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얼음판 위 행복
김풍배 칼럼
지난 7일 대구 엑스포에서 바르게살기 운동 전국대회가 열렸습니다. 1991년 제정되어 1997년 법률 제5305호까지 세 차례에 걸쳐 개정된 법률로 조직되고 운영하는 단체입니다. 올해에는 대통령께서 직접 참석하셨다고 합니다.
이 단체는 진실, 질서, 화합을 3대 이념으로 하여 모든 국민이 자율적이고 능동적으로 바라게 살기 운동을 전개함으로 민주적 문화적 국민 의식의 함양과 선진국형 사회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했습니다.
햇수로 하면 벌써 30년이 넘었습니다. 30년이라면 장년의 나이입니다. 이 운동의 결과가 자못 궁금합니다. 얼마나 우리나라 국민이 바르게 살아왔을까요? 계량적 평가 수치가 없으니 전혀 예측할 수는 없으나 피부로 느끼는 감각으로는 크게 달라진 건 없는 듯합니다. 오히려 진실은 더 가려지고 배려보다는 자기 위주의 삶으로, 화합보다는 편 가르기와 갈등은 더 깊어진 듯합니다,
총선이 다가옵니다. ‘수신제가후(修身濟家後)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란 말은 이제 죽은 말이 되었습니다. 불행하게도 도덕 불감증, 수치 불감증의 시대가 된듯하여 안타까울 뿐입니다. 물론 ‘털어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을 대표한다는 그들의 언행을 보면 어떻게 저런 사람이 하고 혀를 찰 때도 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도 체념하기도 합니다. 이것이 현실이요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분당우리교회 담임 이찬수 목사의 설교를 동영상에서 들을 적이 있습니다. 어느 날 기자 한 사람이 이찬수 목사에게 목사님 행복하세요? 라고 묻더랍니다. 그때 말없이 웃고 있었더니 재차 “목사님, 정말 행복하세요?”라고 묻더랍니다. 그래서 “예, 정말 행복합니다.”라고 대답하고는 곧이어 토를 달았다고 했습니다. “제가 누리고 있는 행복은 살얼음판 위에 있는 행복입니다. 바로 하나님이 정해주신 틀 안에 있을 때 느끼는 행복입니다.”
그 설교를 듣고 소름 돋도록 공감했었습니다. 이 세상 누구도 흠결 없이 살아온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잘못을 뉘우치고 바르게 살도록 노력한 사람도 많습니다. 그런 사람이 많은 수록 사회는 밝아지고 살기 좋은 나라가 됩니다. 바르게 살고자 하는 사람이 많은 수록 행복한 사회가 됩니다.
필자가 목사 안수를 받기 전 얼마나 많은 고심을 했는지 모릅니다, 안수를 받기 며칠 전까지 참으로 많은 시간, 하나님 앞에서 나의 부끄러움을 고백하고 내가 목사가 되므로 하나님께 영광보다는 오히려 욕되게 하는 건 아닌지 걱정하였습니다. 나는 이곳 서산에서 나서 자라 이곳에서 학교 다니고 직장을 다녔습니다. 많은 사람이 나를 알고 내 과거를 알고 있습니다. 내가 얼마나 잘 못 살아왔는지, 내 부끄러움 모습을 보여 줬는지 나 스스로가 압니다. 그때, 내 마음속에서 들려오는 음성, “네가 잘 못 살아온 걸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것처럼 나도 다 알고 있다. 지난날을 내가 다 용서하마. 다시는 같은 죄를 짓지 말아라.” 이후 나는 하나님이 정해준 틀 안에서 살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간음하다 잡혀 온 여자가 있었습니다. 당시 유대 지도자들이 그 여인을 예수님께 끌고 왔습니다. 유대 나라의 율법으로는 간음한 여인을 돌로 쳐 죽여야 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처분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땅바닥에 무언가 글씨를 쓰시던 예수님은 그 유명한 말씀 “죄 없는 자가 먼저 돌을 던져라”라고 하셨습니다. 그때 둘러섰던 모든 사람이 양심의 가책으로 자리를 떴습니다. 아무도 없이 오직 홀로 남은 그 여인에게 예수님은 나도 네 죄를 정죄하지 않으신다며 다시는 같은 죄를 저지르지 말라며 권고하셨습니다.
우리는 늘 죄의 유혹을 받습니다. 유혹은 언제든지 찾아옵니다. 살얼음판 위를 걷는 것처럼 조심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넘어질 수 있습니다. 육신의 쾌락이나 욕심, 부도덕한 행실. 비양심, 이기주의, 이 모든 것들은 바로 불행의 씨앗들입니다. 하나님의 틀 안에서 벗어나지 않는 삶, 그걸 견지하는 삶이 바로 바르게 사는 것입니다. 나는 그것이 평안이라 생각합니다. 신앙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누구도 바르게 살면 평안한 삶이 옵니다. 진정한 평안을 누리는 삶. 그것이 결국 행복한 삶이 아니겠습니까?//목사·시인·소설가·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