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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의 강

김풍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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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4.07.0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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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풍배 칼럼리스트

보다가 두어 번 던지는 게 요즘 신문입니다. 온통 비난과 비판의 활자가 지면을 채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리저리 돌리다가 결국 꺼버리는 게 요즘 TV입니다. 호통과 헐뜯는 모습만 보이기 때문입니다. 안 보고 안 들으면 편할 텐데 그래도 보고 듣게 되니 그래서 더 속상합니다.

 

저들은 얼마나 깨끗하고 바르게 살기에 저렇게 남을 비난하고 호통치는지. 하도 유명한 사람들이어서 가끔은 그들의 행적이 드러나기도 하는데. 그런데도 참 뻔뻔스럽게 비난하고 혼자만 잘난체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요즘을 흔히 ‘내로남불 시대’라고 합니다.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의 준말입니다. 애초에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대변인 시절에 처음으로 했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요즘처럼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때는 일찍이 없었습니다. 이제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내로남불’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내로남불’의 무감각 사회가 되었다고 합니다. 국민대 박규철 교수는 내로남불의 무감각이 널리 퍼졌으면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정의의 강은 썩었다고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독일의 아돌프 아이히만이 사람을 죽일 의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엄청난 사람을 죽음에 몰아넣었다고 했다고 했습니다. 이는 무감각이 가져온 결과라는 것입니다.

 

어느 언론인은 이 시대의 이런 풍조를 대책도 없고 치유책도 없다며 자조했습니다. 그저 갈 데까지 가보라고 탄식을 뱉어냈습니다.

 

정녕 이 땅에는 정의의 강은 썩고 말았는가? 낙심하며 보던 신문을 던지려다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얼마 전에 지인이 보내준 모 신문사에서 발행하는 월간지였습니다. 정치인들의 골치 아픈 이전투구의 기사보다 훨씬 나을 듯해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목차를 뒤적이다가 ‘나의 선생님’이란 특집을 발견했습니다.

 

참으로 따뜻하고 감동적인 스승들의 이야기가 마음을 울렸습니다. 특히 ‘예수의꽃동네형제회’수사이신 신상현 인고자애병원 의무원장님의 이야기는 먹구름 가득한 마음에 아침 햇살처럼 가슴을 따뜻하게 해 주었습니다.

 

의과대학생 시절 본과 3학년 임상 실습 시간, 스승 민병석 박사님으로부터 “이 젊은 여성은 가난하고 고아라서 치료 시기를 놓쳐 이렇게 불쌍하게 죽어 가고 있습니다. 여러분 중에 누가 앞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겠습니까?”라고 물었을 때 혼자 마음속으로 “네, 교수님, 제가 하겠습니다.”라며 대답했고 지금까지 36년간 꽃동네에서 무언의 약속을 지키고 있다는 글이었습니다.

‘죄인인 저도 창설자의 가르침인 <나는 너만을 사랑한다. 네가 죄가 있든 없든> 이 말씀에 따라 보잘것없는 종입니다’라고 했습니다.

 

얼마 전에 전 홍성지청장 남문우 변호사님이 소설의 소재로 삼으면 좋겠다며 법률신문에 났던 송종의 전 법제처장의 글을 보내주었습니다.

93세 된 노인이 빌렸던 돈 1억 원을 갚겠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26년 전 큰 사업체를 운영하는 큰 부자였는데 급히 필요하니 돈 1억을 빌려 달라고 했습니다. 평소 인품을 생각하여 차용증조차 받지 않고 1억 원을 빌려주었습니다. 그런 후 얼마 되지 않아 회사는 망하고 그는 종적을 감췄다고 했습니다.

 

송종의 처장님은 졸지에 거액을 잃고 힘들 때마다 스승으로부터 배운 여섯 글자로 괴로운 마음을 달랬다고 했습니다. ‘물기거이물추(物旣去而勿追)’재물이 이미 내 손을 떠났거든 이를 다시 찾으려고 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93세 노인은 1억 원을 갚지 못함이 짐이 되어 평생 괴로워하다가 어찌어찌 마련하여 1억 원을 장만하여 갚았다는 사연이었습니다. 송종익 처장님은 잃었던 돈 1억 원을 각 학교에 나누어 기부하였다고 합니다.

 

신문을 읽으며, TV를 보며 정의의 강은 썩었다고 생각했다가 이 땅에는 아직도 정의의 강은 흐르고 있다고 생각을 바꿨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다 저 잘났다고 큰소리칠 때, 묵묵히 가난한 사람 곁에서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사랑의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 죽을 때까지 잊지 않고 빚을 갚는 양심. 횡재 같이 찾아온 거금을 가장 좋은 곳에 아낌없이 기부하는 사람들. 그들이 있는 한 이 나라는 아직도 정의의 강은 흐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여전히 흐르고 있는 정의의 강. 구불구불 산기슭에도, 들꽃 향기 짙은 오솔길에도 흐르고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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