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1-16(목)

이괄의 난 평정한 정충신…부랑이라는 호인과의 만남

서산타임즈 창간19주년 특별연재] 일화를 통한 정충신 장군 일대기(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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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4.11.12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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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타임즈가 창간19주년 특별기획으로 우리의 묻힌 역사적 인물을 복원하자는 취지로 ‘충무공 정충신 장군의 일대기’를 연재한다. 정 장군의 일대기는 충무공 정충신유적현창사업회(회장 이철수, 전 서산시의회 의장)와 김인식 국사편찬위원회 조사위원이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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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5년 정충신 진무공신교서…1625년 4월 인조(仁祖)가 정충신을 진무공신(振武功臣)으로 녹훈(錄勳)한 교서이다. 정충신은 이괄의 난을 평정하는데 공을 세운 장만(1566~1629), 남이흉(1576~1627)과 함께 1등공신으로 갈성분위출기효력진무공신 정헌대부 금남군 정충신에게 내린 공신 교서이다. 자료=충무공 정충신 그리고 후손들 e북 캡처

 

원래부터 오성은 명망이 높았으므로 그의 좌우에는 항상 여러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 중 젊은 교생(향교의 생도) 한 명이 오성 대감을 더욱 따르며 옆에서 작은 시중도 들고 위로도 해 주곤했다.

 

어느 날 조정에서는 젊은 교생들에게 초시를 보아 생원을 시킨다고 했는데 이 시험은 중요한 시험으로 만일 떨어질 경우, 병정으로 뽑혀 나갈 판 이었다. 오성 대감을 각별히 따르던 그 교생이 전날부터 오성 대감을 찾아왔다.

 

“대감! 저는 이번 시험에 떨어지면 대감을 못 모시게 됩니다.”

“그렇게 되었느냐? 섭섭하구나.”

“그러니 대감께서 주선 하셔서 좀 이곳에 있게 해 주십시오.”

“그야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나. 시험이나 잘 치러 합격하도록 하게나.”

 

다음날 시험이 시작되었다. 책은 맹자로서 먼저 외우게 하고 나중에는 뜻을 물어 보았는데 시관은 북병사(北兵使)로서 동헌 마루에 높이 앉아 점잖게 물었다. 앞뒤로 동료 교생들이 숨어 구경하고 있고 다음은 바로 오성 대감을 따르던 교생 차례이다. 그 교생은 맹자 가운데 양혜왕 편을 외웠다.

 

“맹자견양혜왕( 孟子見梁惠王)이니 왕(王)이 입어소상(立於沼上)이니 고홍안(顧鴻雁), 미록왈 현자역락차호인가…” 하며 한 편을 줄줄 읊었다.

시관은 다시 뜻을 물었다.

“홍안이 무엇이가?”

 

이 말이 떨어지자 교생은 잊었는지 어리둥절하며 당황하니 멀리 앉아 있는 동접들이 답답하여 ‘기러기’하고 조그만 소리로 일러 주었다. 교생은 잘못 알아듣고 ‘기색이’라 말했다. “기색이가 무엇이란 말이냐?”하며 내쫓는다.

 

교생은 오성대감을 뵙고 ‘기러기’를 ‘기색이’로 잘못 말해 떨어진 연유를 여쭙고 “대감께서 북병사에게 부탁하셔서 합격하게 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하고 부탁을 드리니 오성 대감은 웃으시며 “그 역시 공사다. 네가 잘 못한 바에 어찌 사정을 쓸 수 있느냐. 다음 기회에 보아라” 하니 옆에 있던 정충신이 한마디 거든다.

 

“공사에도 사정이 있습니다. 지금 교생의 형편으로 다음 기회를 어찌 기다리오리까. 다시 통촉하십시오.”

“너의 말도 괴이치 않다마는 무엇이라 말을 만들어 청을 하라 하느냐? 네가 그 안을 생각하여 보아라.”

“예,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내일은 북병사가 대감을 뵈러 올 터이니 대감께서 대작을 하시다가 교생을 불러 이리저리 분부하시오면 북병사가 이리이리 말씀할 터이오니 대감께서 저리저리 대답하시오면 일이 잘 될 것 이옵니다.”

“잘 될는지 모르지만 그리하여 보자” 하고 교생에게 단속하여 두었더니 그 이름날 과연 북병사가 와 뵙기를 청한다. 오성 대감은 인사 받은 후에 잠시 수작 하다가 충신의 말대로 한다.

 

“거기 뉘 없느냐?”

“예, 찾으셨습니까?”

“기색이 모이 좀 주어라”

“예, 벌써 줬습니다.”

 

북병사는 그 수작을 듣고 무슨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기색이 무엇이지요?”하고 묻는다.

오성 대감은 충신의 계책대로 “내가 반찬하기 위하여 기러기를 기르는데 여기 사람들은 기러기를 기색이라고 합니다. 나도 여기 사람들이 알기 쉽도록 여기 말을 하였소.”했다.

 

“그러면 소인이 잘못한 일이 있습니다. 어제 취재(取才)를 보았는데 ‘기러기 안’을 ‘기색이 안’으로 읽기에 쫓아 보냈습니다. 그러하다면 소인이 잘못한 일이 있으니 그 교생을 다시 불러 들여야 원망을 듣지 않을 듯합니다.”

 

“그것은 잘못된 일이니 공평하도록 해야 하겠지요.”하고 다른 이야기를 하다 작별하였는데 북병사는 곧 교생을 불러 자기가 그곳 방언에 서툴러 잘못하였음을 말하고 등용하였으니 이는 다 정충신의 계책이었다.

오성 대감은 어느 날 밤에 이상한 꿈을 꾸고, 깨어난 후 정 충신을 불러 앉히고 이른다.

 

“내가 꿈을 꾸니 선조 대왕께서 여러 신하를 거느리고 나를 불러 말씀하시기를 ‘광패한 자식이 국통을 이어서 어진 경으로 하여금 멀고 먼 지방까지 와서 곤욕을 당하게 하니 나의 마음이 불안하도다. 내가 상제께 아뢰어 광패한 자식을 내어 쫓으려 하니 경은 나에게 와서 기획을 같이 하자’ 하시기에 내가 재배하고 선왕의 좌우에 있는 신하를 본즉 모두 작고 한 사람이라, 이로 논하면 나의 명한이 얼마 남지 아니하였으니 너는 나의 수의 관곽(棺槨)을 미리 예비하였다가 운구하여 가고 나의 집안일을 잘 보살펴 다오.”

 

정충신은 오성 대감과 비록 연기(年期)는 같지 아니하나 우연히 세상에 같이 출생한 호걸로써 마음을 허락하여 평생을 부모와 같이 모시다가 오늘 영결이라는 말을 들으니 어찌 결연하지 않겠는가? 평생 처음으로 눈물을 흘리며 일어나 절을 하고 말씀을 받는다. 오성 대감은 다시 벼루를 열고 편지 한 장을 써서 충신에게 맡기면서 “이 서찰을 네가 잘 간수 하였다가 한양 올라가는 날에 장만 공에게 전하여라. 장만 공은 비록 지혜는 적으나 복은 많은 사람이니 더불어 일을 하면 낭패가 없으리라. 너는 이후 나라 일을 담당할 사람이니 그런 복 많은 사람과 동사(同事)하는 것이 좋으리라.”

 

충신은 또 절을 하며 편지를 받아 잘 간수 하였다.

그 때 마침 오성 대감의 사위 윤옥이 장인을 뵈러 북청에 왔다. 오성 대감은 무슨 까닭인지 매번 그 사위를 보면 못마땅하게 여기고 눈살을 찌푸리더니 지금은 천리 원로에 왔음인지 반갑게 맞이한다. 마침 정충신이 곁에 없는 틈을 타서 서찰 한 장을 써서 사위에게 맡기면서 “후일 어느 때 비명에 죽을 경우를 당하였을 때에 너를 죽이려는 사람에게 이 편지를 주면 혹시 사는 길이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윤옥은 비록 교망한 사람이나 그 장인을 믿고 공경하는 사람이라 또 죽기를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이 없음에 서찰을 받아 간수하고 수일 후에 하직을 고한다.

 

오성 대감은 자기가 하세(下世)하게 될 조짐을 충신한테 말하였으나 그 사위에게는 말하지 않고 먼저 올라가게 맡겨 두었으니 그 사위는 충신과 본래 좋지 않게 지냄을 알고 또 무슨 뜻이 맞지 않는 일이 일어날까 염려함인 듯하다.

며칠 후에 오성 대감은 병환이 시작되어 십여 일만에 북청 기생 만옥이네 집에서 충신의 손목을 쥔 채 “너는 한양에 올라가 어진 임금을 모시고 백성 잘 다스리고 잘 살라” 하고 한 많은 일생을 끝마쳤다.

 

정충신은 심력을 다하여 상(喪)을 치룬 후에 본관과 병영을 내세워 상여군을 영솔하여 상행(喪行)을 호위하여 포천 장지에 이르러 안장한 후에 집에 들어와 세상일을 탄식하고 상(喪) 3년을 입었다.

 

정충신은 오성 대감의 서찰을 가지고 장만 공을 뵈었다. 그 서찰 사연은 “나는 신수 불행으로 천리타향에서 세상을 하직하거니와 공은 복록이 완전한 사람이라 평생에 액색(阨塞)한 지경이 없으리로다. 정충신의 인품은 비록 체구는 적어도 담대하고 안광이 샛별과 갈아서 중인(衆人)을 위압하며 재기와 의기가 뛰어나고 굳어서 글을 의논하면 한낱 명사의 자격이로되 군사를 거느리게 하면 일대 명장의 도략이라, 공은 유의하여 같이 주선하여 주면 장차 국가의 다행이 될 것이로다.” 하였더라.

장 만공은 그 편지를 보고 매우 기꺼이 여기어 편지를 충신에게 주어서 보게 하고 충신을 친근 애증하고 충신도 장만 공을 오성 대감과 같은 심정으로 섬겼다.

 

암군(暗君)은 사라지고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되는 인조반정에는 이 시백, 최명길, 장유 등 백사선생의 동문 벗들이 가담, 광명한 천지에 능양군이 왕위에 올랐다. 반정공신은 모두 각기 높은 벼슬을 시켰는데 이괄만은 충분치 못하였다.

 

당초에는 이괄을 병조판서를 시키기로 하였는데 멀리 평안 병사가 되었음에 이괄은 분분망망(忿憤茫茫)한 마음으로 평안 병영에 도임(到任)하였다. 이괄은 영악한 사람이고 지량도 있는 장수로 공로에 대한 상당한 벼슬을 얻지 못하여 분한 마음을 가진 줄을 반정 제신들이 다 짐작하는 까닭에 염려가 되어 정충신으로 하여금 안주 목사를 시켰으니 이괄의 거동을 살펴가며 제어하라는 뜻이었다. 평양 병사 이괄은 분분(忿憤)한 마음을 품고 조정에 반기를 들려고 하나 안주 목사 정충신 때문에 감히 발작하지 못 하다가 계교 하나를 생각하여 냈다. 그것은 조정에 장계를 올려 지금 정충신은 군사를 조련시켜 조정에 반(反)하려 한다는 내용의 상소를 올린 것이다. 조정에서는 이괄을 의심하고, 정충신은 반하지 않을 것을 확실히 아는 까닭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한편 이괄은 정충신을 병영에 불렀다. 그 이유는 정충신이 이괄, 자기의 병영에 자기와 같이 있으면 감히 동(動)하지 못하려니 여겼기 때문이었다. 이괄은 밤에 좌석을 베풀고 충신과 더불어 술을 마시다가 좌우를 물리치고 충신의 손을 잡았다.

“연전(年前) 반정에 나는 능력을 다하여 공로가 남에 뒤질 것이 없는데 이 귀, 김류 등이 저희들 마음대로 고관대작을 차지하고 공과 나는 무관이라 업신여겨 외방으로 내쫓아 이곳 안주목사와 이곳 병사를 시켰으니 사람마다 분수가 있는 바에 어찌 분하지 아니 하단 말이오. 나는 이제 기(旗)를 세우고 북을 울리어 한양에 들어가 이 귀와 김류, 그 외 소인배를 모두 잡아 죽여서 임금 곁에 악함을 쓰러 없애려 하니 공은 나를 도와 대장부의 뜻을 같이 세웁시다.”

 

말을 마치고 취한 눈을 부릅떠 충신을 건너다본다. 이괄은 기골이 장대하고 위력이 엄중하여 쉽게 범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장막 주위에 강한 군사를 겹겹이 배치하였으니 이경우를 당하여 반대 할 수도 없고 난감한 일이다.

 

만일 반대를 하고 보면 당장 죽음을 당할 모양이니 차라리 응종(應從)하는 체하여 후일을 도모하는 수밖에 없다 생각하고 이괄의 말을 괴이쩍게 여김이 없이 태연한 기색으로 “이귀와 김류는 소인도 미워하는 터올시다. 사또께서 그 무리를 없앨 양이면 소인이 재주는 없사오나 한 팔 힘을 돕겠읍니다.” 하니 이 괄은 크게 기뻐하여 친히 술을 부어 권한다. 충신 은 사양 없이 받아 마시고 그 이튿날부터 이괄의 지휘대로 응종하는 체를 한다. 이괄은 정충신을 선봉장으로 삼아서 장차 거사를 성공시키려고 하였다. 정충신은 가만히 앉아서 이리저리 생각하여 보았다. 지금 빨리 몸을 빼어 달아나야 되겠는데 이곳부터 길목마다 군사들이 엄히 파수하여 조금이라도 수상한 사람을 살피는 터이니 그 길로 가다가는 잡히기 쉽고, 뒷길로 피하여 보행을 한다면 능히 가능하겠지만 다만 꺼리는 것은 지금 입고 있는 옷이 군복이라 그 복색으로는 나설 수가 없음에 좋은 계책을 생각하다가 언뜻 생각난 일이 있었다.

 

월전에 서울에서 백주가 하인 하나를 보내며 편지하기를 ‘어느 때든지 급한 일이 있기든 이 하인을 불러 문의 하라’는 말이 생각났다. 그 하인은 주인에게 그림자 같이 따라 다니는데 그 하인이 지금 밖에 있으니 불러 물어볼 수밖에 없다. 친신(親信)한 통인을 보내어 하인을 불러 놓고 좌우를 물리치고 급한 상황을 말하였더니 그 하인은 아무 말 없이 통통한 보퉁이 하나를 가져 왔으니 백주의 부탁을 받은 연고다.

 

정충신이 이 보퉁이 하나를 풀어 보니 유생이 입는 창 옷 한 벌과 중이 입는 장삼 한 벌, 목탁 한 개, 상인이 입는 심의 두건과 버선 그리고 미투리까지 있었다. 정충신은 그 의미를 알아차리고 보퉁이를 도로 싸놓고 거짓 자는 체하다가 모두가 잠들어 사면이 고요한 때에 일어나 유생 옷을 내어 입고 보퉁이는 하인에게 맡긴 후 하인을 데리고 뒷길로 도망하는데 충신의 복색은 날마다 달라진다. 하루는 창옷에 갓을 쓰고 하루는 장삼에 목탁을 들었으니 뒤를 쫓는 사람들을 혼란하게 하는 계획이다.

 

이괄은 밝은 새벽에 일어나 좌기하고 선봉장을 불렀는데 선봉장은 벌써 앞으로 나갔다 한다. 이괄은 충신의 지혜로움을 겁냄과 동시에 또한 약속을 배반함에 크게 노하였다. 급히 취군하여 정병 수 백 명을 거느리고 쫓으며 수탐하여 보나 그 길 밖에 갈 곳이 없는데 그림자조차 찾을 수가 없다. 이괄은 이상이 여기 충신의 모습을 대며 그런 사람 보았느냐 물으니 모두 못 보았다 하며 길가는 상제와 혹은 중은 보았다는 말은 있으나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정충신이 무사히 이괄의 진을 빠져나와 안주본영에 돌아와서 장차의 군사 일을 곰곰 생각하고 있는데 홀연히 한 남장한 백옥 같은 여장부가 눈같이 흰 백마를 타고 달려와서 뜰아래 내려 큰 소리로 외친다.

 

“사또! 지금이 어느 때라고 주저하고만 계십니까? 촌락을 다투지 않으시면 사또는 이괄의 패로 몰리시나이다. 빨리 평양 장 도원수 막하에 나가서 삼책(三策)을 바치시면 의심이 풀어질 것이오. 전부 대장이 되시어서 토평(討平) 하시면 일등공신이 될 것입니다.”하고 백마를 내 주면서 길을 재촉한다. 이 여자가 후일 정 장군의 지혜 통이 되었다는 부랑(夫娘)이라는 호인(胡人) 여자이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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