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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의 열매

김풍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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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5.01.21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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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풍배/본지 칼럼리스트

괴롭고 힘든 고난은 불필요한 것일까요? 한세상 살다 보면 늘 편안할 수는 없습니다. 크고 작은 고난과 부딪힙니다. 그러기에 세상을 가리켜 고해라고 합니다. 사업, 직장, 가정, 재물, 인간관계, 건강 등 우리의 삶 전반에서 예기치 않는 고난이 닥칠 때 어떻게 대처하는가는 참으로 중요합니다.

 

농업학교 다닐 때 배웠던 이식(移植)의 필요성을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도 기억합니다. 고추나 가지, 오이 등 열매채소를 가꿀 때 반드시 옮겨심기해야 실한 열매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정식(定植) 전에 이식하는 이유는 새로운 잔뿌리가 발생하여 땅속으로 뻗은 뿌리의 갈래가 충실해져서 정식(定植)할 때 활착을 빠르게 합니다. 식물도 옮겨 심으면 한동안 누렇게 몸살을 합니다. 그런 후에 더 튼튼한 모종이 됩니다.

 

두 달 전이었습니다. 차에서 내려 걸으려니 왼쪽 무릎에 감각이 없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몇 발짝 걸었더니 풀렸습니다. 그런 증상이 반복되더니 어느 날부터 무릎에 통증이 왔습니다. 한의원에 가서 침도 맞고 물리치료를 받았으나 차도가 없고 오히려 똑바로 걷기가 불편했습니다. H 병원이 생각났습니다. 아내가 다니던 병원이었습니다. 몇 번 치료 받고 나서 약간의 통증을 느꼈으나 그런대로 걸을 수는 있었습니다.

 

엊그제는 치료받고 돌아와 차에서 내렸는데 한 걸음도 옮길 수 없습니다. 순간 덜컥 겁이 났습니다. 이러다 영영 불구가 되는 건 아닌가? 의료사고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되짚어 차에 올라 절뚝거리며 간신히 병원으로 올라갔습니다. 원장님은 그럴 수 있다며 무슨 기구로 치료했습니다. 신음이 절로 나올 만큼 통증이 왔습니다. 원인을 설명해주었으나 의학 용어였기에 기억할 수 없으나 다만 이해하기는 그동안 쓰지 않았던 근육에 자극을 주어서 그렇다고 나름대로 해석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도 통증은 가시지 않았습니다. 화장실 가기도 어려워 지팡이에 의지해야만 했습니다. 근심 걱정하면서 하나님께 기도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한숨 자다 깨어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났더니 거짓말처럼 통증이 사라졌습니다. 멀쩡하게 걸을 수 있었습니다. 실로 두어 달 만에 똑바로 걸을 수 있었습니다. 엎드려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드렸습니다.

 

건강에 너무 무심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덥다는 핑계로 여름 내내 운동하지 않았고, 가을이 되어서도 바쁘다는 구실로 매일 다니던 뒷산 한번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움직이지 않으면 굳어지는 게 근육입니다. 몸이 정직하게 반응한 것입니다.

 

니체는 ‘고통 없이는 새로운 탄생이 없다’라고 했습니다. 우리나라 속담에도 초년고생은 은을 주고라도 하라고 했습니다. 강철은 수많은 풀무질과 망치질로 강해집니다. 아프리카 원주민들은 물살이 빠르고 다리가 없는 강을 건널 때 무거운 돌을 등에 지고 건너간다고 합니다.

 

로키산맥같이 험준하고 깊은 계곡에서 비바람 눈보라를 맞고 자란 나무가 명품 바이올린이 된다고 합니다. 무자비하게 삶의 터전을 망가트리는 태풍은 사람이 할 수 없는 자연 생태계를 정화하는 이로움이 있습니다. 바다를 뒤집어 영양소와 산소를 공급하고 토양을 비옥하게 하며 수질을 개선합니다. 기후를 조절하고 지구를 냉각시키며 온도를 조절하는 기능도 합니다. 이처럼 백해무익할 듯한 태풍마저도 인간이 할 수 없는 자연 생태계의 균형을 잡아주고 복원하여 주는 것입니다.

 

지금 나라가 심히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신음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불행한 고난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이 고난의 고비가 지나가면 이전보다 훨씬 더 튼튼하고 단단한 나라가 될 것을 믿습니다. 생각해보십시오. 우리나라가 여기까지 오도록 얼마나 많은 고난이 있었던가요? 존망지추에 놓였던 때도 있었습니다. 6.25, 4.19, 5.16, 6.29, 5.18, IMF 등 그러나 이런 위기를 극복한 결과 오늘날 같은 선진 대한민국이 되었습니다.

 

한순간 의심했던 H의원 원장님께 진심으로 용서를 빕니다. 굳어 있던 근육을 풀어지는 고통을 겪은 후 이전의 몸이 되었습니다. 고난의 순간을 주었던 원장님께 감사드립니다.

 

어쩌면 우리나라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심각하게 굳어 있는 근육이 있었을지 모릅니다. 고난은 또 다른 축복이란 말이 있습니다. 이 견디기 어려운 고난, 어둠의 순간이 지나면 반드시 찬란한 아침이 올 것을 굳게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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