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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 사이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참으로 인간관계가 어렵다는 걸 느낄 때가 많습니다. 같은 사물을 보고도 전혀 다른 해석을 할 때도 있고 내가 한 말의 진의를 왜곡하거나 오해하여 듣기도 합니다. 어쩌면 당연한 이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때로는 자신 안에서도 갈등을 느끼는데 하물며 남남 사이야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사람을 한문으로 인(人) 또는 인간(人間)이라 씁니다. 사람 인(人)자 하나로는 부족했는지 사람 인(人)자 옆에 사이 간(間)을 덧붙여 사람을 나타냅니다.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기에 사이 간(間)을 붙여 놨을까요? 어쨌든 인간관계에서 사람과 사람의 공간(사이)은 정말 소중합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관계하며 소통하고 어울리면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며 살아갑니다. 김춘수 시인은 그의 유명한 시 ‘꽃’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고 했습니다. 관계를 맺기 전에는 다만 사람인(人)일 뿐이었는데 관계를 맺어 그와의 사이가 형성되었을 때 비로소 인(人)에서 인간(人間)관계로 발전한 것이라고 나름대로 해석해 보았습니다. 정현종 시인의 ‘섬’이란 시가 있습니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라는 짧은 두 줄짜리 시입니다. 인간은 둘이 있을 때도 외로움을 느끼는 존재입니다. 군중 속에서도 고독을 느끼는 존재입니다. 그러기에 끊임없이 관계를 맺고 싶고 가까이 다가가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그것도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너무 가까이 다가서면 오히려 상처받기 쉽습니다. 사람 사이가 고슴도치 같다는 말이 있습니다. 외로워서 가까이하면 서로의 가시에 찔려 상처를 입습니다. 사람 사이가 불같다고도 합니다. 추워서 불에 너무 가까이 가게 되면 불에 화상을 입습니다. 그러기에 사람 사이도 적당한 사이(間)가 있어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는 반드시 거리만을 말하지는 않습니다. 마음이 지척이면 천 리라도 지척이란 말처럼 비록 멀리 떨어져 있다 해도 끊임없이 생각하고 보고 싶고 그리워한다면 함께 있는 것과 같습니다. 반대로 마음에서 멀면 함께 있어도 먼 관계입니다. 사람이 화가 나서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소리를 지르는 것은 마음이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어 그 정도로 소리를 내야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 있을 거라고 뇌가 착각해서 그런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납니다. 어떻게 하면 가장 좋은 사람 사이가 될까요? 고슴도치처럼 외로워 다가갈 때 서로의 가시가 닿지 않을 만큼 사이를 두어야 합니다. 불에 타지 않을 만큼 사이를 만드는 것입니다. 부부, 부모와 자식, 형제 등 가족 간에도 사이(間)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웃도 친구도 직장 동료도 교인끼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넘지 말아야 할 선(線)이 있습니다. 하지 말아야 할 말(言語)이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사이(間)입니다. 나를 위함이 아닌 타인을 위한 배려의 사이(空間)를 만드는 일입니다. 사이(間)를 떼어버리는 순간, 인간(人間)에서 도로 사람(人)이 되는 것입니다. 사랑과 믿음과 예절과 희생으로 그 사이를 채워야 합니다. 예수님도 사람과의 관계를 매우 중히 여기셨습니다. 예물을 하나님께 드릴 때 원망들을 만한 일이 생각나면 형제와 화목하고 그 후에 와서 예물을 드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김남기 시인의 ‘그때 왜’라는 시를 소개합니다. ‘저 사람은 거짓말을 너무 좋아해/저 사람과는 결별해야겠어/하고 결심했을 때/ 그때 왜/나의 수많은 거짓말했던 모습들이 떠오르지 않았지?// 저 사람은 남을 너무 미워해/저 사람과는 헤어져야겠어/하고 결심했을 때/그때 왜/ 내가 수많은 사람을 미워했던 모습들이 떠오르지 않았지?//저 사람은 너무 교만해/그러니까 저 사람과 그만 만나야지/하고 결심했을 때/그때 왜/ 나의 교만했던 모습들이 떠오르지 않았지?//저 사람은 너무 이해심이 없어/그러니까 저 사람과 작별해야지/하고 결심했을 때/그때 왜/내가 남을 이해하지 못했던 모습들이 떠오르지 않았지?//이 사람은 이래서/저 사람은 저래서 하며/모두 내 마음에서 떠나보냈는데/이젠 이곳에 나 홀로 남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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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7-04
  • ‘가정폭력행위자’의 의미
    [요지]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3조 제1항 제2호에 규정된 ‘가정폭력행위자’의 의미가 문제된 사건 (대법원 2023. 6. 1. 선고 2020도5233 판결) [개요]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3조 제1항 제2호에 규정된 ‘가정폭력행위자’의 의미 및 위 특례법에 따른 피해자보호명령을 받은 자가 보호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하여 불이행죄로 기소된 이후에 보호명령의 전제가 된 가정폭력행위에 대하여 형사절차에서 무죄판결을 선고받아 확정된 경우에도 불이행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 사안. [대법원 판단] 가정폭력처벌법 제63조 제1항은 제55조의2에 따른 피해자보호명령을 받고 이행하지 아니한 가정폭력행위자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한편 ‘가정폭력범죄’란 가정구성원 사이의 신체적·정신적 또는 재산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로 가정폭력처벌법 제2조 제3호의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죄를 말하고(제2조 제1, 3호), ‘가정폭력행위자’란 가정폭력범죄를 범한 사람 및 가정구성원인 공범을 말한다(제2조 제4호). 가정폭력처벌법상 피해자보호명령은 판사가 가정폭력범죄 피해자의 보호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 피해자 등의 청구에 따라 결정으로 가정폭력행위자에게 피해자의 주거지 등에서의 퇴거 등을 명하는 제도로서(제55조의2 제1항), 피해자가 스스로 안전과 보호를 위한 방책을 마련하여 직접 법원에 청구할 수 있도록 하여 신속하게 피해자를 보호하려는 취지를 가지고 신설되었다. 이러한 피해자보호명령 제도의 내용과 입법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가정폭력처벌법 제63조 제1항 제2호가 정한 ‘피해자보호명령을 받고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가정폭력행위자’란 피해자의 청구에 따라 가정폭력행위자로 인정되어 피해자보호명령을 받았음에도 이행하지 않은 사람을 말한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가정폭력행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피해자보호명령을 받았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보호명령 불이행죄로 기소된 이후에 피해자보호명령의 전제가 된 가정폭력행위에 대하여 형사재판에서 무죄판결을 선고받아 확정된 사안에서 피해자보호명령의 제도적 의의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피해자보호명령을 받았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이상 보호명령 불이행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사례제공 : 박범진 변호사 (서산시 공림4로 22, 현지빌딩 4층, 상담전화 : 041-668-7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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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2023-07-04
  • ‘없으면 작아진다, 적어진다, 비굴해진다, 멍청이가 된다, 불편하다, 쓸쓸하다, 주눅 든다, 미안하다, 불려 다닐 걱정 없다, 조그만 것에 감사하고 하찮은 것에 고마워한다. 자손들 싸움 붙일 일 없다. 없으면 꿈만 꾸고, 있으면 꿈을 만들고. 있다가도 도망가 울고, 없다가도 찾아와 웃고. 어머니도 아버지도 현찰이면 OK, 아들도 딸도 있어야 효도하고, 친척 친구도 많으면 붙고 없으면 멀어지지. 돈, 돈, 돈, TV를 틀어도 돈, 돈, 신문을 봐도 돈, 돈. 교회도 돈, 돈, 절에도 돈, 돈. 불행의 종자, 밤에 피는 꽃, 돌고 돌아 아예 돌아버리게 하는 돈. 저승사자가 감쪽같이 숨어서 희쭉 웃고 있는 돈. 우라질 놈의 돈! 환장할 놈의 돈! 간 쓸개 다 내주고 모셔오는 돈. 개처럼 졸졸 맘대로 끌고 다녔으면 좋겠다’ 위의 글은 필자가 강산도 두 번 바뀌기 전에 낙서했던 글입니다. 세월이 그렇게 흘렀는데도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습니다. 여전히 그놈의 요물 때문에 별별 희한한 일들이 다 생깁니다. 국민의 선량이란 사람이 막중한 국사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코인거래를 하다가 문제를 일으킨 사람도 있는가 하면 징용피해자를 돕는다는 단체가 피해보상금의 2할을 원 단위까지 청구했다는 보도를 보면서 돈에 관한 거라면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눈을 돌려보면 눈물 나게 감동적인 기부 이야기가 넘쳐납니다. 일평생 모은 돈을 아낌없이 기부한 사례들은 차라리 진부합니다. 어쩌다 선행이 드러나도 그들은 쑥스러워합니다. 매년 나타나는 얼굴 없는 천사나 기업가나 유명 체육선수 또는 연예인들의 베푸는 선행이 얼마나 많은가요? 그런데도 그들의 선행은 은밀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애초부터 자랑하기 위함이 아니요 진정한 이타심의 발로이기 때문입니다. 엊그제 지인이 보내준 수필집에서 ‘만 원짜리 지폐’를 설명한 글을 읽었습니다. 평소 무심히 보던 지폐였는데 설명을 듣고 보니 하나하나 깊은 의미가 담겨 있었습니다. 먼저 세종대왕의 초상화(御眞)가 있고 좌측에 소나무와 폭포와 산봉우리가 5개 있습니다. 이를 ‘오봉일월도’라 하며 이는 용상 뒤에 장식하며 용비어천가 2장의 구절이 적혀있습니다. 용비어천가는 세종대왕 때 정인지 등이 왕명으로 지은 해동 육용이 하늘로 올라갔다는 뜻으로 조선 창업을 중국 고사에 빗대어 찬송한 것이며 훈민정음으로 쓴 최초의 작품입니다. 뒷면을 보면 왼쪽에 천문관측기인 ‘혼천의’가 보입니다. 세종 때 장영실이 처음 제작하였으나 분실되고 현종 때에 송이영이 제작한 혼천시계라고 합니다. 하루 한 번씩 회전하며 계절과 시간의 변화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중앙에는 ‘천상열차분야지도’가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우리 서산 출신의 자랑스러운 유방택(자는 금헌琴軒, 시호는 정숙靖肅)은 조선 개국 직후인 1395년(태조 4) 권근과 함께 천상열차분야지도를 제작하였습니다. 1395년에 최초의 하늘지도가 만들어진 셈입니다. 이를 완성한 공적으로 좌명공신(佐命功臣)에 녹훈(錄勳)되고 서산군(瑞山君)으로 봉해졌습니다. 서산시 인지면 애정리에 류방택 천상과학관에 가면 ‘천상열차분야지도’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화폐의 뒷면 오른쪽에는 경북 영천의 보현산에 있는 ‘반사식 광학천체망원경’입니다. 지름이 1.8m로 수억 광년이나 되는 우주의 신비를 망원경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 장의 화폐에 훈민정음을 창제한 세종대왕과 과학 군주의 면모가 들어있는 깊은 뜻이 있습니다. (박종국의 ‘만원 지폐에 담겨 있는 비밀’에서) 애초부터 돈은 귀하게 쓰라는 뜻에서 만들어진 듯합니다. 학교폭력으로 아들을 잃은 참빛그룹 이대봉 회장은 용서의 힘으로 서울아트센터를 세워 35년째 3만여 명의 어려운 인재들을 도와 온 그는 열심히 장사해 번 돈으로 어려운 분을 도와드릴 때가 가장 보람 있고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영국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은 “돈은 좋은 머슴이기는 하지만, 나쁜 주인이기도 하다”라고 했습니다. 한세상 태어나서 어찌 돈의 노예가 되어 부끄러운 이름을 남기겠습니까? 만 원짜리 한 장을 들여다보며 지폐 속에 담긴 교훈을 되새겨봅니다./목사 시인, 소설가,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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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6-29
  • 정치가의 길, 정치 낭인의 길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 라고 말했던 것처럼 우리는 한시도 정치를 떠나 살아갈 수 없다. 주요 일간 신문의 1면은 어제나 정치뉴스가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TV의 뉴스도 정치가 단연 압도적이다. 성인들의 모임 역시 정치 이야기가 주류를 이룬다. 그만큼 우리는 정치를 떠나서 살아갈 수가 없다는 방증이다. 그러면서도 가장 혐오하는 것이 정치요, 불신하는 것도 정치가 아닐까? 그렇다면 정치적 불신을 줄이고 정치 낭인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정치를 해야 하는 이유와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어떤 것이 있는가를 살펴보겠다, 우선 정치를 해야 하는 이유를 통해 정치가의 필요성부터 살펴보겠다. 첫째, 사회혁신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현재 상황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정치를 통해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새로운 법을 옹호하든, 기존 시스템에 도전하든, 사회 발전을 위해 노력하든, 정치는 문제를 해결하고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기 때문에 사회혁신에 참여하기 위한 첫 단계이다. 둘째, 가치관의 구현 때문이다. 이루고자 하는 특정 이슈나 대의에 열정을 가지고 있다면 정치를 통하여 이러한 가치를 구체화할 수 있다. 정치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사회 정의나 평등 나아가 관심 있는 사회문제 해결에 참여할 수 있다. 셋째. 네트워킹과 인맥형성 때문이다. 정치한다는 것은 정부나 기업을 비롯한 시민 사회단체에서 일하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인맥을 형성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나아가 사회적으로나 직업적 영역을 확장하여 협업을 통한 개인적 성장의 기회를 열 수 갈 수 있다. 넷째, 학습과 개발 때문이다. 정치는 거버넌스, 공공 정책, 대인관계 기술에 대한 지식이 필요한 복잡한 분야이다. 정치 활동에 몰입함으로써 귀중한 지식을 습득하고 협상, 대중 연설, 비판적 사고 및 전략 계획에 관한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 다섯째, 영향력과 권력을 소유하고 싶기 때문이다. 정치는 의사 결정 과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을 형성할 기회를 제공한다. 넓은 의미에서 본다면 우리는 정치에 참여함으로써 정책형성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좁은 의미에서 보더라도 지역사회나 조직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발언권을 행사 할 수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정치에 발을 담그게 되었다면 반대로 정치에 발을 담그지 말아야 할 이유는 어떤 것이 있을까? 첫째, 윤리적 문제 때문이다. 정치는 때때로 부패에 개입하거나 부정직한 일도 하여야 한다. 개인적 이익을 위해서 원칙을 벗어나 타협과 같은 비윤리적인 관행을 수반할 수 있다. 정직성을 중요시하고 이러한 윤리적 문제를 어기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면 정치에 발을 담그지 말아야 한다. 둘째, 스트레스와 정서적 피해에서 벗어나 살고 싶기 때문이다. 정치는 스트레스가 심하고 정서적인 면이 고갈될 수 있다. 열띤 토론에 참여하거나 비판에 직면하거나 인신공격에 대처하는 것은 웰빙같은 삶을 지속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마음의 평화와 균형 잡힌 라이프 스타일을 우선시한다면 정치를 멀리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셋째, 시간 투자 때문이다. 정치는 종종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해야 한다. 캠페인, 회의 참석, 정책 조사, 유권자들과의 소통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다른 우선순위가 있거나 시간적 여유가 제한된 경우라면 기존 약속과 정치 참여를 병행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넷째, 부정적인 대중의 인식 때문이다. 정치는 부정직을 포함한 권력 투쟁, 당파적 분열 때문에 일부 사람들에게 부정적으로 비춰질 수 있다. 이러한 부정적 인식과 연관되는 것이 우려되거나 개인 또는 직업 생활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이 두려우면 정치를 멀리하는 것이 좋다. 다섯째, 정치를 하지 않아도 보람된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 밖에서도 변화를 일으키고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 운동에 참여하거나, 자선단체에서 자원봉사를 하거나, 민간 부문에서 경력을 쌓는 방법도 정치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도 사회에 공헌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볼 때 정치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는 개인적인 일이요, 개인의 가치관이나 목표 또는 상황에 따라 결정할 일이다. 하지만 정치에 참여하고 싶다면 먼저 정치 참여를 결정하기 전에 이상에서 언급한 잠재적인 이점과 단점을 신중하게 고려하여 결정하는 것이 자신은 물론 사회나 국가를 위해서도 중요하면서 필요한 일이다. 나아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치 낭인에서 줄이는 길이기도 하다./김성윤 전 단국대 법정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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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6-29
  • 서산시와 기회발전특구
    서산시민이 바라는 진정한 서산시 발전의 이정표는 무엇일까? 미래에 가서 서산시의 역할과 기능을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강화하는 일이다. 그래서 서산시의 현실 경영은 엄청난 지혜가 필요하다. 18만 서산시민과 공무원들, 그리고 미래세대를 위한 밑그림을 세부적으로 그려내야 한다. 하지만 잘못하면 시의 행·재정력을 소모적인 일에 쏟아부을 수가 있고 낭비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더욱이 가장 안타까운 것은 좋은 기회가 왔어도, 주어진 환경을 탓하며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는 경우다. 사실 기회의 포착은 동물의 세계에서도 통용되는 생존 법칙이다. 좋은 기회를 포착해야지만, 훗날 괄목할만한 사업성과를 서산시 몫으로 돌릴 수가 있다. 좋은 도시발전 기회가 찾아와도, 이를 적실성 있게 포착하지 못하고 뒷북이나 치면 서산시의 지역발전수준을 기대하기 어렵다. 서산시의 현 주소는 환황해권의 중심도시로서 기업유치와 석유화학산업에 사활을 거는 모양새다. 그만큼 경기도 남부권의 광역행정급인 K-반도체 산업벨트와의 경쟁 또는 협력이 불가피하다. 그래서 서산시의 미래 발전 동력으로 현 정부의 기회발전특구(Opportunity & Development Zone)에 찾아야 한다고 본다.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국정과제에서 지방주도의 자생력 있는 지역발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기회발전특구’와 ‘교육자유특구’의 지정 및 운영 근거를 마련하였다. 기회발전특구는 비수도권 지역의 투자 촉진을 위해 자치단체-기업 간 협의에 따라 관련 지역을 특구로 지정할 수 있으며, 교육자유특구는 다양한 형태의 공교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정된 지역이다. 교육자유특구와는 달리 기회발전특구는 투자기업에 대해 양도소득세, 법인세, 증여세, 상속세 등 최대한 전액 면제를 제공하는 방향에서 제도를 설계하고 있다. 가장 큰 핵심은 세제 혜택이다. 수도권 기업을 지방으로 분산 배치하고 지역은 외부기업을 기회발전특구로 옮겨오도록 유인하는 대표적인 지역 균형발전 사업이다. 수도권 기업의 지방 이전과 신규 투자 촉진을 위한 파격적인 세제 및 규제 특례, 특화된 첨단인력 양성과 R&D 부문의 연구 인프라를 집중해서 육성하는 균형발전 프로젝트다. 이런 이점 때문에, 전국의 많은 지자체에서 전략산업 육성과 기회발전특구 지정을 위한 도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서산시와 규모가 비슷한 당진시와의 첨예한 상호 간 경쟁이 예상된다. 이런 점에서 서산시는 기회발전특구 지정을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 첫째, 외적 차원이다. 기회발전특구 지정을 위해 정부간 관계(IGR)를 통해 지역전략산업 육성의 비전 제시와 홍보, 적극적인 도전 의사 표명과 협의 등이다. 둘째, 내적 차원이다. 기회발전특구의 지정과 신청을 위한 사전 준비태세다. 국가 차원에서 기회발전특구 지정을 위한 합당한 목적과 조건, 자격 요건, 세부지침 등을 충족하기 위한 실천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서산시가 기회발전특구 지정을 위해 전문가 초청 특강을 개최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시점에서 주문한다면 서산시의 기회발전특구 지정은 자생적인 지역균형발전 노력과 수도권 지역의 전략기업 유치를 위한 매력적인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 기회발전특구의 지정은 서산시의 석유화학 산업과 반도체 산업 등 경제도시 조성을 위한 발전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 깊게 생각해야 한다. 따라서 환황해권의 중심도시로서 서산시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반드시 기회발전특구를 체계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경제도시로서 도시발전을 추구하려면 도시 내외부의 발전기반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충분하다./이수영(본지 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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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6-21
  • 건강하게 사는 것이 복입니다
    아파본 사람은 압니다.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 건지. 지난주 서산타임즈에 실린 이병렬 발행인의 ‘곱게 늙고 싶다는 생각’을 읽으며 아마도 그런 마음은 모든 사람의 한결같은 소망일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은 건강이 중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그 소망은 소망으로 끝납니다. 건강하기를 소원하면서도 실제로는 그 건강을 위해서 그다지 투자하지 않습니다. 건강은 마치 부와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재물도 허랑방탕하여 낭비한다면 얼마 못 가서 쪽박 차게 됩니다. 아무리 건강하게 태어났다고 하더라도 마구 몸을 굴리다 보면 쉽게 무너집니다. 반대로 허약하게 태어났다 하더라도 끊임없이 노력하다 보면 오히려 건강하게 살게 됩니다. 속담에 ‘고르릉 팔십’이란 말이 있습니다. 젊어서 ‘고르릉’거리며 유약했던 분이 팔십 세까지 산다는 말입니다. 필자가 모시던 직장 선배님 한 분을 엊그제 만났습니다. 이분은 위가 약해 늘 약을 달고 살았습니다. 매사 조심하고 소식하고 술 담배는 아예 입에 대지도 않았습니다. 이제 9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누구보다도 더 건강하셨습니다. 똑같이 출고된 자동차라도 주인에 따라 그 수명이 달라집니다. 우리 몸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수명이야 하나님께 있지만, 건강은 자기 몫입니다. 문학을 통해 마음을 주고받는 문우 Y 박사가 보내준 수필 문예지 <수필 뜨락>을 받았습니다. 책을 펼쳐 보다가 특집 그가 쓴 ‘건강을 위한 습관’을 보고 참으로 깨닫는 바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부끄러웠습니다. 건강을 위해 기도는 하면서도 정작 건강을 위해 투자하지 않았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건강도 투자를 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고 지킬 수도 없습니다. 그의 글을 읽고 다음 날부터 바로 실행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면 이를 닦고 물 한 컵을 마신 후 맨손체조를 한다고 합니다. 12개 동작으로 가장 널리 보급된 국민체조를 한다고 했습니다. 젊은 시절 숙달된 동작을 세월과 함께 잊어버려 처음 시작할 때는 컴퓨터 검색으로 회복했다고 합니다.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오면 제자리 걷기 준비 지세로 시작합니다. 이어서 순서대로 숨쉬기, 다리, 팔, 목, 가슴, 옆구리, 등 배, 몸통, 온몸, 다리, 팔다리, 숨 고르기로 해서 2번 연속한다고 합니다. 이를 매일 실시한 세월이 15년째라고 했습니다. 밤사이 잠자리에서 눌린 근육을 풀어주며 특히 목과 어깨에 효과가 탁월하다고 했습니다. 실내에서 하므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기와 관계없이 전천후 운동이라고 했습니다. 넓은 면적이 필요 없으므로 집을 떠나 숙박을 하는 문학 세미나, 행사, 등산, 기타 모임 등 국내는 물론, 외국 여행을 할 때도 호텔 방에서 빠짐없이 실시했다고 합니다. 뭉친 근육을 풀어 줄 뿐만 아니라 이두박근 대흉근 등 어깨 가슴 근육이 젊은 시절 못지않게 유지된다고 했습니다. 저녁 무렵에는 공원에 나가 기구 운동을 한다고 했습니다. 팔과 옆구리 스트레칭을 위한 양팔 줄 당기기, 하체 근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레그프레스, 크로스칸트리, 유연성 증대를 위한 롤링웨이스트, 등과 허리에 근육을 풀어주는 스트레칭 로라 등 기구 운동을 끝내고 근처 냇가를 걷는다고 했습니다. 하루 평균 8,000여 보, 미세 없는 날 같은 날은 1만 여보 이상을 걷는다고 했습니다. 이상은 Y 박사의 건강을 지키는 비결입니다. 그가 하는 운동은 따로 돈이 들거나 남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다만, 끊임없는 노력과 시간의 투자입니다. 다시 말하면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렵다고 하더라도 건강을 잃은 후 겪게 되는 고통과 잃어버리게 되는 시간, 그 막대한 비용과 비교한다면 어느 쪽이 쉽겠습니까? 돈을 잃는 것은 조금 잃는 것이고 명예를 잃는 건 많이 잃는 것이고 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다고 했습니다. 건강은 개인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고령인구는 해마다 증가하여 2025년에는 20%가 넘는 초고령사회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나의 건강을 지키는 일은 애국의 길이기도 합니다. 오래 사는 것이 복이 아니라 건강하게 사는 것이 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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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6-21
  • “곱게 늙고 싶다” 는 생각
    얼마 전 10여일이 넘도록 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생생한 목격담이 아직도 기억의 수장고에 짙은 잔상으로 남아있다. 4인 병실이었는데 할아버지 환자가 3명이나 됐다. 필자에게 묵직하게 다가온 것은 3가지. 하나는 약간의 치매기가 있는 90세 할아버지, 또 하나는 말이 어눌한 70대 후반의 할아버지, 마지막은 한 끼 식사를 거뜬히 해치우고 다소 정정해 보이는 80대 할아버지의 모습이었다. 모두 ‘침묵의 살인자’인 심혈관 질환을 앓고 있다고 했다. 이들 환자들을 돌보는 이를 살펴보자니 간병인이거나 머리가 희끗희끗한 남동생으로부터 노노케어를 받고 있거나, 직장에 다니는 아들과 손자가 번갈아 가며 환자들을 돌보고 있었다. 이들의 모습에서 노화의 악령이 서서히 잠식하고 있음을 느꼈다. 건강수명이 늘어나면서 평균수명이 세 자리 숫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현실화하는 느낌이다. 이른바 ‘실버 쓰나미’는 우리에게 많은 과제를 안기게 될 것이다. 통계청의 2022년도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901만8000명이며, 이는 전체 인구의 17.5%에 해당한다. 고령인구는 계속 증가해 2025년에는 20.6%로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같은 수치는 갈수록 수직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2030년 25.5%(1천 350만 6천명), 2040년 40.5%(1천 724만 5천명), 2050년 45.0%(1900만 4천명)로 치솟을 전망이다. 필자가 생의 끝자락에 이를 때쯤이면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고령 인구가 된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75세 이상의 고령인구 비중이 점점 높아져 2040년 전체 고령인구 비중 34.4%의 절반을 넘어 53%에 해당하는 18.1%, 2050년에는 전체 고령인구 비중 40.1%의 62%인 24.7%, 2070년에는 전체 고령인구 비중 46.4%의 66%인 30.7%로 늘어남으로써 고령자 가운데서도 75년 이상을 사는 고령자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고령 인구의 덩치가 비대해지는 것은 생명공학, 의술의 발전에 기인한다. 나이 들면서 으레 자연스러운 현상, 숙명적 올가미로 여겨졌던 노화는 언제부터인가 치료할 수 있는 질병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분위기다. 먼 훗날의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노화 시계를 늦추거나 정지시키는 연구가 결실을 보게 된다면 20~ 30년 뒤에는 진일보한 생명공학의 도움으로 노화 예방 접종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섣부른 전망이 벌써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이 같은 긍정적인 전망을 두고 혹자들은 “턱도 없다”라고 콧방귀를 뀔 수도 있을 것이다. 겹겹의 병환, 녹슬어 가는 뇌, 장기 손상 등 갖가지 노화의 징표들이 아주 천천히 우리를 좀먹고 있을 텐데 이를 지연시킨다는 것은 공상과학소설에나 나올 법한 영화 같은 이야기라는 것이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창립자이자 국제장수센터(ILC) 초대 센터장을 지낸 노인의학 전문의 로버트 버틀러는 이렇게 말했다. “노년기가 끔찍한 것은 나이만 먹다가 죽을 운명이라는 사실 때문이 아니다. 늙어 가는 과정이 쓸데없이, 그리고 때때로 잔인할 정도로 고통스럽고 치욕스러우며 고독하기 때문이다”라고 진단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노인, 노화에 대처하는 우리 사회의 시각이 많이 뒤처졌다는 점이다. 미국은 이미 1992년부터 노인의학과를 정식 진료과목으로 채택해 환자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나라 전체가 빠르게 은빛으로 물들어 가는 작금의 추세에서, 그리고 소아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가 있는 상황에서, 노인의학과가 없다는 것은 연령차별, 노인차별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은 그래서 꽤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영국은 한 발 더 나갔다. 2018년 노년층을 더 세심하게 살펴보자며 고독부까지 신설했다. 노화를 대하는 우리의 인식과 격차가 크다는 점에서 씁쓸한 마음을 지을 수 없다. 얼마 전 아파트 인근에서 걷기운동을 하다가 지팡이에 의지한 채 힘겹게 뒤뚱뒤뚱 걷는 어르신을 보고 설핏 이런 생각이 스쳤다.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처럼 노년을 구질구질하게 살아서는 안 되는데” 그러면서 자문해 봤다. “그간 내 몸에 소홀함은 없었는지?”, “나의 외피(신체) 나이는? 나의 내피(장기) 나이는?” 훗날 나무의 나이테처럼 자글자글한 주름, 쭈글쭈글한 살갗, 아무튼 몸 여기저기 핀 저승꽃을 끼고 살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곱게 늙고 싶다”라고 읊조리고 또 읊조렸다. 건강할 때 내 몸을 닦고 조이는 게 건강수명을 늘리는 요체다.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느냐에 따라 습관화된 삶의 태도에 따라 바람직한 노년의 모습이 좌우될 수 있다. 예로부터 노인을 빗대 ‘지혜의 샘’또는 ‘지식의 창고’라고 했다. 인생 3막 노년을, 작지만 의미 있게 설계해서 하나하나 실천해 나간다면 더욱 건강수명이 길어지지 않을까./이병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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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6-13
  • 별처럼 아름다운 달밤
    하늘에 있어야 할 별들이 땅으로 내려온 밤이었습니다. 빛나는 별들이 탱자 성에 내려와 반짝거렸습니다. 춤이 별이었고 별이 춤이었습니다. 시가 별이 되었고 별이 시가 되었습니다. 바로 음력 4월 보름날 밤, 해미읍성 동헌 안에서 별처럼 아름다운 달밤이 세상을 포근히 안아 주었습니다. 누가 이처럼 아름다운 밤을 만들 수 있었는가요?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었습니다. 지난 6월 3일 오후 7시. 해미읍성에서 ‘2023 해미읍성 탱자꽃’이라는 주제로 ‘제1회 시민과 함께하는 달빛 시 낭송’ 공연이 있었습니다. 시민의 정서를 함양하고 시의 저변확대와 시를 통해 더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고자 ‘서산 시 낭송회’가 주관하여 열린 공연이었습니다. 초청장을 받아보고 기쁜 마음으로 이날을 기다렸습니다. 시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좋은 시를 감상할 수 있다는 건 무엇보다도 즐겁고 행복한 일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었습니다. 공연의 성패는 관객동원에 달려있습니다. 유명 가수를 초청하여 공연하는 음악회도 아니고 재미난 연극도 아닌 시를 낭송하는 행사에 어떤 사람이 와서 자릴 채워줄 것인가? 처음으로 시도하는 시 낭송 행사가 부디 성공하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두어 시간 전에 해미읍성에 도착하였습니다. 읍성 안에는 저녁때가 되어서 그런지 파장처럼 한산했습니다. 안내 포스터를 보고 동헌 안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어디선가 소리가 들렸습니다. 소리를 따라 내아로 들어갔습니다. 이미 행사장 준비는 다 되어 있었습니다. 안내소에는 음료와 방명록이 비치되어 있었고 시민들이 선정한 애송시 모음 ‘탱자꽃’이란 시집이 놓여 있었습니다. 무대 앞 잔디밭에는 어림잡아 300석 가까이 빈 의자들이 놓여 있었습니다. 무대에선 리허설이 한창이었습니다. 이미 도착한 몇몇 지인들과 인사하고 함께 저녁을 먹으러 밖으로 나왔습니다. 공연 시간은 다가오는데 성안에는 나무들의 그림자만 길게 누워있었습니다. 목까지 올라온 걱정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공연장에 들어가기 전까지 그 걱정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공연장에 도착해보니 나의 의식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금방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어디에서 숨었다 들어오는지 많은 사람이 좁은 문안으로 밀물처럼 들어왔습니다. 시간이 채 되기 전에 잔디밭 빈 의자는 다 채워지고 공연이 시작될 무렵에는 공터에 서 있는 사람들이 병풍처럼 둘러섰습니다. 행사 주체자인 시 낭송회 대표 김가연 회장의 내빈 소개가 있었습니다. 성일종 국회의원을 비롯하여 도의원, 시의원, 언론인, 각계 인사와 문인들이 소개받을 때마다 큰 박수로 환영해 주었습니다. 드디어 막이 올랐습니다. 시와 춤이 이렇게 조화를 이룰 수가 있을까요? 얇은 사(紗) 하얀 고깔을 쓴 판소리 가문의 마지막 후손 이애리 전통무용가의 승무에 맞춰 유병일 회원의 조지훈 시 승무(僧舞)를 낭송했습니다. 소름이 돋았습니다. 날개처럼 펄럭이는 소매 끝으로 인간의 번뇌를 털어버리듯 무대를 휘젓는 아름답고도 처연한 몸짓에 맞춰 시(詩)도 하나가 되어 영혼까지 부르르 떨게 하였습니다. 이어서 정광수 플루티스트의 플루트연주와 강애심 배우의 멋진 시 낭송과 노래로 온 청중을 사로잡았습니다. 이어서 회원들의 시 낭송이 이어졌습니다. 김가연 회장의 세련된 진행이 분위기를 더욱 높여 주었으며 대한민국 전통 명무 제3호이며 단국대학교 김지림 평생교육원 주임교수의 소고춤은 단연 압권이었습니다. 저런 유명한 춤을 이런 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운인가요? 회원들이 낭송하는 시(詩)들은 모두 아름답고 안타깝고 정감 어려, 눈으로 보는 시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하나같이 낭송을 잘하는지요? 얼마나 노력했으면 그 경지에 오를까요? 속으로 무척 부러웠습니다. 어둠이 짙어지고 밤도 깊어지는 시간, 김가연 회장이 밤하늘을 가리키며 달을 보라 했습니다. 마침 노란 둥근 보름달이 해미읍성 위로 봉긋 솟아오르는 중이었습니다. 시에 젖어 한껏 고조된 감성에 달을 바라보는 순간 이보다 더 아름다운 시간은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삶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짊어져야 하는 신음, 고통과 아픔을 위로하고 이렇게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시의 힘이란 걸 깨달았습니다. 정신없이 공연에 몰입하다 보니 벌써 끝이 났습니다. 그때야 정신이 들어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놀랬습니다. 빈자리 하나 없이 앉아있는 사람들 모두 힘찬 박수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시를 부르면, 시도 우리 곁으로 오는 것이란 걸 알았습니다. 아! 드디어 우리나라가 선진 국민이 되었구나! 불과 몇 십 년 전에 유럽 선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이런 격조 높은 공연을 지금 우리가 즐기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시민의 문화 의식 수준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문득 기러기 행진이 생각났습니다. 제일 앞장선 기러기는 공기의 저항을 제일 많이 받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뒤를 따라 날아가는 기러기는 힘내라고 그렇게 소리쳐 응원한다는 것입니다. 제2회, 제3회 시낭송회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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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6-13
  • 자동차 이전 등록 전 반환요구 거부는 횡령죄(?)
    [요지] 자동차 매수인이 매도인으로부터 승낙을 받고 이전등록 전 이를 사용하다가 차량 반환 요구를 거부한 것이 횡령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안. (대법원 2023. 6. 1. 선고 2023도1096 판결) [개요] 피고인이 피해자 측으로부터 이 사건 차량을 매수하면서, 피고인이 매매대금의 지급에 갈음하여 피고인이 OO캐피탈에 대한 차량할부금을 납부한 후 피고인 운영의 회사 명의로 이전등록을 하기로 약정하고, 이 사건 차량을 인도받아 사용하던 중 할부대금 및 과태료 등을 납부하지 않았음. 이에 피해자 측이 이 사건 차량의 반환을 요구하였으나 피고인이 이를 거부한 행위가 횡령에 해당하는지? [대법원 판단]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는 것을 처벌하는 범죄이므로,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횡령의 대상이 된 재물이 타인의 소유라는 점이 입증되어야 할 것이고, 형사재판에서의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 재물이 당초 피고인에게 보관된 타인의 재산이라고 하더라도 그 이후 타인이 피고인에게 이를 양도하거나 임의사용을 승낙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 사정이 재판에 나타난다면 이러한 의문이 해명되지 아니하는 한 피고인을 유죄로 단정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1. 12. 14. 선고 2001도3042 판결 참조). 자동차에 대한 소유권의 득실변경은 등록을 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기고 등록이 없는 한 대외적 관계에서는 물론 당사자의 대내적 관계에서도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지만, 당사자 사이에 소유권을 등록명의자 아닌 자가 보유하기로 약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내부관계에 있어서는 등록명의자 아닌 자가 소유권을 보유하게 된다(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2도15303 판결, 대법원 2014. 9. 25. 선고 2014도8984 판결 등 참조). 대법원은, 피고인이 이 사건 차량에 관한 매매약정에 따라 정당한 법률상 지위·권리를 보유한 채 이를 사용한 것일 뿐 피해자와의 위탁관계를 전제로 이 사건 차량을 보관하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피해자 측이 피고인에게 이 사건 차량의 등록명의 이전과 무관하게 사용을 승낙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어 판시 횡령의 점을 섣불리 유죄로 단정할 수도 없으며, 적어도 피고인과 피해자 측 사이의 대내적 관계에서는 이 사건 차량의 등록명의에 관계없이 이 사건 차량에 관한 소유권을 매수인 측인 피고인이나 이 사건 회사가 보유하기로 정한 것이라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하여, 판시 횡령의 점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의 판단에 ‘타인 소유 재물에 관한 보관자의 지위’를 전제로 한 횡령죄의 고의 및 불법영득의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보아 원심판결 중 횡령을 유죄로 판단한 부분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사례제공] 박범진 변호사(서산시 공림4로 22, 현지빌딩 4층, 상담전화 : 041-668-7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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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6-13
  • ‘그때도 맞고 지금도 맞다’라는 생각
    중앙호수공원 ‘문화시설 용지’에 도서관건립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사연을 불러냄이 과연 적정한지 망설임이 없지 않다. 10여 년 전, 그 땅에는 어린이도서관, 청소년수련관, 여성회관 등 4개 시설을 건립하기로 하였으나 ‘장래를 위하여’ 아껴두고자 예정지를 다른 곳으로 변경했다. 이 시설들을 따로따로 세우는 것은 부지 활용이나 관리면 등에서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어린이도서관과 청소년수련원은 주변 환경으로 볼 때 적절치 않다는 의견도 제기되었다. 그리하여 이 문화시설 용지에는 다수의 시민들이 이용하고 서산을 상징할 만한 시민회관이나 종합문화예술회관 등 다목적시설을 짓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결론지었다. 이에 따라 다른 지역을 물색하게 되었고, 서령로 변에 현재의 문화복지센터를 건립하게 된 배경이다.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극복하며 호수공원 땅을 보존하게 된 것이다. 그러한 목적과 이유가 지금도 유효한지 아닌지는 견해가 다를 수 있겠으나, 애초 예정대로 사업을 시행했더라면 오늘의 상황은 없을 것이라는 추측까지 하게 된다. 중앙호수공원 옆 문화시설 용지는 누가 보아도 탐나는 노른자위다. 옛날 버려지다시피 했던 저수지를 중심으로 주변 지역을 개발하니 ‘상전벽해’로 탈바꿈됐다. 호수를 둘러싸고 상가와 택지가 조성되고 공원이 만들어졌다. 시민들이 가장 즐겨 찾는 장소이고 외지인들에게도 알려진 명소가 되었다. 한편 ‘어금니처럼 아껴서’ 지금의 공간으로 남겨 둔 문화시설 용지는 어떤 시설이 들어가도 좋은 요지이다. 그런 여건을 활용하여 도서관 건립 예정지로 결정하였다고 이해한다. 현재 제기되는 논란의 중점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입지와 관련된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전임 시장 때 결정된 사업을 변경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 자리에 지어야 한다는 측에서는, 접근성이나 이용 편의성 면에서 볼 때 적지이며 이미 이곳에 세우기로 결정된 만큼 변경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한편 변경하여야 한다는 측의 주장은 주변이 술집과 노래방 등 유흥가로 형성되었고 많은 사람이 모여 운동, 공연, 집회하는 곳으로 학습권과 지식 탐구권을 저해 받는 부적절한 입지로써 다른 곳을 선정하여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두 가지 관점에서 짚어본다. 첫째 도서관 건립 용지로써의 적정성 문제다. 사람이 생활하는 데는 사회적 여건, 자연적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어떤 시설의 입지를 선정할 때도 기준과 방점을 어디에 두어야 할 것인가는 상황에 따라 시각을 달리할 수 있다. 도서관의 경우, 이용자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중점으로 볼 것인지, 도서관 특성에 걸맞은 환경을 갖추고 시민과 학생들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을 선택하여야 하는지를 살펴야 하는 것이다. 먼저 도서관 건립 용지로 현재 호수공원을 최적지라고 볼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또한 과연 다른 곳에서는 좋은 입지를 찾을 수 없는 유일한 곳인가 하는 면도 그렇다. 하지만 꼭 그렇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더구나 한 가지를 주목적으로 하는 시설을 조성한다면 그 땅이 너무 아깝다. 도서관의 기능과 가치를 가볍게 보거나 아무데나 지어도 된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혹자는 그곳에 도서관을 지어 서산의 랜드마크로 삼아야 한다고도 하는데, 도서관을 랜드 마크로 삼아야 한다는 논리나 호수공원에 지어야 가능하다는 데는 의문을 갖는다. 오히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곳에는 각계 시민들이 폭넓게 이용할 수 있는 다목적 시설로 조성하는 것이 더 합당하다. 둘째, 전임 시장 때 결정한 것을 번복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이유를 든다. 물론 맞는 말이다. 행정의 일관성이나 시민들의 신뢰를 위하여 애초대로 추진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상황과 판단에 따라 더 좋은 대안을 찾아 방향을 전환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일부에서는 거저 쓸 수 있는 시유지를 놔두고 다른 곳을 매입하려면 예산이 소요된다고 하는데, 이곳에 짓지 않는다고 호수공원 땅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만약 다른 용지를 매입하거나 적절한 방안을 찾으면 또 하나의 시유 재산을 확보하는 셈이다. 시 재정에 부담을 고려하여 시내에 있는 다른 시유지를 활용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도서관 건립사업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최적지를 찾고 시기를 조정하여 추진할 방침이 확고하다면 그 계획을 존중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호수공원 문화시설 용지에 특정 단위 시설이 아니라 회의, 공연, 전시를 할 수 있는 시민회관이나 문화예술의 전당 등 종합문화시설을 세워야 한다며 아껴 둔 취지는 ‘그때도 맞고 지금도 맞다’라는 생각이다. 도서관을 지을 때는 미뤄둔 문학관도 옆에 함께 세웠으면 하는 뜻도 덧붙인다. 아무쪼록 이견을 잘 조율하여 순조롭게 추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전 서산시 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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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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