조),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음’이라 함은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 그 자체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의 상태에 있는 경우뿐 아니라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가 주된 원인이 되어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곤란한 상태에 이른 경우를 포함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며,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피해자의 신체적 또는 정신적 장애의 정도뿐 아니라 피해자와 가해자의 신분을 비롯한 관계, 주변의 상황 내지 환경, 가해자의 행위 내용과 방법, 피해자의 인식과 반응의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특히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피해자가 정신적 장애인이라는 사정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하므로, 외부적으로 드러나는 피해자의 지적 능력 이외에 정신적 장애로 인한 사회적 지능·성숙의 정도, 이로 인한 대인관계에서 특성이나 의사소통능력 등을 전체적으로 살펴 피해자가 범행 당시에 성적 자기결정권을 실질적으로 표현·행사할 수 있었는지를 신중히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도6907 판결 참조). 이와 같이 피해자가 피고인을 상대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거나 행사하기 곤란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는 피해자의 장애 정도와 함께 다른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범행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 것이고, 피해자의 장애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인지 여부가 절대적인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장애와 관련된 피해자의 상태는 개인별로 그 모습과 정도에 차이가 있다는 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해당 피해자의 상태를 충분히 고려하여야 하고 비장애인의 시각과 기준에서 피해자의 상태를 판단하여 ‘장애로 인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된다(대법원 2021. 2. 25. 선고 2016도4404, 2016전도49 판결 참조). 이 사안에서 대법원은 판시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고서, 이 사건 당시 피해자는 피고인과의 관계에서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음에도, 성폭력처벌법 제6조 제4항의 ‘정신적인 장애’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의 정신장애’만을 의미한다는 전제하에 피해자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박범진 법률사무소(상담전화 041-668-7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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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12-06
  • 인생이란 운동장에서
    지금 지구촌의 모든 이목이 카타르를 향하고 있습니다. 그곳에서는 제22회 월드컵 대회가 열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4일 FIFA 랭킹 28위인 우리나라가 랭킹 14위인 우루과이를 맞아 0대0으로 비겼습니다. 객관적 전력 차이를 극복하고 훌륭한 경기를 보여준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칭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안면에 검정 마스크를 쓰고 투혼을 불사른 손흥민 선수도 그가 월드클래스임을 확인시켜주었습니다 흔히 인생을 운동경기에 비유하곤 합니다. 그만큼 운동경기 중에 벌어지는 일들이 인생길에서도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운동경기에서는 결코 땀을 배반하지 않습니다. 역도 선수로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장미란 선수는 역도를 통해 인내를 배웠다고 하며 “갖고 싶은 것을 가지려면 가질만한 준비가 필요하고 받을 만한 사람이 되어야 받을 수 있다”라고 했습니다. 4전 5기로 유명한 홍수환 권투선수가 1974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아널드 테일러를 이기고 밴텀급 타이틀을 차지했을 때 그의 연습 과정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남산 계단이 몇 개인 줄 아나? 1,978개다. 그걸 매일 뛰었다. 정상을 쳐다보지 않고 계단만 보고 뛰었더니 눈앞에서 계단이 사라지는 순간이 왔다. 몸이 새처럼 가벼워지는 걸 느끼면서 단숨에 정상까지 올라갔다.” 인생사 역시 최선을 다해 사는 사람과 그저 대충대충 사는 사람의 삶의 결과는 당연히 다릅니다. 바로 주저앉고 싶다는 순간이 찾아오기도 하지만 이때 포기한다면 안 한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모든 성공한 사람들의 뒤에는 반드시 땀과 눈물이 숨어있습니다. 인생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사람에게는 성공이란 여신이 동행하는 것입니다. 운동경기에서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IMF로 실의에 빠져있던 국민에게 LPGA 프로골프대회에서 우승하여 새로운 희망을 주었던 박세리 선수는 “실패가 두려워서는 성장할 수 없다. 일단 해보면 성공하건 실패하건 내 자산이 된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많이 쳐보고 많이 실수해 보아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엇이든 단번에 이룬 성공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복권에 당첨되어 거액을 한꺼번에 손에 쥔 사람들의 99%가 불행하게 되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실패와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차곡차곡 목표를 향해 정진하는 사람의 성공은 반석 위에 세운 집처럼 무너지지 않을 것입니다. 운동경기에는 감동이 있습니다. 단순한 승리가 아닌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1958년 마드리드에서 세계 마라톤 대회가 있었습니다. 그때 1등으로 달리던 선수가 불과 1km를 남겨놓고 다리에 쥐가 났습니다. 2위 주자가 멀리 떨어져 있다가 점점 다가왔습니다. 2등으로 달리던 선수가 1등을 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운동장 한 바퀴를 남겨놓았습니다. 운동장에 가득한 관중들은 모두 기립박수를 쳤습니다. 두 선수 모두에게 격려의 박수였습니다. 그런데 그때 2등으로 달려오던 선수가 1등으로 달리던 선수를 부축하며 같이 뛰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결승 지점에 왔을 때 1등으로 뛰던 선수를 반발 앞서 골인 지점을 통과하도록 해 주고 자기는 그 뒤로 2등으로 통과했습니다. 1등을 양보하고 2등으로 들어온 것입니다. 쥐가 나지 않았다면 당연히 앞서 달린 선수가 1등을 하게 된 걸 인정하여 그렇게 배려한 것이었습니다. 시상식에서 월계관은 1등에게 씌워 주었습니다. 그러자 1등 한 선수는 그 월계관을 벗어서 2등 한 선수에게 씌워 주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남을 속이거나 남을 딛고 이뤄낸 성공에는 결코 박수를 보내주지 않습니다. 흔히 운동경기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합니다. 앞으로 펼쳐질 카타르 월드컵 대회에서 어떤 감동적인 사연들이 전해질지 모릅니다. 연장전 마지막 시간에 골을 터뜨리는 것처럼 ‘인생은 후반전이야’라고, 인생이란 운동장에서 승리하는 삶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시인·수필가·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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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11-30
  • 성폭행 피해자 진술 배척한 무죄판결 파기환송
    [사건요지] 성폭행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판단하는 방법(대법원 2022. 11. 10. 선고 2021도230 판결) [사건 개요] 피고인이 동호회에서 알게 된 피해자를 뒤에서 갑자기 껴안고, 강제로 키스하여 강제추행죄로 기소된 사안에서 추가 증거조사 없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고 무죄 판단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 사안. [대법원 판결]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성폭행 등의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참조). 범행 후 피해자의 태도 중 ‘마땅히 그러한 반응을 보여야만 하는 피해자’로 보이지 않는 사정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할 수 없다(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19도4047 판결 등 참조). 피해자라도 본격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게 되기 전까지는 피해사실이 알려지기를 원하지 아니하고 가해자와 종전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경우도 적지 아니하며, 피해상황에서도 가해자에 대한 이중적인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한편 누구든지 일정 수준의 신체접촉을 용인하였더라도 자신이 예상하거나 동의한 범위를 넘어서는 신체접촉을 거부할 수 있고, 피해상황에서 명확한 판단이나 즉각적인 대응을 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대법원 2022. 8. 19. 선고 2021도3451 판결 등 참조). 성추행 피해자가 추행 즉시 행위자에게 항의하지 않은 사정만으로 곧바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할 것이 아니고(대법원 2020. 9. 24. 선고 2020도7869 판결 참조), 피해자가 성추행 피해를 당하고서 즉시 항의하거나 반발하는 등의 거부의사를 밝히는 대신 그 자리에 가만히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강제 추행죄의 성립이 부정된다고 볼 수도 없다(대법원 2020. 3. 26. 선고 2019도15994 판결 참조). 범죄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범행 관련 증거를 확보하고, 언론사에 관련 제보를 하거나 가해자에게 합의금을 요구하는 등 자신의 피해를 변상받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범죄 피해자로서 충분히 예상되는 행동이고 그 과정에서 통상적인 수준을 넘는 액수의 합의금을 요구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수는 없는바, 원심이 든 사정만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기는 어렵다. 이 사안에서 대법원은 판시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고서,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심리주의 위반, 진술의 신빙성 판단에 관한 경험칙과 증거법칙 위반을 이유로 추가 증거조사 없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여 무죄판결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박범진 변호사(서산시 공림4로 22, 현지빌딩 4층 변호사 박범진 법률사무소, 상담전화 : 041-668-7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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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11-30
  • 서산의 손자 ‘손흥민’ 월드컵의 ‘별’이어라
    2022. 카타르 월드컵 축구경기의 막이 열렸다. 세계 축구인은 물론이고 많은 사람들의 눈과 귀가 중동의 카타르에 쏠려있다. 22회째를 맞는 이번 대회에서 ‘손흥민 보유국’ 우리나라는 원정 두 번째 16강 진출을 노리고 있다. 월드 스타이고, 태극전사의 주장인 손흥민 선수는 ‘서산의 손자’이다. 20년 전인 2002년, 월드컵 경기를 개최한 우리나라는 “대~한민국! 짜자작 짝짝!!!”, 붉은 물결 속에 박수와 함성의 도가니였다. 집에서, 거리에서, 광장에서 하나가 되어 마음껏 소리 지르고 태극기를 흔들었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열망은 4강 신화를 이루어 냈다. 붉은 악마, ‘악마’라는 단어조차 친근했던 시기를 함께 하며 뭉클했던 기억은 역사에 몇 안 되는 감동을 주었다. 그 뿌듯했던 순간이 지금 손흥민 팀에 의하여 카타르에서 되살아나기를 간구한다. 손흥민 선수의 오늘이 있기까지 서산 출신으로 손 선수의 아버지인 손웅정 감독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고 ‘그 아들에 그 아버지’인 셈이다. 손흥민 선수가 빼어난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여러 요인 중 핵심은 그의 아버지 손웅정 감독의 ‘열린 교육’에 있다. 현재, 춘천에서 축구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는 손 감독은 U-23 국가대표 등 축구 선수로 활약했으나 안타깝게도 부상으로 인해 선수 생활을 일찍 마감했다. 그 계기로 스페인, 독일, 브라질 등을 돌아다니면서 그들의 유소년 축구를 접했다.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손 감독은 춘천 FC를 창설했고, ‘즐기는’ 축구를 모토로 아들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특히, 차남 손흥민은 아버지의 개인 교습을 받으면서 초등학교 시절부터 탄탄한 개인기와 기본기를 차근차근 익혔다. 손 감독은 기본기를 다지기 위해 공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을 때까지 패스나 다른 기술은 가르치지 않았다고 한다. 손 감독은 축구 강국들의 유소년 축구 시스템을 충분히 벤치마킹하고 이런 결론을 내린 것이다. 또한 지나칠 수 없는 점은 아버지 손 감독의 엄청난 희생과 열정이 들어있었다는 점이다.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 아버지 손 감독은 온갖 힘과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그리고 축구 실력적인 부분을 떠나서 스포츠맨으로서 보여주는 올바른 자세와 인성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참된 교육을 아끼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료: 나무 위키) 손 선수의 아버지이자 스승이기도한 손 감독이 어릴 적 체계적으로 축구를 할 수 있게 된 계기 가운데 하나를 소개한다. 어쩌면 ‘우연’이 손 감독 축구인생의 변곡점이 되었을 수도 있다. 서산에 유소년 축구 팀 지도자가 있었다. 부춘초등학교에서 훈련하던 어느 날 선수들의 체력단련과 분위기를 바꿔보고자 인지초등학교까지 달리도록 했다. 그 때 운동장에서 홀로 축구공을 만지던 소년이 눈에 띄었다. 그 지도자는 소년을 불러 “축구 좋아하니? 축구 하고 싶으냐?”고 물었다. 이에 소년은 “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이에 유소년 축구팀에 합류시켰다. 지도자는 이 소년에게 많은 관심을 보이며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소년은 체력 조건 등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가르침을 잘 따랐다. 때로는 지도자 집에서 숙식하며 머물도록 해주었다. 지도자의 어머니는 지금도 그 소년을 ‘참 순하고 착실했다’고 기억한다. 밥을 지으려고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 다가와서 거드는 등 무엇이라도 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지도자는 그 소년을 경제적으로 부담 없이 자신의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축구부 감독과 친분이 있는 춘천 소양중학교에 추천했다. 손 감독이 춘천에 정착하게 된 계기다. 소년은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성장하여 청소년 국가 대표, 88올림픽 대표를 지냈다. 손 감독은 은퇴 후 많은 팀의 감독제의를 뿌리치고 제2, 제3의 손흥민을 발굴하기 위하여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다. 외부 지원을 전혀 받지 않고 수백 억 원을 들여 ‘축구아카데미’, ‘손흥민 축구공원’을 만들어 춘천을 축구의 메카로 조성했다. 손 감독은 어릴 적 자신이 겪었던 어려움을 기억하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어린 선수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손흥민 선수를 춘천 출신이라고 한다. ‘서산의 아들일 수도 있었을 텐 데’를 생각해 보면 참 아쉽다. 만일 예전에 손 감독이 고향 서산에서 축구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다면 어땠을까? 성공 후에 관심을 갖는 것보다 각 분야에서 유망주를 발굴하여 지역인재로 양성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손 감독에게 어릴 적 하나의 계기를 만들어 준 지도자는 필자의 동생이고, 숙식을 마련해준 분은 필자의 어머니다. 24일 한국 대표 팀이 강호 우루과이와 첫 경기를 치른다. 손흥민 선수는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검정색 안면 마스크를 쓰고 경기에 나서는 모습이 안쓰럽다. 월드컵의 큰 별로 반짝이기를 간절히 염원한다./전 서산시 부시장(ka12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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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11-22
  • 바르지 못하면?
    신문을 읽고 일어나는데 허리가 시큰했습니다. 느낌이 좋지 않아 좌우로 허리를 돌려보고 두드려도 보았지만 점점 허리에 힘이 빠지고 시큰거리고 아팠습니다. 파스를 붙여도 여전했습니다. 견디다 못해 한의원에 가서 찜질도 하고 침도 맞고 부항도 떴습니다. 자고 나면 괜찮아지겠지 했으나, 일어나보니 통증은 더했습니다. 거동조차 힘겨웠습니다. 약국에 가서 근육 이완제와 진통제를 사 먹고 치료를 받았습니다. 문득 박완서 작가의 ‘일상의 기적’이란 글이 떠올랐습니다. 찾아서 다시 읽어보니 바로 내 이야기를 쓴 듯해서 공감이 갔습니다. 작가가 소개한 “기적은 하늘을 날거나 바다 위를 걷는 것이 아니라, 땅에서 걸어 다니는 것이다.” 중국 속담도 실감 났습니다. 아파보니 참으로 우린 기적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화여대 석좌교수 최재천 박사는 일상은 차라리 기적이라며 매일 아침 눈 뜨고 맛있는 식사를 하고 제가끔 주어진 일을 하며 살아가는 일상이 다름 아닌 기적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기적만 바라며 살 수 없습니다. 탈 없는 일상의 기적을 만들어 내려면 반드시 거기에 상응하는 노력이 필요할 듯합니다. 허리가 삐끗한 원인이 무엇일까? 가만히 생각해보니 바르지 못한 내 자세에 있었습니다. 나는 새벽기도회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조간신문을 읽습니다. 1면에서 마지막 면까지 제목만이라도 거의 읽습니다. 그러다 보면 대략 두어 시간이 걸립니다. 그날은 침대와 책상 사이 좁은 공간에서 신문을 방바닥에 놓고 바르지 못한 자세로 장시간 신문을 본 결과였습니다. 바르지 못한 자세. 그것이 원인이었습니다. 어찌 몸만 그럴까요? 마음도 바르지 못하면 잘못된 길로 갑니다. 불로소득, 일확천금, 이런 건 애초부터 신기루 같은 것입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그걸 쫓아다닙니다. 필자가 열일곱 살 때, 그러니까 꼭 육십일 년 전입니다. 그때 처음으로 서울을 가 보았습니다. 작은아버지가 서울로 직장을 옮기는 바람에 모처럼 서울 구경을 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보이는 모든 게 신기하고 흥미로웠습니다. 그래서 아침만 먹으면 버스를 타고 이곳저곳을 기웃거렸습니다. 하루는 동대문 근처에 갔을 때였습니다. 많은 사람이 모여 무얼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호기심에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한참을 구경하였습니다. 엎어 놓은 컵 세 개, 그 밑에 작은 주사위를 숨기고 돈을 건 사람이 보는 앞에서 요리조리 섞은 후 주사위가 있는 곳을 맞히면 돈을 두 배로 돌려주고, 틀리면 돈을 가져가는 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건 나는 열 번이면 열 번 다 맞힐 수 있는데 사람들은 엉뚱한 데를 가리켜 돈을 잃었습니다. 한참을 구경하다 나도 모르게 돈 5천 원을 걸었습니다. 물론 내가 이겼습니다. 주위 어른들이 참 눈이 밝다고 칭찬해 주었습니다. 그러면서 한 번 더 해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1만 원을 걸었더니 또 내가 이겼습니다. 사람들은 이구동성을 나를 응원했고 주인은 입맛을 다시며 아쉬워하는 눈치였습니다. 그때 돌아섰으면 1만 원을 따서 기분이 좋았을 터인데, 어른들이 부추기는 바람에 다시 1만 원을 걸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내가 졌습니다. 틀림없이 두 번째 컵에 넣었는데 1번 컵 밑에 주사위가 놓여있었습니다. 오기가 생겨서 호주머니에 있는 내 돈을 다 걸었습니다. 가지고 간 돈 2만 원을 다 잃고 돌아섰습니다. 얼마나 후회했는지…. 그 후로 나는 정당한 대가가 아닌 돈은 손에 대지 않았습니다. 사행성 오락은 물론 삶 자체에서도 노력 없이 얻는 물질은 절대로 탐하지 않았습니다. 세상엔 공짜가 없다는 걸 깨달은 큰 교훈을 얻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사기를 당하는 것도 노력의 대가보다 더 큰 걸 얻고 싶은 욕심 때문은 아닐까요? 가끔 고위 공직자나 정치가들이 불의한 일로 조사를 받고 있거나 구속되기도 합니다. 모두 다 바르지 못한 처사로 인해 패가망신(敗家亡身)을 당한 경우입니다. 모름지기 지도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마음과 처신을 바르게 해야 합니다. 지난해 국회의원을 포함한 공직자들이 직무 관련 정보로 사익을 추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이해 충돌 방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참으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은 아픈 허리도 상당히 부드러워졌습니다. 자세를 바로 하지 않으면 허리가 고장 납니다. 세상엔 공짜가 없습니다. 허리를 만지면서 몸도 마음도 바르게 살기를 작정합니다./시인·소설가·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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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11-22
  • 집행유예기간은 취업제한기간에 포함
    [요지] 집행유예기간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1항에서 정한 취업제한기간에 포함되는지 여부.(대법원 2022. 10. 27. 선고 2022두44354 판결) [개요] 원고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죄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의 유죄판결을 선고받아 확정된 후 그 집행유예기간 중에 취업제한대상 기업체의 대표이사 취업승인을 신청하였으나 피고가 취업불승인 통지를 한 사안에서, 집행유예기간은 취업제한기간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한지가 문제된 사건. [대법원 판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경제범죄법’이라 한다) 제14조 제1항은 본문에서 같은 법 제3조 등에 따라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각호의 기간 동안 유죄 판결된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고, 단서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법무부장관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정하고 있으며, 각호에서 취업제한기간을 “징역형의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날부터 5년”(제1호), “징역형의 집행유예기간이 종료된 날부터 2년”(제2호), “징역형의 선고유예기간”(제3호)으로 정하고 있다. 특정경제범죄법 제14조 제1항 제2호의 규정 내용과 체계, 입법 취지와 목적 등을 종합하면, 위 제2호의 ‘징역형의 집행유예기간이 종료된 날부터 2년’은 취업제한기간의 종기를 규정한 것으로 볼 것이고, 집행유예기간은 취업제한기간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특정경제범죄법 제14조 제1항 본문은 취업제한대상자를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이라고 정하고 있으므로, 취업제한기간의 시기는 ‘유죄판결을 받은 때’, 즉 ‘유죄판결이 확정된 때’로 보고, 각호는 취업제한기간의 종기에 관하여 규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해석하더라도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 범위를 벗어난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자연스럽다. 2. 특정경제범죄법 제14조 제1항은 선고형의 종류와 경중에 따라 취업제한기간을 달리 정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런데 만약 위 조항 각호에서 취업제한기간의 시기와 종기를 모두 정한 것으로 보면, 이를 구분하여 달리 정한 취지에 맞지 않다. 3. 만약 위 조항 제1호, 제2호에서 취업제한기간의 시기와 종기를 모두 정한 것으로 보게 되면, 유죄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실형 집행기간 또는 집행유예기간이 종료될 때까지는 아무런 제한 없이 취업제한대상 기관이나 기업체에 취업이 가능하였다가 위 기간이 경과한 후에야 비로소 취업이 제한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데, 이는 취업제한 제도의 입법 취지를 훼손할 뿐만 아니라 객관적으로 타당한 해석론으로 볼 수도 없다. 오히려 실형 집행기간 또는 집행유예기간 중의 취업을 제한하는 것이 제도의 취지에 더 부합한다. 이러한 법리에 따라 대법원은 집행유예기간도 취업제한기간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박범진 법률사무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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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11-22
  • 한서대학교 살리는 것이 지역소멸 예방하는 길
    대한민국 헌법 제31조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라고 밝히고 있다. 교육받을 권리는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수적인 전제이기 때문에 국가는 공정한 교육 기회균등을 보장하기 위하여 입법과 사회정책을 국민 앞에 제시해야 한다. 서산시에는 유일하게 종합대학인 한서대학교가 있다. 교육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2021학년 대학기본역량진단 최종결과에 따르면 일반대학 136개교, 전문대학 97개교가 정부 재정지원 대학으로 선정됐으며, 일반대학 9개교, 전문대학 9개교는 정부 재정지원 제한 대학으로 지정됐다. 한서대학교는 다행히 정부재정지원 대학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정부재정지원이 제한되는 대학은 연간 37억~48억, 3년 동안 약 150억 원의 재정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 이는 정부가 교육 기회를 균등하게 보장할 책임과 의무를 외면하고 대학평가를 핑계로 지역대학 죽이기 나아가 지역소멸을 부추기는 것이다. 2019년 중앙정부의 고등교육 지원금은 총 9조 8,000억 원이다. 이 가운데 서울 소재 대학에만 2조 7,000억 원(28.4%), 경기도 소재 대학에 1조 2,000억 원(12.8%)을 지원하였다. 반면, 지방 지원 비율은 59%에 불과하다. 2020학년 대학교 학생 1인당 교육비를 환산해보면 수도권 대학 학생은 1인당 연간 1,800만 원의 교육비를 지출하였지만, 비수도권 대학 학생은 1인당 1,400만 원에 그치고 있다. 이렇듯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 간 ‘기울어진 운동장’현상이 이미 일반화된 상황에서 대학의 기본역량 차이는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대학교육의 80%를 사립대학이 담당하고 있다. 전체 대학생 중 국립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은 18%에 불과하고 사립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이 82%다. 따라서 지방사립대를 한계대학으로 분류하여 재정지원을 제한하는 대학 체제 개편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지방사립대에서 시작된 대학위기가 지방국립대 → 수도권 사립대 → 서울로 확산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대학은 고등교육기관이다. 동시에 대학은 지역 경제의 지렛대이자 마중물이다. 서산시의 유일한 한서대학교의 생산 유발효과와 부가가치가 얼마인지는 정확한 통계가 없어 확인할 수 없지만 서산시와 도시 규모가 비슷한 강원도 강릉시의 강릉원주대와 상지대가 약 3,000억 원의 생산 유발 효과를 창출하고, 800억 원의 부가가치를 만들어낸다는 통계를 보면 어림짐작을 할 수 있다. 또한 대학은 지역의 연구·개발 효과, 산학협력 효과 역시 매우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학생 미충원으로 인해 재정적 한계에 직면한 대학, 대학 교육의 질이 저하되어 폐교 위기에 직면한 대학을 무조건 지원하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방대학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원 중단으로 폐교할 경우 지역 경제가 총체적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은 한 지방 소도시의 대학 폐교로 지역경제 상황이 악화된 사례가 이미 언론을 통해 확인되기도 한다. 30년 후 전국에서 59개 지자체가 소멸위험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다행히 충남도는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된 곳은 없지만 서산시 인근 지자체인 태안군이 지방소멸 우려지역에 분류되면서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지방소멸 문제는 지방의 청년 인구의 유출이 중요 요인이다. 서산시에 소재하고 있는 한서대학교를 졸업한 청년 대부분이 서울이나 경기도 소재 기업으로 취업하여 서산시를 떠나고 있다고 한다. 한서대학교 안성만 교수는 “서산시에 일자리가 없어서 서산시를 떠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한서대학교를 살리기 위한 지원이 곧 지역소멸을 예방하는 것이다. 서산시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지역소멸 예방을 위한 한서대학교 지원 추진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한서대학교 관계자와 서산시, 서산시의회, 그리고 유관기관과 단체 등이 한자리에 모이는 논의의 장을 우선적으로 마련하여야 한다.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지역혁신 플랫폼을 구축하여 지자체와 지역대학이 핵심 분야의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서산시도 하루속히 대학 협업체계를 구축하여, 지역인재를 양성하고, 청년들이 서산시에서 정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총괄적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 서산시의 청년은 일자리가 없어서 수도권으로 떠난다고 하고, 기업은 사람이 없어서 서산시로 이전이 불가하다고 말한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지역인재는 남고, 기업은 우수한 인력확보를 믿고 서산시로 이전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할 때이다. 대입 수능을 앞두고 고3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은 대학진학을 놓고 많은 고민과 갈등을 할 것이다. 한서대학교는 나름의 지역사회와의 공존, 고등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서산시의 미래를 위해 함께 같이 마련해 간다는 자세로 다양한 분야의 전공과 융·복합 전공을 개설하여 지역의 가치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서대학교 입구에 세워져 있는 ‘창의 신념 공헌’건학이념처럼 한서대학교는 시대상과 지역성을 반영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학부모나 자녀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지역대학 진학을 진지하게 고민해 주었으면 좋겠다./이병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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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11-16
  • 바른말이 옳은 말일까?
    옛날 시집살이하는 며느리에게 어른들은 바른말이 앙살이란 말을 들려주었습니다. 바른말을 하여 시어머니 비위를 건드리지 말라는 뜻일 듯싶습니다. 진실을 말하더라도 그 진실이 불편한 진실일 수가 있습니다. B.C. 1000년경 이스라엘 왕 다윗은 빼앗겼던 법궤를 다윗성에 옮기면서 숙원을 이루게 된 것이 너무 기쁜 나머지 감격에 겨워 왕의 체면도 잊은 채 에봇만 입고 빙글빙글 춤을 추었습니다. 왕의 그런 모습을 창가에서 내려다보면서 왕비 ‘미갈’은 왕이 체통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속으로 멸시했습니다.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온 다윗왕에게 왕비 미갈이 한마디 했습니다. “신하의 아내들이 보는 앞에서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몸을 드러내는 바보 같았어요” 그 말은 들은 다윗은 몹시 마음이 상했습니다. 그는 죽는 날까지 미갈 왕비의 곁에 가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상황의 인식 차이 때문이었습니다. 미갈은 사람을 보았고 다윗은 하나님을 보았습니다. 미갈이 한 말은 틀린 말이 아닙니다. 왕은 어떤 상황 속에서도 백성 앞에서는 신중하고 위엄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녀의 바른말은 옳은 말이 아니었습니다. 여성학자이며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인 정혜선 박사의 책 ‘당신이 옳다’에서 “나는 욕설에 찔려 넘어진 사람보다 바른말에 찔려 쓰러진 사람을 과장해서 한 만 배쯤은 더 많이 봤다”라고 했습니다. 우리의 곁에서 누군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위로한다는 바른말이 때로는 독이 되어 평생 돌이킬 수 없는 가시가 됩니다. 상대에게 충고하거나 잘못을 지적하면 그 말이 바른 말이라 해도 단언컨대 위로가 되지 못합니다. 이는 전적으로 공감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어려움을 당한 사람에게 필요한 건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는 일입니다. 말하고자 하는 말보다 상대가 당하고 있는 아픔과 고통을 들어주는 것, 상대가 진심으로 털어놓고 하고 싶은 말을 들어 주는 것이, 바로 공감의 첫걸음이요 소통의 길입니다. 이는 비단 슬플 때 아플 때만 해당하는 건 아닙니다. 기쁠 때 즐거울 때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언젠가 지방 신문에 나에 관한 기사가 사진과 함께 실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주위에 있던 아내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내 얼굴 잘 나왔네” 하며 신문을 들이 밀었습니다. 그때 무언가 하고 있던 아내는 “맨날 보는 얼굴 뭐하러 보라 그래?” 신문을 밀쳐내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난 아내에게 어떤 자랑도 하지 않았습니다. 춤을 추고 돌아오는 다윗왕에게 “대왕님이 기뻐하시는 걸 보니 이 왕비도 한없이 기뻐요” 했더라면, 아내가 “어디 봐요, 참 잘 나왔네요”라고 빈말이라도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생각해보면 아내의 말이 틀린 말이 아닙니다. 바른말임에도 나에겐 바른말로 들리지 않았습니다. 바른말이 꼭 옳은 말은 아니었습니다. 상대방에 관심과 애정이 있다 해도 충고는 상대의 자존심을 건드리기 쉬우므로 어느 때보다 세심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이퇴계 선생에게 제자가 묻기를 “형제 사이에 잘못이 있으면 서로 말해주어야 하지 않습니까?”라고 물었을 때 퇴계 선생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우선 나의 성의를 다해 상대방이 감동하게 하여라. 그런 후에라야 비로소 서로 간의 의리를 해치지 않을 것이다. 성의 없이 대뜸 나무라기만 한다면 사이가 소원해진다.” 바른말이 꼭 옳은 말은 아닙니다. 충고가 아무리 상대를 위한 것이라지만, 충고가 잘못하면 고충이 됩니다. 양약은 입에 쓰다는 말처럼 아무리 바른 말이라 할지라도 귀에 거슬립니다. 꿀도 약이라면 쓰다는 속담처럼 자기에게 이롭고 도움이 되는 말이라도 충고와 지적은 듣기 싫어합니다.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내 언어 능력의 한계가 곧 내 세계의 한계다”라고 했습니다. 말은 말하는 사람의 세계와 생각을 나타냅니다.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말은 때로 자기주장과 자기 세계를 상대에게 강요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인간은 이성보다는 감성에 약합니다. 옳은 말보다는 오히려 배려의 말이 더 나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가까운 사림에게 바른말을 해주는 것도 중요하나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따뜻하게 안아주는 일입니다. 시인·소설가·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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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11-16
  • 왜 하필 나인가요?
    생각만 해도 끔찍하고 안타까운 일이 지난날 29일 밤에 일어났습니다. 이태원 핼러윈 축제의 거리가 참혹한 비극의 현장으로 변했습니다. 156명의 꽃다운 청춘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습니다. 유가족에게 무슨 말로 그 슬픔을 위로할 수 있을까요. 살다 보면 별 기막힌 일도 만납니다. 교통사고, 화재, 불치병이나 혈육의 죽음, 이런 일들을 우리의 주위에서 자주 목격합니다. 그래도 잠시 안됐다. 불쌍하다는 마음이 들지만, 시간이 지나면 곧 잊어버리고 맙니다. 그러나 그 일이 남이 아닌 나에게 현실로 닥쳐올 때의 심정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절망과 비통함이 파도처럼 밀려와 몸과 마음을 가눌 수조차 어렵게 합니다. 그때 누구나 하늘을 향하여 “왜 하필, 나인가요?”라며 절규합니다. 미국 대통령이 조 바이든으로 확정되었을 때, 그의 이력이 많은 신문에 소개되었습니다. 그는 결코 평탄한 삶을 살아 온 정치인이 아니었습니다. 그의 어릴 때는 말더듬이로 고생했고 29세의 젊은 나이에 상원의원에 당선되었지만, 그해 크리스마스 즈음에 교통사고로 아내와 딸을 잃고 두 아들도 크게 다쳐 상원의원마저 포기할 뻔했으나 다시 일어서 결국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잃고 실의에 빠져 있을 때, 그를 일으켜 세운 건 아버지(조셉 바이든 시니어)가 건네준 하나의 액자였다고 했습니다. 그 액자는 ‘딕 브라운’이 그린 만화의 한 컷이었습니다. 바이킹‘헤이’의 배가 폭풍우 속에 벼락을 맞아 좌초하자 신을 향해 원망하며 하늘을 향해“왜 하필 나인가요?”(Why Me?) 그러자 신은 그에게 되물었습니다. “왜, 넌 안되지?”(Why not?) 나는 똑같은 이야기를 김동호 목사님의 설교에서 들었습니다. 김동호 목사님은 개신교에서 성공한 목사님입니다. 그 목사님이 암 선고를 받고 처음 들었던 마음은 “왜 하필 나에게?”라고 했습니다. 일생을 최선을 다하여 하나님의 사역을 하다 은퇴하여 겨우 평안한 삶을 살아보려 했는데 “왜 하필 나인가요?” 하나님께 부르짖다가 문득 들려오는 음성을 들었다고 합니다. “왜 너는 안되지?” 오래전에 태안 장로교회에서 부흥회가 있다고 해서 참석한 적이 있었습니다. 세월이 많이 지났어도 그 목사님의 간증이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그 목사님은 며칠 전에 갑자기 스물한 살 된 딸을 천국으로 보내 놓고 너무 힘들어 부흥회를 포기할까 하다가, 하나님과 성도들과의 약속이 중요하다 생각되어 집을 나섰다고 했습니다. 마음이 변할까 싶어 조금 일찍 태안에 내려왔다고 했습니다. 심란하여 태안 시내를 둘러보았다고 했습니다. 여전히 딸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고. 하늘을 보며 외쳤다고 했습니다. “하나님, 왜 하필 내 딸을 데려가셨나요?” 교회 부근을 배회하다가 처음 보는 아름다운 꽃 한 송이를 발견했는데 순간 꺾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때, 문득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들려온 음성“네 딸이 너무 예뻐 내가 먼저 데려왔단다.” 이제는 원망이 감사로 바뀌고 슬픔이 변하여 기쁨이 되었노라고 말했습니다. 이 세상은 천국이 아닙니다. 만일 이 세상이 천국이라면, 하나님은 따로 천국을 만들지는 않으셨을 겁니다. 세상을 흔히 고해(苦海)라 합니다. 온갖 슬픔과 고통과 고난이 넘실거리는 바다. 그 바다를 우리는 인생이란 배를 타고 항해합니다. 화창한 봄날처럼 포근하다가도 때로는 사나운 폭풍우를 만납니다. 어찌 날마다 좋은 일만 있겠습니까? 그때 우리는 대부분 두 가지 반응을 합니다. 하나는 하늘을 원망하며 인생을 원망하며 쓰러지고 마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남에게 닥쳤으니 나도 닥치는 게지.’라며 다시 일어서는 것입니다. 물론, 말처럼 그렇게 쉬운 건 아닙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낙심하고 좌절하며 슬픔에 잠겨 있다고 이미 벌어진 상황을 돌이킬 수는 없습니다. 자식을 잃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했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잘못을 지적하고 온통 책임은 남에게 있는 듯 비난하고 있습니다. 매번 참사 때마다 되풀이되는 모습입니다. 조용히 스스로 돌아보며 고귀한 생명이 남겨준 교훈을 새겨볼 때입니다. 나는 김수용 시인의 詩 ‘풀’을 즐겨 애송합니다.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바람이 자빠뜨리고 넘어뜨려도 오뚝이처럼 빨리 일어나는 풀. 다시 한 번 유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시인·소설가·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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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11-09
  • 교사의 학생에 대한 신체적 학대 범위
    [개요] 중학교 교사의 학생들에 대한 신체적 학대행위가 문제된 사건.(대법원 2022. 10. 27. 선고 2022도1718 판결) [사안] 중학교 교사인 피고인이 학교에서 중학생들에게 초·중등교육법 시행령과 학교의 생활지도 규정에서 금지하는 수단과 방법을 사용하여 체벌한 사안에서, 훈육 또는 지도 목적으로 행하여졌다면 신체적 학대 등으로 볼 수 없는지가 문제된 사안 [대법원] 초ㆍ중등교육법 제18조 제1항 본문은 ‘학교의 장은 교육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법령과 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징계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지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 위임에 따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31조 제8항은 ‘법 제18조 제1항 본문에 따라 지도를 할 때에는 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훈육·훈계 등의 방법으로 하되, 도구, 신체 등을 이용하여 학생의 신체에 고통을 가하는 방법을 사용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위 중학교의 생활지도 규정 제12조 제5항도 ‘징계지도시 도구, 신체 등을 사용하는 체벌은 금지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피고인이 위 중학교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초·중등교육법 시행령과 학교의 생활지도 규정에서 금지하는 수단과 방법을 사용하여 체벌을 하였다면 훈육 또는 지도 목적으로 행하여졌다고 할지라도 허용될 수 없다. 13세 내지 14세의 중학생인 피해자들에 대하여, 중학교 교사인 피고인이 한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 행위가 아동학대처벌법이 가중처벌하는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신체의 건강 및 발달을 해치는 신체적 학대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과 그 학교의 생활지도 규정이 적용되고, 따라서 위 법령과 규정에서 금지하는 수단과 방법을 사용하여 체벌을 하였다면 훈육 또는 지도 목적으로 행하여졌다고 할지라도 신체적 학대행위에 해당한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서 대법원은 중학교 교사인 피고인이 학교에서 중학생들에게 초·중등교육법 시행령과 학교의 생활지도 규정에서 금지하는 수단과 방법을 사용하여 체벌한 사안에서, 훈육 또는 지도 목적으로 행하여졌다고 할지라도 신체적 학대행위에 해당한다고 하여 피고인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박범진 변호사 (서산시 공림4로 22, 현지빌딩 4층 변호사 박범진 법률사무소, 상담전화 : 041-668-7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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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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