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 이야기
김풍배 칼럼

5월은 가정의 달이고 5일 어린이날에 이어 8일은 어버이날입니다. 새삼 효를 생각합니다. 효란 과연 무엇일까? 하나님은 십계명 중 인간이 지킬 첫 번째 계명을 부모 공경으로 꼽으셨습니다. 인간의 근본이 바로 효도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안타깝게 효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 시대를 가리켜 효도의 종말을 고하는 시대라고 합니다. 역대 최고의 불효 시대라는 글도 보았습니다. 한때는 아파트 이름도 외국어로 지어 시골 부모님이 찾아오기 어렵게 한다는 말도 있었고 부모를 요양원에 버리고 갔다는 기사도 가끔 봅니다. 오죽하면 불효자에 맞설 ‘불효자 방지법’까지 법으로 만들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세상이 어두워도 촛불처럼 세상을 밝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서산이 낳은 지게 효자로 널리 알려진 이군익 박사입니다.
이군익 박사를 알게 된 건 필자가 서산시인회 회장을 맡고부터입니다. 물론 그의 효행은 일찍부터 듣고 있었습니다. 92세 아버지를 지게에 태워 금강산 유람을 다녀온 이야기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에까지 알려졌습니다. 각종 매체를 통해 ‘효가 사라진 중국에 경종을 울렸다’라는 기사와 함께 한중삼국문화교류회에 초청받아 한국의 효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박사의 효 이야기는 매년 어버이 주간만 되면 늘 회자(膾炙)합니다. 필자도 어버이 주간 설교를 준비하다 이군익 박사가 생각나서 전화를 드렸습니다. 더구나 지난 5월 8일 백범 김구 기념관에서 열린 제53회 어버이날 기념식에서 2025년 효행 실천 부문 대통령 표창을 받은 된 걸 축하하기 위함도 있었습니다.
그때 이야기 좀 해달라고 부탁드렸더니 좀처럼 말을 아꼈습니다. 그저 묻는 말만 짧게 대답하며 자식으로 응당 해야 할 도리를 했을 뿐이라 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상을 받게 된 뒷이야기라도 해달라 사정했더니 짧은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효도를 하시는 분들을 만나면 한 가지 공통된 느낌을 받습니다. 바로 겸손이었습니다. 이군익 박사도 같았습니다. 대화 내내 겸손함이 몸에 밴 듯했습니다. 메일에도 그런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글 끝에 “이번 대통령 표창의 영광은 제 개인만의 것이 아니라, 그 뜻을 함께 나누는 모든 분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멀리서나마 고향 어른들의 응원에 마음 깊이 감사하며 앞으로도 겸손한 마음으로 더욱 정진해 나가겠습니다. 제 고향 서산에서 팔봉산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모든 분의 가정마다 언제나 건강과 평안이 함께하시기를 기원합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시조 한 수를 보내주셨습니다.
‘효의 나라 대한민국 동방의 불꽃이요/삼천리 금수강산 효자 효부 넘치는데/ 과분한 대통령상에 몸 가릴 곳 없어라’
아흔을 넘기신 아버지는 아들의 등짝에 난 피멍을 보시고 다음 날 지게를 타지 않으시겠다고 고집하는 글을 읽고 울컥했습니다. 아무리 금강산 일만 이천 봉이 아름답다고 한들 자식 사랑만큼 크겠습니까?
물 위에 둥둥 떠다니던 우렁이 껍데기를 보고 울었던 기억이 났습니다. 이 못난 지식을 위해 우렁이처럼 속 다 빼주시던 부모님은 이제 이 세상에 계시지 않습니다. 주자십회(朱子十悔) 중에 으뜸은 부모 돌아가신 후 후회라지요.
가물치는 새끼를 수천 마리를 낳고 난 뒤에는 기력이 쇠하여 눈이 먼다고 했습니다. 먹이 사냥이 어려워 배고픔을 참아야 하는데 이때 부화 된 어린 가물치들이 한 마리 두 마리 어미 입속으로 들어가 먹이가 된다고 했습니다. 어미가 기력을 회복할 때까지 그런다고 했습니다.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라는데 가물치만도 못한 죄가 큽니다.
효자 지게는 대전 뿌리 공원 앞에 있는 한국 효문화진흥원의 제5전시실 효 나눔 실에 전시되어 있다고 합니다. 대한노인회 서산지회장이신 우종재 회장님도 같은 장소에서 똑같이 대통령 표창을 받았습니다. 뒤늦게 알고 축하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동안 다양한 노인복지와 효행 실천에 앞장선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지요. 서산의 겹경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효의 고장. 내 고장 서산이 자랑스럽습니다. 요즘 화제의 영화 ‘효자’를 보고 나서 스스로 이런 질문을 받게 된다고 합니다. “당신은 지금, 부모님께 어떤 마음을 전하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