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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란 무얼까?

김풍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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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1.05.18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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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 소중한 인연이 어디 있겠는가? 바닷가 모래알처럼 많고 많은 사람 가운데 한 남자와 한 여자가 한 몸이 되었으니 말이다. 부부는 한 가정의 기초이며 인간관계의 기본이다. 그래서 국가는 부부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화목한 가정을 일궈 가자는 취지로 5월 21일을 부부의 날로 제정하여 법정기념일로 삼고 있다.

형편도 다르고 가문도 다르고 환경도 다른 사람끼리 만나 부부가 된다는 건 참으로 힘든 일이다. 옛날 같으면 전문적 매파가 있어 양가를 견주어 비교해보고 중매하여 양가가 마음에 들면 당사자의 의견을 무시한 채 혼약하여 부부의 연을 맺었다. 우리 조상들은 그렇게 만나 평생을 해로하였다. 이 시대 남녀가 만나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단순하다. 아니 단순하다 못해 싱겁기까지 하다. 흔히 눈에 콩깍지가 끼었다고 하여 첫눈에 반해 만난다. 만사가 좋게 보이고 예쁘게 보인다. 왜 배우자로 선택했느냐고 물어보면 거의 다 성격이 좋아서라고 한다.

사랑이란 콩깍지가 끼면 아무것도 장애가 없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서서히 콩깍지가 풀리면 성격이 안 맞는다며 투덜거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분명한 건, 이 세상에 완전한 사람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완전한 부부도 없다. 어느 정신과 의사의 부부싸움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그의 아내가 그에게 하는 말이 정신과 의사인 줄 알고 결혼했는데 정신과 환자 같다고. 그러자 의사인 남편도 이에 질세라 환자는 치료라도 되는데 당신은 치료도 안 되니 어려운 환자보다 더 힘들다고 했다는 이야기였다.

톨스토이는 “한 사람의 남자나 여자를 다른 모든 것보다 오로지 한 마음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소설 속의 세계라면 모르되 실제의 인생에 있어서는 기껏해야 일 년 동안 계속되는 것이 최고다. 대개 이삼 개월 때로는 이 삼 주 아니, 두서너 시간밖에 계속하지 않는 일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현대 사회에선 점점 부부관계가 깨어지는 모습이 다반사가 되어가고 있다.

며칠 전,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요, 전 세계 넷째 부자인 빌 게이츠와 그의 아내 멀린다의 이혼 소식을 들었다. 결혼 생활 27년 만에 갈라서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들의 이혼 소식은 세계 모든 사람의 이목을 끌었으며 아마도 수십조 원에 이르는 재산 분할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이혼이 될 거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가끔 유명 인사들의 이혼 소식을 듣는다. 사람들은 흔히 돈만 가지면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결코 돈이나 명성으로도 어쩔 수 없는 것이 부부관계가 아닐까 싶다.

결혼의 기회가 다시 주어진다면 지금의 배우자를 택하겠다는 부부는 과연 얼마나 될까? 미국의 경우 20년 이상 된 부부에게 물어본 결과 ‘다시 만나기를 원한다’는 응답자는 고작 4%에 불과했다는 통계가 있다. 서울 강남 어느 지역에서 같은 질문을 던져본 결과 75%가 ‘아니오’라고 답변을 했고, 나머지 20%도 ‘좀 더 생각해 보아야 겠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나는 밀레의 만종의 그림을 참 좋아한다. 그림에는 두 부부가 밭에서 일하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림 속의 두 부부가 마주 보고 있는 모습이 그렇게 정다울 수가 없다. 사람은 물질만으로 행복할 수가 없다. 두 부부가 멀리서 종소리가 울려오니까 일손을 잠시 놓고 손을 모아 기도한다. 이렇게 서로 아끼며 함께 인생길을 걸어가는 것이 부부다.

부부의 날을 맞아 내 결혼 생활을 돌아본다. 쉽지 않은 삶의 굴곡을 그래도 용케 헤쳐 왔다. 그때마다 신앙으로 이겨 왔다. 만일 아내가 아니었다면 오늘의 나는 없었을 게다.

노력 없이 성공이 없으며, 수고가 없이 영광이 있을 수 없다. 부부란 살아있는 화초다. 끊임없이 사랑이란 물과 믿음이란 거름을 주어야 가정이란 고운 꽃을 피울 수 있다. 부부는 부족한 부분을 서로 채워주는 존재다. 인내하고 희생하지 않으면 부부라는 이름을 보존할 수 없다. 용서하고 허물을 덮어주고 서로서로 믿어주는 사랑이 있을 때 그 가정은 하나로 화합될 수 있으며 사는 기쁨과 보람이 넘치게 된다. <시인ㆍ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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