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도 ‘서산 육쪽 마늘’이 있었나?
가기천의 일각일각
「연산군 10년(1504년)에 충청도와 전라도에서 진상한 마늘에 대해 비교한 기사가 있다. 연산군은 당시 전라 감사 김영정이 진상한 마늘을 내려 보내며 이르기를 “충청도에서 진상한 것은 잎이 길고 새로 캔 것 같으나 지금 전라도에서 진상한 것은 겨우 순이 나고 또 썩어 진상하기에 합당하지 않으니, 생마늘을 그대로 그려 전라 감사에게 유시하기를 “지금 마늘 길이가 이와 같은데 겨우 순이 난 것을 진상하였으니, 어쩐 일이냐? 도회관(都會官) 및 진상한 각 고을을 아울러 조사해서 급히 아뢰도록 하라.”고 하명하고 있다.(연산군일기 권52, 연산군 10년 4월 계묘조). 오늘날 충남 서산의 육쪽 마늘이 유명한데, 충청도의 마늘은 이미 조선시대부터 그 명성이 자자했나 보다.」
이 칼럼의 제목과 위에 인용한 글은 2003년 공주시와 충남발전연구원이 함께 펴낸 『충청감영 400년』에 수록된 내용이다. 조정에서는 충청도 마늘의 우수성을 인정하였는데 실록에는 비록 ‘서산’을 명시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충남발전연구원에서는 좋은 품질의 마늘 주산지를 서산으로 명정한 것이다. 임금에게 진상하는 물건은 조선팔도의 특산물 가운데 가장 귀하고 품질이나 가치가 가장 뛰어난 것 일진데, 서산 마늘을 진상품으로 보는 연구 결과는 이름값에 확신을 갖게 한다.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펴낸 『향토문화전자대전』에는 「1832년(순조 32) 7월 21일 ‘조선왕조실록’에는 영국의 로드 애머스트(Lord Amherst) 호가 “서산 간월도 앞바다로부터 창리 포구에 와서 소 2두, 돼지 4구(口), 닭 80척, 절인 물고기 4담, 갖가지 채소 20근, 생강 20근, 파 뿌리 20근, 고추 10근과 함께 마늘 뿌리 20근을 받았다” 이런 기록으로 보아 서산 육쪽 마늘이 조선 시대의 교역품이었음을 알 수 있다.」라는 내용도 있다.
이러한 사실로 볼 때 역사적으로나 지금도 서산 육쪽 마늘의 명성은 널리 알려져 있다. 유성전통시장에서도 ‘서산 마늘’이라고 팻말을 내놓고 판매한다. 눈으로 보기에는 ‘과연 서산 마늘일까?’하는 의문이 가지만 서산마늘의 성가에 기대보려는 마음이 읽힌다. 품질이 우수하기에 얻을 수 있는 유명세다.
잘 알려진 대로 단군 신화에 마늘이 나온다. 곰이 사람이 되려면 신성한 효능이 있어야하는데 마늘과 쑥이 나쁜 기운을 쫓는 기운이 있고, 힘의 원천이라는 믿음이 신화의 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흡혈귀 드라큘라가 싫어한 것은 십자가와 마늘이었을 만큼 서양에서도 마늘을 신비한 약초로 여겼다. 루마니아 지방에서는 부활절 새벽에 마늘로 십자가를 만들어 집안 곳곳에 마늘을 놓아두는 풍습은 마늘에 나쁜 기운을 쫓아내는 힘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마늘은 강한 냄새를 제외하고는 100가지 이로움이 있다고 하여 일해백리(一害百利)라고 부른다. 최근에는 마늘의 효능이 과학적으로 밝혀져 참살이 식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을 통해 ‘세계 10대 건강식품’을 발표한바 있는데 여기에는 마늘이 포함돼 있다. 마늘은 음식이나 김치에는 빠질 수 없는 양념이다. 날 것으로 또는 구워서 먹을 수 있고 장아찌를 만들어 입맛을 돋우기도 한다. 꿀에 재어두고 먹거나 흑마늘 등으로 가공해서 이용해도 좋다. 마늘 성분으로 영양제를 만들기도 하니 그 용도가 한둘이 아니다.
서산이 마늘의 주산지가 된 것은 토질과 기후가 알맞기 때문이다. 좋은 품종을 유지하고 축적된 재배 기술도 다른 지역에서 따를 수 없는 요인이다. 그럼에도 서산의 주 중목인 한지형 마늘 재배면적이 점점 줄고 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인력 부족과 인건비 상승, 저장이 어렵고 기후변화에 따른 온난화가 주요 이유일 것으로 판단된다. 더욱이 소비자들은 난지형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 부담을 갖기도 한다.
대책으로 노동력을 줄일 수 있는 농기계와 생분해 필름 보급, 건조 저장시설, 건가 시설 등 지원이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죽방멸치가 일반멸치에 비하여 가격이 3~4배 이상 높은 예에서 보듯 고소득층을 겨냥한 고급화 전략으로 나가는 방법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여름의 한복판 삼복가운데서도 한 가운데인 중복이다. 예전부터 복날에는 보신탕이나 삼계탕으로 복달임하면서 기력을 보충했다. 비만을 걱정하고 영양이 넘쳐나는 시대에 살면서도 고기가 귀했던 시절의 풍습이 이제는 민속으로 이어오고 있다. 복날 먹는 대표적 음식인 보신탕은 개고기식육금지법 시행을 앞두고 찾는 사람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그 자리를 삼계탕이 차지하고 염소탕이 메꾸고 있다. 염소탕 가격이 워낙 비싸지고 보니 삼계탕 수요가 늘어나는 것이다.
이에 마늘 주산지인 서산에서는 삼계탕에 마늘을 듬뿍 넣고 ‘마늘 삼계탕’ 또는 ‘산삼계탕(蒜蔘鷄湯)’으로 불렀으면 한다. 산삼계탕이라면 혹시 산삼을 넣은 삼계탕으로 인식할 수 있을까? 어쨌든 서산 마늘의 성가를 높이고 은연중 마늘 수요를 늘릴 수 있으라고 짐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