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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3.04.25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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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의 아라메길은 바다의 고유어인 ‘아라’와 산의 우리말인 ‘메’를 합친말로 바다와 산이 만나는 서산지역의 특색을 갖춘 사람과 자연이 함께 이루어진 친환경 걷기 여행길이다. 서산의 아라메길은 총 7개 노선에 86km가 되는데, 그중 4-1구간인 구도 범머리길은 구도항에서 구도항으로의 왕복 14km였다.

 

봄의 향연이 무르익어 가던 최근 절친한 친구와 함께 구도항과 구도 범머리길을 다녀왔다. 옛날 교통의 중심이었던 ‘구도항’과 ‘범머리길’을 합친 이름으로 산과 바다를 뜻하는 ‘아라메길’과 잘 어울리는 노선으로, 산행을 하면서 바다를 볼 수 있고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인 가로림만과 접하고 있었다.

 

범머리길은 서산시 팔봉면 호리 1리 지역으로 지형 생김이 흡사 입을 크게 벌린 호랑이 머리 같아서 범 머리라 불리는 곳이다. ‘범 머리’는 범(虎)의 머리 형상을 한 거대한 돌출 바위산에서 연유된 마을 명이다. 2015년 지역창의 아이디어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지금과 같은 힐링의 구간을 조성하였다고 한다.

 

약 1시간 정도 가로림만 해변을 따라 걸으며 지친 마음을 달래보는 힐링의 길이 참으로 훌륭했다. 범머리 게이트를 출발해서 드넓은 가로림만 해변 길을 따라 호리 반도를 한 바퀴 돌아 다시 구도로 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3시간 반 정도가 소요되었다. 만조시에는 범머리와 멀리 보이는 고파도 등 가로림만의 빼어난 풍경을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서산시 팔봉면 호리 아라메길 중간에는 호랑이와 떡 파는 소녀상이 있는데 참으로 인상적이었으며, 청정 가로림만 바닷길과 청량한 숲길이 이어져 트래킹하기에는 아주 좋은 길이었다. 걷다 보니 여기저기에 있는 마을의 이야기를 만나 볼 수 있었다.

마구 할미가 쉬어갔다는 마구 할미터, 바닷가 한가운데에 솟아나 치유의 물이 흘렀다는 ‘옻샘’은 서산 아라메길 호리 구간 중간지점인 가로림만 해변가 ‘고부레’라는 해변에 예부터 백사장 모래밭에서 맑은 물이 사시사철 뽀글뽀글 솟아나고 있었다고 한다. 바다 중간에서 샘솟는 물이 짜지도 않고 여름에는 차갑고 겨울에는 따뜻한 물이 솟고 있어 주변 사람들이 작은 샘을 파 놓고 무더운 여름에는 찾아와서 목욕하며 더위를 식히는데 좋은 우물이었다. 특히 여름철에 모기 등 벌레에 물려 가려운 곳, 땀띠 난 곳, 습진, 옻에 올린 곳 등을 이 물로 씻어 내면 신기하게도 낫는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이 샘을 ‘옻샘’ 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옛날에는 약이 귀하고 특별한 치료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이 ‘옻샘’물이 인근 주민에게는 신통한 샘물로 알려지게 된 것이다. 이러한 옛날 유래를 찾아 지금까지 해변 중간에서 솟아나는 곳에 우물을 파서 이 ‘옻샘’을 복원했다고 한다.

 

또한 ‘고부레’는 바다를 향해 삐쳐나온 산세의 양쪽 곶이 고양이의 머리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곳이었다. 왼쪽이 암고양이이고, 오른쪽이 숫고양이라고 한다. 고양이의 토속어 ‘고이’와 머리를 뜻하는 ‘부리’의 합성어에서 연유되었다고 한다.

한참을 걷다 보니 ‘낭아래’라는 곳이 있었는데 ‘낭’은 낭떠러지를 뜻하는 지역 방언이다. 건너편 태안 땅이 손에 잡힐 듯 가깝고 지형이 가파른 수심도 깊고 맑아 호수같이 영롱하다. 그리고 절벽 아래 암벽 경관은 빼어나게 아름답다. 물 건너에 사는 낭군이 배를 타고 와서 이곳에 사는 낭자를 만나 사랑을 나누었다는 전설이 깃든 곳이기도 했다. 아마 이곳에 연인과 함께 오면 아름다운 사랑의 결실이 꼭 이루어 질 것이라고 믿었다.

 

다음은 ‘주벅녀’라는 곳이 있었는데 이곳에 물이 나가면 ‘바위 밭’을 연상시킬 만큼 먹빛 바위섬이 보이는데 굴과 조개 그리고 해조류들이 풍성한 곳이다. 큰 기둥을 세워 어망을 설치하던 곳에서 비롯된 것으로 정식이름은 ‘주목망’인데 말이 변하여 ‘주벅녀’가 되었다고 한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실제로 이곳에 ‘주벅’을 설치하여 많은 양의 고기를 잡았던 곳이기도 했다.

그리고 「용난 둥범」은 용이 솟아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다. 썰물 때면 아직도 둠벙의 둥근 테두리가 선명하게 남아있다.

 

물이 깊어 옛날부터 ‘명주꾸리’가 2개 들어가도 끝이 닿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오른편 드넓은 갯벌은 둠벙에서 용이 나와 놀았다는 곳으로 유지를 뜻하는 ‘물’을 써서 ‘용무티’라고 부른다. 갯벌 가운데 앙상한 모습의 섬은 ‘할미 섬’이고 그 건너편 장구 모양의 섬은 ‘장구 섬’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주벅배 전망대’에 올랐다. 가로림만의 전경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로 ‘주벅’ 어망의 이름으로 정식 명칭은 ‘주목망’이다.

 

이름대로 과거에 어망을 설치했던 장소로 현재는 전국의 낚시꾼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가로림만이 국가해양정원으로 조성되면 구도 범머리길은 서산의 명소가 되기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잘 보전되어서 앞으로도 대대손손 사랑받고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힐링의 장소로 남기를 기원하면서 이날 트래킹을 마쳤다./최병부 한국문인협회 서산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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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메길과 구도 범머리길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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