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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 마음, 닫힌 마음
    살다 보면 참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사람도 천차만별이어서 마치 대문을 활짝 열어 놓은 것처럼 시원하고 너그러운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느 사람은 꼭꼭 쳐 닫은 문처럼 답답하고 옹졸한 사람도 있습니다. 며칠 전에 2023 월드 베이스 볼 클래식(WBC)에서 일본이 미국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대회 MVP(최우수 선수)는 투타에서 빼어난 실력을 보여준 만화 같은 주인공 오타니 쇼헤이라는 선수였습니다. 그는 투수와 타자를 번갈아 가며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점수를 주고 싶은 건 그의 열린 마음이었습니다. 그는 결승을 앞두고 “우리가 우승해야 아시아 다른 나라 야구도 자신감을 갖는다”라는 말로 패배한 다른 나라 팀을 배려하였고, 상대하는 미국팀에게는 “오늘 하루만 그들을 향한 존경을 버리자”라며 결코 상대를 비하하지 않으면서도 우승의 갈망을 나타냈습니다. 그는 늘 경기장 쓰레기를 줍고 오심한 심판에게도 미소를 보낸다고 합니다. 오죽했으면 박찬호 해설위원까지 아들에게 오타니 선수의 인성을 가르친다고 했습니다. 비록 남의 나라 선수지만, 그의 열린 마음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습니다. ‘열린 마음’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명재상 황희 정승입니다. 그의 여종들의 다툼에 모두 옳다고 하는 말에 그런 대답이 어디 있느냐고 따지는 부인에게 “어허, 듣고 보니 부인 말도 옳소”라고 했다는 일화는 너무 유명합니다. 어느 날 황희 정승에게 한사람이 찾아와 오늘이 제삿날인데 하필이면 송아지를 낳았다며 제사를 생략해도 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고 합니다. 그때 황희 정승은 그렇게 하라고 대답했습니다. 얼마 후에 또 다른 사람이 찾아와 오늘이 제삿날인데 개가 새끼를 낳았어도 그냥 제사를 지내야 하지 않겠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때 황희 정승은 물론 제사를 지내라고 대답했습니다. 이때 곁에서 이를 지켜보던 부인이 그런 법이 어디 있느냐고 따지니 황희 정승은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앞에 온 사람은 제사를 지낼 마음이 없는 사람이었고 나중에 온 사람은 어떻게든 제사를 지내고 싶은 사람이었소. 정반대인 것 같지만, 둘 다 자기가 듣고 싶은 말을 들으러 왔으니 어쩌겠소?” 이런 열린 마음을 가졌기에 조선에서 영의정으로 18년, 좌의정으로 5년, 우의정으로 1년을 합하여 총 24년으로 정승의 자리에 계시면서 후세에 명재상이란 아름다운 이름을 남겼습니다. 내 주위에 열린 마음 가진 분들 많아 신문만 펴들면 닫힌 마음 많이 보여 서로에 귀 기울이는 정치인들 보고파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지인을 만났습니다. ‘어린이집’이 점점 어려워져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는 중이라 했습니다. 저출산 문제로 인한 후유증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소아청소년과 병원이나 산부인과 병원이 점차 사라지고 이젠 초등학교 폐교에 이어 어린이집까지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지인은 주간 보호센터를 하려고 한다며 아는 곳을 소개해달라고 하였습니다. 마침 필자가 목요일마다 찾아가서 예배를 드리는 C 주간보호센터를 소개해 주었습니다. 얼마 후에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큰 도움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얼마나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는지 그 고마운 마음을 표할 길이 없다며 몇 번이고 곱씹어 감사함을 표했습니다. 그 바쁜 중에도 모든 자료를 이동식 저장장치에 저장까지 해 주었다고 했습니다. 평소 대표자의 열린 마음을 짐작은 했지만, 처음 본 사람에게 그토록 배려하고 세심한 친절을 베풀어주었다는 말에 다시 한번 존경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생각해 보니 이런 열린 마음을 가지신 분들이 내 주위에는 너무도 많습니다. 반대로 닫힌 마음을 가진 분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살아오면서 나도 분명 벽창호 같은 사람을 만났을 터이지만 신기하게도 그런 분은 퍼뜩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혼자 행복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하지만, 닫힌 마음은 신문만 펴들면 눈이 튀어나오도록 보게 됩니다. 바로 정치인들 기사입니다. 정치의 목적이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통합하여 행복한 삶을 살게 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데에 있다면, 그들의 모습은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고 편 가르기에만 몰두하는 모습만 보여줍니다. 한 분 한 분 모두 훌륭하고 존경받기에 부족함이 없는 분들이겠지만, 유독 그곳에만 가면 마음들이 닫히는지 모르겠습니다. 진정 국민의 행복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는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시인·소설가·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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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3-28
  • 자녀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 배우자의 상속인 지위는?
    [요지]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 배우자와 손자녀 또는 직계존속이 공동상속인이 되는지 아니면 배우자가 단독 상속인이 되는지가 문제된 사건. (대법원 2023. 3. 23. 선고 2020그42 전원합의체 결정) [개요] 망인 사망 후 망인의 아내는 상속한정승인을 하고 4명의 자녀들은 모두 상속포기를 하였는데, 망인에 대하여 확정판결을 받은 피신청인이 망인의 손자녀인 신청인들과 망인의 아내에게 위 판결에 기한 채무가 공동 상속되었다는 이유로 이 사건 승계집행문 부여신청을 하여 승계집행문을 부여받았고, 이에 대해 망인의 손자녀인 신청인들이 자신들은 망인의 상속인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승계집행문 부여에 대한 이의를 신청한 사안. [대법원 판결] 우리 민법은 제정 당시부터 배우자 상속을 혈족 상속과 구분되는 특별한 상속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상속에 관한 구 관습도 배우자가 일정한 경우에 단독상속인이 되었을 뿐 배우자 상속과 혈족 상속을 특별히 구분하지 않았다. 위와 같은 입법 연혁에 비추어 보면, 구 관습이 적용될 때는 물론이고 제정 민법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배우자는 상속인 중 한 사람이고 다른 혈족 상속인과 법률상 지위에서 차이가 없다(상속에 관한 입법례와 민법의 입법 연혁 ). 민법 제1000조부터 제1043조까지 각각의 조문에서 규정하는 ‘상속인’은 모두 동일한 의미임이 명백하다. 따라서 민법 제1043조의 ‘상속인이 수인인 경우’ 역시 민법 제1000조 제2항의 ‘상속인이 수인인 때’와 동일한 의미로서 같은 항의 ‘공동상속인이 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그 공동상속인에 배우자도 당연히 포함되며, 민법 제1043조에 따라 상속포기자의 상속분이 귀속되는 ‘다른 상속인’에도 배우자가 포함된다. 이에 따라 공동상속인인 배우자와 여러 명의 자녀들 중 일부 또는 전부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의 법률효과를 본다. 공동상속인인 배우자와 자녀들 중 자녀 일부만 상속을 포기한 경우에는 민법 제1043조에 따라 그 상속포기자인 자녀의 상속분이 배우자와 상속을 포기하지 않은 다른 자녀에게 귀속된다. 이와 동일하게 공동 상속인인 배우자와 자녀들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 민법 제1043조에 따라 상속을 포기한 자녀의 상속분은 남아 있는 ‘다른 상속인’인 배우자에게 귀속되고, 따라서 배우자가 단독 상속인이 된다. 이에 비하여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 모두 상속을 포기한 경우 민법 제1043조는 적용되지 않는다(민법의 문언 및 체계적·논리적 해석).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들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하였다는 이유로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손자녀 또는 직계존속이 공동상속인이 된다고 보는 것은 위와 같은 당사자들의 기대나 의사에 반하고 사회 일반의 법감정에도 반한다. 일반인의 입장에서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하면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손자녀 또는 직계존속이 공동상속인이 되리라는 점을 예상하기도 어렵다(상속재산 중 소극재산이 적극재산보다 많을 경우 상속포기자의 의사). 종래 판례에 따라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손자녀 또는 직계존속이 공동상속인이 되었더라도 그 이후 피상속인의 손자녀 또는 직계존속이 다시 적법하게 상속을 포기함에 따라 결과적으로는 피상속인의 배우자가 단독 상속인이 되는 실무례가 많이 발견된다. 결국 공동 상속인들의 의사에 따라 배우자가 단독 상속인으로 남게 되는 동일한 결과가 되지만, 피상속인의 손자녀 또는 직계존속에게 별도로 상속포기 재판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그 과정에서 상속채권자와 상속인들 모두에게 불필요한 분쟁을 증가시키며 무용한 절차에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결과가 되었다. 따라서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 배우자가 단독 상속인이 된다고 해석함으로써 법률관계를 간명하게 확정할 수 있다(실무상 문제). 대법원은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상속에 관한 입법례와 민법의 입법 연혁, 민법 조문의 문언 및 체계적·논리적 해석, 채무상속에서 상속포기자의 의사, 실무상 문제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에는 배우자가 단독 상속인이 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여 종전에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 피상속인에게 손자녀가 있으면 배우자가 그 손자녀가 공동으로 상속인이 된다는 판례를 변경하였습니다. 사례제공 : 박범진 변호사(상담전화 : 041-668-7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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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3-28
  • 정치 현수막 공해, 정치권이 ‘결자해지’ 해야
    요즘 서산지역 거리를 지나다보면 전에 없이 부쩍 늘어난 정치 현수막이 짜증스럽게 눈에 들어온다. 종전 정치인 현수막은 명절 때 이름 알리기 위해 내거는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여야 모두 시도 때도 없이 무분별하게 내걸어 도시 미관을 해치고 보행자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정치 현수막이 급증하면서 자영업자나 기관·단체에서 내거는 불법 현수막도 같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현수막이 이처럼 난립하게 된 배경에는 지난해 12월 시행된 옥외광고물 관리 개정법이 있다. 이 법규에 따르면 정치 현수막은 별도의 신고 절차 없이 정당명과 연락처만 병기하면 최대 15일 동안 개수와 장소에 제한 없이 자유롭게 걸 수 있다. 정치 현수막은 종전에도 행사나 집회를 알리는 경우 규제 받지 않았으나, 이번엔 ‘정당의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해서도 규제를 없애준 것이다. 게시 기간은 15일로 한정돼 있다지만 15일이 지나 또 다른 현수막을 거는 데 아무 제한이 없기 때문에 1년 내내 현수막 정치의 길을 열어준 것이다. 우리 정치 현실은 정당 간 정책 대결 보다 걸핏하면 상대를 헐뜯고 비방하는 정치싸움에 매달린다. 이런 정치현안을 현수막에 표기해도 좋다고 허용하면,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그래서 정치 혐오를 유발하는 게시물이 상시적으로 내걸릴게 뻔하다. 이미 ‘곽상도 50억 무죄, 이게 나라냐’ ‘불체포특권 폐지 민주당은 빼고?’와 같은 현수막이 그 부작용을 말해준다. 현수막은 아무리 SNS가 보편화된 디지털 세상이라 해도 사실과 정보를 알리고 공감과 소통 하는데 여전히 유용한 수단이다. 디지털 메시지는 원치 않으면 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오프라인 세상에서 눈앞에 큼지막하게 보이는 게시물은 외면할 방법은 없다. 현수막 하나 거는 행위에 대해 장소와 시기, 형식 기준을 법령으로 정하고, 행정당국의 인가를 받도록 한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실제 현행 법규는 현수막 설치와 관련해 지정된 게시대만, 그것도 일정한 이용료를 내고 게시하도록 규정하고, 위반 시 강제 철거와 함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정치 현수막은 이런 제한 규정에서 제외시켜 마음대로 걸 수 있게 해줬으니 한 줄의 홍보가 아쉬워 현수막에 매달리는 자영업자들이 법의 형평성을 주장하는 것도 이해는 간다. 어느 자영업자가 “우리는 돈을 내면서도 시간과 장소에 제약을 받는데, 정치인은 모든 것이 자유롭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하소연했다는 서산타임즈 보도가 울림을 준다. 다행이 서산·태안 출신 성일종 국회의원이 최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전국 거리 곳곳에 무차별적으로 내걸린 정당 현수막에 국민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며 “더불어민주당은 현수막 정치는 멈추고 옥외광고물관리법 개정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도 단속 근거가 없어 속수무책인 상황인 만큼 해당 개정안을 다시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성 의원은 “정당들은 현수막 게시 관련 규제를 전혀 받지 않고, 일반 국민들은 지자체 허가를 받아 지정된 장소에만 게시하는 것은 형평성 차원에서도 문제가 있다”면서 “당초‘정당 활동의 보장’이라는 법 개정의 취지는 좋았지만, 막상 시행되니 상대 당에 대한 비방만 난무하고 국민 안전과 도시 미관에 해를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옥외광고물 관리와 같은 민생 법규가 소리 소문 없이 은근슬쩍 국회를 통과한 것을 보면, 여야의 이해관계가 이 부분에서만큼은 일치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때문에 민생이 고통 받는다는 사실을 예상하지는 못했나보다. 서산 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시민들이 현수막 공해로 신음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는 걸 보면 조속한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 그런데도 성 의원의 발언에 대해 정치권은 묵묵부답이다. 하루빨리 법 개정 논의를 통해 정치권의 ‘결자해지’를 촉구한다./이병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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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3-21
  • 행복은 어디서 오나
    묵은 노트를 뒤적이다 시 한 편을 발견했습니다. 신달자 시인의 ‘여보! 비가 와요’란 시였습니다. 당시 이 시를 읽고 짠한 느낌이 들어 적어 놨던 시였는데 다시 읽어도 그 느낌은 여전했습니다. “여보! 비가 와요.” “오늘은 하늘이 너무 고와요” 그저 그렇고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가벼운 말들이 그립다고 했습니다. “국이 싱거워요?” “밥 더 줘요?” 이런 밥상머리에서 했던 사소한 말들이 안고 비비고 입술을 대고 싶은 말들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압니다. 그 일상적인 소소한 말들이, 그렇게 먼저 아침밥 떠먹여 주고 싶은 그 말이 그리운 게 아니라 그때 그 시절이 그리운 것이란 걸. 그 말을 할 그때, 그와 함께했던 그때가 행복했었다는 걸. 한국인 행복 점수가 OECD 38개국 중 32위라는 제목의 기사(지난달 28일 J 일보)를 보았습니다. 한국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갤럽 월드 폴 한국 행복 수준은 2021년 기준 10점 만점에 6.11 점이었다고 합니다. 한국보다 점수가 낮은 나라가 그래도 6개국이나 된다고 하니 다행이라고 할까요? 어려울 때 주변에 도움을 청하기가 힘든 ‘사회적 고립도’는 OECD 회원국 중 넷째로 높았다고 합니다. 곤란한 상황에서 도움을 청 할 수 있는 친구나 친지가 있는지를 묻는 물음에 ‘없다’라고 답변한 비율이 18.9%였다고 합니다. 삶의 만족도는 우리나라가 꼴찌에서 세 번째라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제력은 이미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고 세계 어디를 가든지 부러워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반도체, 자동차, 선박, 휴대전화 등을 발판으로 세계 10대 경제 대국이 되었으며 1인당 국민소득도 G7을 능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음악, 영화, 음식, 등 많은 분야에서 이미 세계의 문화를 이끄는 위치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달라진 위상에도 국민은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니 쉽게 수긍하기 어렵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요? 물론 행복 측정을 평가하는 갤럽 월드 폴 같은 기관에서 시행하는 행복의 기준이 객관적이고 합리적 충분한 자료를 가지고 평가했겠지만, 행복이란 개개인이 느끼는 기준이 다르고 그 정의도 다양해 과연 행복의 척도를 수치로 계량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도 듭니다. 우리보다 더 행복하다고 느끼는 국민의 삶이 매우 궁금해졌습니다. 행복은 어디서 올까요? 행복을 느끼는 조건들은 무엇이고 그 조건을 다 채웠다고 모두 행복할까요? 더 부유하면, 더 건강하면, 더 지위가 높아지면 행복해질까요? 수많은 물음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후배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우리나라의 저명한 조경학 박사이며 전직 교수인 Y는 고등학교 2년 후배입니다. 수필을 쓰다가 알게 되어 문자로는 서로 가까이 지낸 사이입니다. 고향에 볼일이 있어 내려가게 되었으니 이참에 한 번 만났으면 좋겠다는 연락이었습니다. 마음이 급해 버스 도착 예정 시간보다 30분 먼저 집을 나섰습니다. 후배를 기다리는 동안 정말 행복을 느꼈습니다. 무려 59년 만의 만남이었습니다. 부족한 사람을 선배라고 찾아 주는 후배가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하고 고마운 일인지 몰랐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시인의 ‘기다리는 동안’이란 시를 내게 바꿔 뇌이며 황홀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내가 미리 와 있는 터미널에서 / 차에서 내리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 너였다가, 너일 것이다가 / 다시 버스 문은 닫히고 떠난다.” 그러다 마침내 버스에서 내리는 사람 중에 ‘그일 것이다’라는 사람에게 소리쳐 불렀습니다. 바로 Y 그 후배였습니다. 그와 함께했던 시간이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우리는 60년 전 꿈 많고 피 끓던 고등학생으로 돌아갔던 것입니다. 행복이 어디서 올까요? 먼 데서 올까요? 지금 내가 하는 모든 일들, 그것들이 행복이 아닐까요?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과 함께 하는 이 시간이 행복이 아닐까요? 적조했던 친지에게 전화 한 번 걸어 보심은 어떨까요? 진정한 행복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안에 있습니다. 세월이 저만치 지나서 돌아보면 날씨 이야기, 식탁 위의 이야기 같은 작고 하찮은 말이 모두 그리움이 되고 그것이 행복이란 걸 알게 되겠지요. 시인·소설가·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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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3-21
  • 과실 경합 화재에 대한 실화죄 책임은?
    [요지] 과실이 경합되어 화재가 발생한 경우 적어도 각 과실이 화재 발생에 대해 하나의 조건이 된 이상 공동적 원인을 제공한 사람들 각자 실화죄의 책임을 부담하게 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안.(대법원 2023. 3. 9. 선고 2022도16120 판결) [개요] 피고인들이 각자 공장 내 분리수거장 부근에서 담배를 피우고 담배꽁초 불씨를 튕기며 담배꽁초를 던져 버린 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아니하고 현장을 떠났고, 이러한 담배 불씨로 인해 공장에 화재가 발생한 경우, 피고인들 각자에게 실화죄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가 문제된 사안 [대법원 판결] 대법원은 형법이 금지하고 있는 법익침해의 결과발생을 방지할 법적인 작위의무를 지고 있는 자가 그 의무를 이행함으로써 결과발생을 쉽게 방지할 수 있는데도 결과발생을 용인하고 방관한 채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것이 범죄의 실행행위로 평가될 만한 것이라면 부작위범으로 처벌할 수 있고(대법원 2016. 4. 15. 선고 2015도15227 판결 등 참조), 실화죄에 있어서 공동의 과실이 경합되어 화재가 발생한 경우 적어도 각 과실이 화재의 발생에 대하여 하나의 조건이 된 이상은 그 공동적 원인을 제공한 사람들은 각자 실화죄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대법원 1983. 5. 10. 선고 82도2279 판결 등 참조)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위와 같은 기존의 입장을 바탕으로, 피고인들의 행위 모두 이 사건 화재 발생에 공동의 원인이 되었고, 피고인들 각각의 행위와 이 사건 화재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아 원심 판단을 수긍하면서, 피고인들의 근무내용, 화재 발생 시간과 장소 및 경위, 법익침해 방지를 위한 행위의 용이성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들이 각자 본인 및 상대방의 담뱃불로 인하여 화재가 발생할 수 있음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어, 상호 간에 담배꽁초 불씨가 남아 있는지를 확인하고 이를 완전히 제거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반한 채 분리수거장 부근에서 담배꽁초 불씨를 튕기고 담배꽁초를 던져 버린 후 아무런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났고, 이러한 피고인들의 각 주의의무 위반과 이 사건 화재의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취지의 부가적 판단으로 볼 수 있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원인행위가 불명이어서 피고인들은 실화죄의 미수로 불가벌에 해당하거나 적어도 피고인들 중 일방은 실화죄가 인정될 수 없다’는 취지의 피고인들 주장을 배척하며 피고인들의 상고를 기각하였습니다. 사례제공 : 박범진 변호사(상담전화 : 041-668-7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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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3-21
  • 오두막과 금붕어
    최근에 두 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한 권은 법정 스님의 「오두막 편지」고 또 한 권은 이어령 선생의 「생명이 자본이다」라는 책입니다. 한 분은 무소유의 대명사이시고 또 한 분은 대한민국 지성의 상징이십니다. 이 책들을 읽으면서 과연 그 수식어들이 거짓이 아니었다는 생각과 동시에 또 다른 묘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쩐지 한 번 다녀갔던 길 같은 기시감. 아니, 무언가 서로 연결된 듯한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전혀 다른 그림을 보면서도 같은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오두막 편지」는 법정 스님이 1999년 67세 때 쓰신 책입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은 2010년 법정 스님이 돌아가시던 해에 개정판 5쇄의 책입니다. 강원도 어느 산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며 쓰신 산문집입니다. 화려한 문체나 빼어난 수식어들은 없어도 글 곳곳에 진심과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산골에 사는 짐승까지도 사랑하는 법정 스님의 생명 존중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가령 저물녘이면 어김없이 섬돌에 나타나는 떡두꺼비와 나누는 이야기며, 무릎까지 차오른 눈이 오면 산중에 사는 짐승들에게 나누어주는 먹이를 주기 위해 눈길을 치우는 모습은 참으로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눈 위에 나 있는 발자국은 토끼와 노루가 다녀간 듯하다며 물을 먹으러 오는 노루와 눈이 마주칠 때면 서로 놀란다고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다래 넝쿨에 사는 산토끼에게 빵 부스러기나 과일 껍질을 놔 주고 배고프면 찾아오는 다람쥐와도 스스럼없이 친하게 지내는 모습이 너무 정겨웠습니다. 「생명이 자본이다」는 이어령 선생께서 2014년 80세에 쓰신 책입니다. 이 시대의 최고의 석학. 지성의 대표답게 이 책은 이어령 교수만이 쓸 수 있는 수려한 문학적 표현과 깊이를 알 수 없는 인문학의 지경을 보여주셨습니다. 나 같은 사람은 한 번 읽어서는 쉽게 이해할 수 없을 만큼 거장답게 동서양 고금을 넘나들며 샛길이라는 표시로 지식의 지경을 넓혀주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주제는 생명이었습니다. 거의 400여 페이지 가까운 두꺼운 책 내내 금붕어를 통한 생명 사랑의 이야기가 쓰여 있습니다. 방안에서 기르던 금붕어가 추위로 얼어 죽었을 때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는 일념으로 뜨거운 물을 천천히 부었을 때 다시 살아난 금붕어의 이야기와 영화 50도에서 견뎌내는 황제펭귄의 생명 사랑을 말했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한참 후에야 오두막과 금붕어는 전혀 다른 단어들이지만 생명이라는 끈이 서로 이어져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두 분은 거의 같은 시기에 태어났습니다. 법정 스님은 1932년 10월 8일 전남 해남에서 탄생하셨고 2010년 3월 11일 77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하셨습니다. 법정 스님은 명성과는 달리 직함도 단 두 마디면 족하였습니다. 승려, 수필가. 스님이 평소 주장했던 무소유처럼 삶 자체도 단순하고 질박합니다. 스님이 살아오신 삶과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자신을 돌아보게 하였습니다. 이어령 선생님은 1934년 1월 15일 충남 아산에서 태어나셨고 2022년 2월 26일, 88세에 소천하셨습니다. 법정 스님과는 정반대의 삶을 사셨습니다. 교수, 문학 평론가. 초대 문화부 장관, 에세이스트. 시인, 소설가…등등. 이어령 선생은 몇 마디로는 가둘 수 없습니다. 이 시대의 최고 지성이며 당대 최고 석학이십니다. 항암치료를 거부하시고 죽음 앞에서까지도 의연하게 맞이하는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두 분의 책을 읽으면서 무한한 행복감이 밀려왔습니다. 그리고 감사했습니다. 왜냐하면 이분들과 동시대에 살았으므로 훨씬 더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책이 내 곁에 있음에 행복했습니다. 더구나 법정 스님의 책은 쉽게 구할 수도 없을 듯합니다. 스님은 ‘남기는 말’을 통해 “그동안 풀어 놓은 말빚을 다음 생으로 가져가지 않으려 하니 부디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 주십시오”라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욕심을 내어 이어령 선생의 책을 네 권이나 샀습니다. 「한국인의 탄생 이야기」 「생명이 자본이다」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그리고 사후에 나온 「눈물 한 방울」입니다. 법정 스님은 내 나이보다 1년 적게 사셨습니다. 그리고 이어령 선생은 지금의 내 나이보다 10년 더 사셨습니다. 남은 나의 생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하나님께서 허락하신다면, 법정 스님처럼 단순하게 질박하게 살고 싶고, 이어령 선생님처럼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죽음을 기록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시인·소설가·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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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3-14
  • 우리를 괴롭히는 역류성 식도질환
    매서운 바람과 함께 추운 날씨가 연일 계속 되고 있다. 이러한 계절에는 주로 실내에 있다 보니 활동량이 줄어들고, 과식 후 바로 눕는 등의 식습관이 생기기 쉽다. 그래서 이러한 계절에는 가슴 불편함을 호소하시는 분들이 많이 진료를 보신다. 보통 답답함이나 명치통증을 느끼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혹시 협심증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다. 협심증과 심근경색은 갑자기 빠르게 악화될 수 있으므로 흉통이 있다면 무시하지 말고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병원에 가슴 답답함, 흉통,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있는 분들이 오시면 먼저 심전도와 혈액검사를 필수로 진행한다. 그 중 많은 경우는 다행히 심장 검사에서 이상이 없으며, 결국 위염, 식도염으로 진단이 된다. 역류성 식도질환의 정의는 위 내용물의 역류로 인해 불편한 증상이나 합병증을 유발하는 경우를 말한다. 전형적인 증상은 가슴 쓰림이나 신물이 넘어오는 증상이다. 그 외에도 흉통, 만성 기침, 쉰 목소리, 목 이물감, 천식 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따라서 수개월간 목이 불편하고 기침이 지속되는 증상으로 병원을 찾으면, 역류성 식도염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역류성 식도질환을 일으키는 기전은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유발된다. 첫째, 하부식도에 있는 조임근 약화 또는 압력 저하이다. 위속 음식물과 가스에 의해 트림이 유발되는데 이때 하부식도 조임근의 일시적 이완이 일어나며, 이 조절 기능에 문제가 있을 때 역류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자율신경 조절 불균형으로 인해 하부식도 조임근의 압력이 저하되어 역류가 잘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둘째, 복강 내에 있어야 할 위의 일부가 흉강내로 끌어올려간 ‘식도열공탈장’이 동반되어 있는 경우이다. 또는 하부식도 조임근의 길이가 짧은 경우 등의 불리한 해부학적 상태가 있으면 역류성 식도염이 발생하기 쉽다. 셋째, 위의 연동운동 저하, 음식물 배출 지연에 의해 역류가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주의하거나 교정해야 할 생활 습관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 술, 니코틴(담배), 커피, 초콜릿, 박하, 지방식 등이 하부식도 조임근을 약화시키므로 피하거나 줄여야 한다. 식사를 하고 나면 바로 눕지 말고 2-3시간 간격을 두고 누워야 한다. 그리고 복부 비만의 경우 복압이 높아 식도역류질환을 잘 일으키므로, 운동과 식이요법을 통해 체중을 줄이면 많은 도움이 된다. 또한 평상시 일을 할 때 몸을 구부정하게 숙이는 자세를 오래 취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복압의 증가를 일으키므로 허리를 펴고 바른 자세로 일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해야 한다. 이와 같이 생활습관을 교정해도 신물이 올라온다거나 가슴 불편감등의 증상이 호전 되지 않는다면 꼭 위 내시경을 시행하여 위, 식도 질환 여부를 확인하고,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 짧게는 2-3일, 보통 7일정도 약물 복용시 증상 호전이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이때 약을 바로 끊으면 곧 증상이 재발하게 되므로 약을 충분히 복용해야 한다. 참고로 우리나라 의사협회 소화기관용 약제사용 권장 지침에서는 위 내시경 시행 결과에 따라 식도염시 최소 약을 1개월에서 2개월 투여하고, 증상 지속 또는 재발시에는 유지요법을 통해 장기 투여를 권고하고 있다. 역류성 식도질환은 발병률이 10~20%이상으로 높으며, 인지하지 못한 사이에 우리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을 수 있다. 이와 같은 증상들로 불편함이 있을 때, 역류성 식도질환을 의심해보고 가까운 병원을 찾아 올바른 대처를 하는 것이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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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3-14
  • 어쩌다 이 지경까지
    전 세계 꼴찌랍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한국은 2022년도 합계출산율이 통계를 집계한 이후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2020년 세계 252개국 중에 처음으로 합계출산율이 0.8명대에 진입하였는데 2년 만에 0.7명으로 신기록을 세웠다고 합니다. 범죄율이나 실업률 같은 것이 꼴찌라면 얼마나 좋을까만, 다른 것도 아니고 출산율이 꼴찌라니, 그것도 세계 신기록이라니요. 갑자기 예비군 훈련하러 갔다가 정관 수술하던 생각이 납니다. 그때 예비군 훈련장에 나왔던 보건소 직원(?)의 말솜씨는 우리를 감동케 했습니다. 구구절절 실감 났고 옳았습니다. 우리 주위를 살펴보라고 했습니다. 없는 사람들이 자식만 잔뜩 낳아서 뭘 어쩔 거냐고 물었습니다. 땅덩이는 작은 나라에서 인구만 많으니 어떻게 잘 살겠냐는 것이었습니다. 중대장이 그랬습니다. 이번 훈련은 아주 고된데 정관 수술하는 사람은 훈련을 빼주겠다고. 우린 우르르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때 산아제한 구호는 ‘셋만 낳아 잘 기르자’ 였다가 ‘둘만 낳아 잘 기르자’에서 ‘둘도 많다.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가 되었습니다. 어쩌면 그 바람에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 속도가 빨라졌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산아제한 정책이 불과 몇 십 년 전인데 여기까지 왔나 싶어 놀랍기만 합니다. 최영미 시인의 ‘선운사에서’라는 시가 생각납니다.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물론 억지로 갖다 붙이긴 했지만, 여기다 인구 정책을 대입해보니 실감 납니다. 지는 건 잠깐이지만, 피기는 어렵습니다. 한 번 떨어진 인구 증가는 결단코 쉽지 않습니다. 이는 선진국이 이미 증명한 결과입니다. 이대로 간다면 30년 후엔 우리나라 현재 인구의 절반으로 떨어질 것이라 합니다. 이미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했습니다. 인구는 나라를 구성하는 국력입니다. 인구의 급격한 감소에 따른 문제들은 우리 같은 범부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노동력의 저하, 부양 능력 감소, 경제 성장 퇴보, 등등. 프랑스로 시집간 딸이 첫아이를 낳아 데리고 왔을 때 들은 이야기입니다. 제법 오래된 이야기지만, 그 나라가 부럽다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딸 아이 말로는 임신 초기부터 산부인과 병원은 무료 진료를 받고 7개월부터는 800유로씩을 받고, 출산하면 세 살까지 매달 160유로를 받으며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는 완전 무료이고 일반 대학도 최저 수준의 학비만 부담한다고 했습니다. 사실상 무상 교육 수준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큰 외손녀는 국가에서 지원해 주는 의과 대학에 다니고 있습니다. 그렇게 좋은 환경이라도 딸은 아이를 둘밖에 낳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인구 증가는 어렵습니다. 얼마 전 저출산 고령화 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인 나경원 전 의원이 정부 기조와 다른 저출산 대책을 내놨다가 집중포화를 받고 자리를 물러났습니다. 그동안도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자 적지 않은 투자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이르게 되었다면, 근본 대책과 효율적 방안을 검토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런데도 발화되지 못하고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꺼져버린 것이 안타깝습니다. 창조주는 최초 인간 아담과 하와에게 생육하고 번성하라고 명령하셨습니다. 그것이 자연의 이치이기도 합니다. 진정한 행복은 가정에 있습니다. 작가 오진영은 자식을 키우는 일은 인생이 완전히 달라지는 경험이라고 했습니다. 아이를 보살피는 건 살면서 처음으로 나 자신보다 중요한 존재가 생기는 일이라 했습니다. 어린 생명을 돌보는 시간이 만든 그 기적을 체험하자 세상은 더는 예전의 세상이 아니었다고 했습니다. 온 세상에 혈육만큼 가까운 존재가 어디에 있을까요? 살다 보면 인생에는 반드시 노년이 찾아옵니다. 모두 내 곁을 떠났을 때 홀로 남게 되는 외로움을 상상해 보았는가요? 고독은 노년의 적이라 했습니다. 지금 나에게 아이들이 없었다면 그 얼마나 쓸쓸한 세월을 보내고 있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예비군 훈련장까지 찾아온 그 열정의 반만이라도 출산 장려가 이루어진다면 이 아찔한 인구절벽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요? /시인·소설가·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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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3-07
  • 확인의 소를 구할 확인의 이익이 인정되는 경우
    [요지] 과거의 법률관계에 관하여 확인의 소를 구할 확인의 이익이 인정되는 경우.(대법원 2023. 2. 23. 선고 2022다207547 판결) [개요] 원고가 사립 고등학교 3학년 재학 중 코로나19 감염병과 관련하여 허위 진술을 하였다는 이유로 정학 2일의 징계를 받은 후 학교법인인 피고를 상대로 징계무효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한 후 소 계속 중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안. [대법원 판결] 확인의 소는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관한 위험이나 불안을 제거하기 위하여 허용되는 것이지만, 과거의 법률관계라 할지라도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대한 위험이나 불안을 제거하기 위하여 그 법률관계에 관한 확인판결을 받는 것이 유효적절한 수단이라고 인정될 때에는 확인의 이익이 있습니다.(대법원 2018. 5. 30. 선고 2014다9632 판결 등 참조) 위 사안에서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사항과 밀접하게 관련된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대한 위험이나 불안을 제거하기 위하여 그 법률관계에 관한 확인판결을 받는 것이 유효․적절한 수단에 해당하므로 법률상 이익이 인정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➀ 초·중등교육법령상 징계 내역이 기재된 학교생활부 내역은 준영구적으로 보존됨. ➁ 교육부훈령인「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에 따라 학교생활부 기재사항을 정정할 수 없음이 원칙이나, 예외적으로 재학 당시 또는 졸업한 이후라도 객관적인 증빙자료가 있는 경우 학교 학업성적관리위원회의 심의 절차를 거쳐 정정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되어 있음. ➂ 초·중등교육법이 위와 같이 학교생활기록부의 작성·관리·보전·정정 등의 방식 내지 절차에 대하여 엄격하게 규율하고 있는 이유는, 초·중등교육법, 고등교육법, 국가공무원법 및 공무원임용시험령 등에 따라 상급학교 내지 공무원에 지원·응시하는 자는 학교생활기록 관련 서류를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경우가 있어 그로 인해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사항이 대상자의 교육을 받을 권리, 공무담임권, 직업의 선택 등 여러 방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임. ➃ 개인정보 보호법 제4조 제4호에 의하면 정보주체인 당해 학생으로서는 개인정보인 학교생활기록부에 대하여 정정 등을 구할 권리가 인정되고, 그 절차는 위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에서 정한 바에 따르게 됨. ➄ 결국, 원고로서는 피고가 작성 및 관리하는 생활기록부에 기재된 위 징계 내역이 잘못된 경우 그 정정을 요구할 수 있고, 위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에서 정한 절차를 거쳐 학교생활기록부를 정정하기 위해서는 ‘객관적 증빙자료’를 확보할 필요가 있으므로, 징계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소는 징계 내역이 기재된 학교생활기록부 정정요구에 필요한 객관적 증빙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대한 위험이나 불안을 제거하기 위하여 무효확인 판결을 받는 것이 유효·적절한 수단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 사건에서 확인의 이익이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사례제공 : 박범진 변호사(041-668-7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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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3-07
  •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자
    올해는 3.1 운동이 일어난 지 104년이 되는 해입니다. 3월이 되면 새봄을 맞는 기쁨과 아울러 늘 함께 떠오르는 것이 3.1 운동의 아픈 역사입니다. 그러나 3.1 운동이 없었다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수립도 늦어졌을지도 모르며 국제사회의 이목도 끌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만큼 3.1 운동은 아픈 역사이자 한국 민족 운동사에 우뚝 솟은 민족 저항운동이었습니다. 1919년 3.1 운동은 종교 지도자들이 앞장섰다는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당시 공포된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민족지도자들 대부분 종교단체로서 천도교 추천 15명, 기독교 추천 16명, 불교 추천 2명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16인의 기독교 지도자 중 목사와 전도사가 15명 그리고 평신도 1명이었습니다. 삼일 운동 후 한국교회는 엄청난 핍박을 받았습니다. 민경배 교수(백석 대학교)는 “3.1 운동은 역사의식에 민감한 한국교회에 의하여 치밀하게 그리고 체계적으로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진행된 운동이다. 3.1 운동은 이처럼 한국교회와 군국주의 일본과의 정면 대결이다”라고 했습니다. 얼마 전에 제암교회 강신범 담임목사가 발간한 ‘제암교회 3.1 운동사’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1985년 초판 발행으로 129쪽에 불과한 소책자였지만, 그동안 추상적으로만 알았던 제암교회의 비극적 학살 사건을 소상히 알 수 있는 귀중한 책이었습니다. 당시의 참상을 소개하는 것도 뜻깊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1919년 4월 15일 발안 주재소 일경들과 당시 수원에 주둔하고 있던 제78연대 소속 아리따 다께오 중위가 이끄는 헌병 1개 소대 30여 명이 화성군 제암리에 들어왔습니다. 발안 주재소 사사까(佐板) 소장과 조희창(趙熙彰)(일경의 앞잡이)은 예배당을 향하여 가까이 다가오면서 “지난 4월 5일 발안 장터에서 너무 심한 매질을 하였기에 사과하고자 왔으니 15세 이상의 남자 신자들은 모두 예배당에 모이라”고 했습니다. 처음부터 계획된 거짓말이었습니다. 이미 죽음을 각오했던 선열들은 조금도 두려움 없이 교회로 모였습니다. 잠시 후에 사사까는 강단 앞에 서서 호주머니에서 주모 인사의 명단이 기록된 종이를 꺼내 들더니 주모 인사의 명단을 호명하기 시작했습니다. 일터에 나간 사람까지 불러들였습니다. 그는 어느 정도 사람들이 모이자 교회 현관에 있던 일경에게 눈짓으로 신호를 보낸 후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가 밖으로 나가자 일경과 헌병들은 예배당 문마다 나무를 대고 못질한 후 석유를 뿌리고 불을 질렀습니다. 그리고 헌병 대원 30명은 예배당을 포위하여 총을 쏘기 시작했습니다. 가족의 참사를 지켜보던 가족들이 울부짖자 그들을 향해 총을 쏘고 칼로 찔러 죽인 후 불을 놓아 태웠습니다. 일경과 헌병들은 교회 옆집부터 차례로 불을 질렀습니다. 33호의 조용한 초가 마을에 외딴집 한 집만 남겨 놓고 모조리 불태웠습니다. 예배당 안에는 남자 21명, 예배당 뜰에서 부인 2명이 불에 타서 죽었습니다. 또한 500m 떨어진 고주리로 달려가 두 가정에서 천도교인 6명을 밧줄로 결박하여 산으로 끌고 가 총을 쏘아 죽인 후 나무를 그 위에 놓고 불을 질렀습니다. 이것이 제암교회 사건의 전말입니다. 이 사실은 캐나다 의료 선교사 스코필드 박사가 제암리 사건을 전해 듣고 1919년 4월 17일 사건 현장을 찾아와 현장을 둘러보고 일경 몰래 사진을 찍어 일제의 만행을 우방에 폭로하여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한일국교 정상화한 후, 사건이 있은 지 26년 후 1965년 10월에 뜻있는 일본 교회 지도자들이 찾아와 속죄하고 그들이 돌아간 후 낡고 비가 새는 제암교회의 재건을 위해 모금 운동을 펼쳤습니다. 그 뜻을 제암교회에 알렸으나 단호하게 거절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끈질긴 사죄와 진실한 참회의 뜻을 받아들이기로 해서 1969년 교회와 유족회관을 지었습니다. 그로 인하여 당시의 참상과 역사적 교훈을 후손들에게 알리고 있습니다. 저자 강신범 목사는 맺는말에서 “이제 민족의 현실을 근심하여 내일의 조국 번영을 기다리며 우리는 민주 독립을 위해 피 흘려 돌아가신 순국 정신을 간직할 것이며 우리 후손들의 가슴 속에 길이 심어 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라고 했습니다. 역사는 미래를 살아가는 소중한 교훈입니다. 다시는 제암리 사건 같은 민족의 비극을 되풀이해서는 안 됩니다. 나라를 사랑하는 애국애족의 마음으로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아야겠습니다. 시인·소설가·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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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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