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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08.07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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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기천 전 서산시부시장

 매미도 더위에 지친 듯 이른 새벽부터 쉴 새 없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계속되는 열대야에다 경상도 영천은 아침 기온이 이미 30도를 넘어섰다고 한다. 연이은 폭염 특보에 오늘 하루를 어떻게 견뎌내야 할까 걱정부터 앞선다.

얼마 전 내린 비로 생기를 찾았던 나무 이파리도 언제 그런 날이 있었나 싶게 지친 모습으로 늘어져 있다. 요즘 일상생활은 모두 무더위와 관련되다시피 하다. 불볕더위, 찜통더위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선풍기는 부러질 듯 날개를 돌리더니 힘에 겨운 듯 더운 바람을 날리고 있다. 에어컨은 아이들 올 때나 켜곤 하니 ‘아이 컨’이 되었으나 이제는 켤까 생각하면서도 선뜻 리모컨에 손이가지 않는다. 켜고 끌 때마다 창문을 여닫아야 하는 불편에다 알게 모르게 절전(節電)의식이 몸에 밴 탓이기도 하다.

온 몸이 더위와 겨루고 지내다 보니 신경이 예민해져 작은 소음에도 반응을 보인다. 어제 한 밤중에 소음기를 떼 냈는지 찢어질 듯 요란한 소리를 내며 거리를 질주하는 오토바이의 굉음이 더 크게 들렸다. 이른 새벽에도 한 차례 또 지나갔다. 그 운전자는 남에게 불쾌감을 주는 것으로 카다르시스를 느끼고 그게 더위를 잊는 방법인가 보다. 겨우 설친 잠을 추스르는데 중장비 소리가 새벽 공기를 가른다. 어제도 늦은 밤에야 멈추더니 오늘은 이른 시간부터 극성이다. 이런 소리가 간헐적으로 열흘 넘게 계속되고 있으니 짜증이 솟는다.

지난 해 여름, 갑작스런 폭우로 시가지 일대가 물바다가 되었다. 상가 지하주차장에는 자동차가 보트처럼 둥둥 떠돌았다. 소방차가 동원되어 물을 퍼냈다. 이틀 동안 소방차들이 오갔다. 건물주들은 양수기로 남은 물을 퍼내고 흡착포, 부직포로 물기를 빨아들였다. 뒷정리와 청소를 마치고 대형 선풍기를 돌려 습기를 밖으로 내보내며 말렸다. 다시 주차할 수 있을 때 까지는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걸렸던 것 같다. 며칠 동안 엘리베이터도 멈춰 섰다. 빗물이 하수도로 빠지는 구조물 크기가 작아서 폭우로 쏟아지는 물을 감당하지 못해 일어난 사태였다. 올해 초여름 시작된 구조물 확장공사가 장마철이 되어서야 끝났다. 공사장 범위는 넓지만 규모가 작은 공사라 그런지 인부와 장비가 적게 투입되어 시일이 오래 걸렸다. 올해는 다행히 큰비가 내리지 않았기 망정이지 작년과도 같았다면 과연 괜찮았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러니 이런 일을 촉박하게 시행했어야 했는가에 대하여는 의문이었다. 지난해에 물난리를 겪었으니 확장공사를 해야 한다는 결정은 이미 당시에 했을 일이고, 예산도 지난 연말에 확정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공사는 연초에 설계와 집행절차를 마무리하고 봄까지는 공사를 끝냈어야 할 일이었다. 그럼에도 우기에 임박하여 공사를 하니 자라보고 놀란 가슴은 올 해를 걱정해야 했다. 시끄럽기는 했지만 어쨌든 조치했으니 다행이다. 그 공사에 이어 요즘은 상수도 공사가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긴급복구나 신규공사는 아닌 것으로 보이는데 공기(工期)때문인지 한낮을 피하려고 그러는지 때로는 새벽과 늦은 밤에도 하고 있다. 그러니 조용해야할 시간에도 소음이 끊이지 않는다. 견디기 어려운 무더위를 무릅쓰고 땡볕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시끄럽다하여 불평하는 것은 분명 이해부족의 소치다. 하지만 주민들 불편에 못지않게 불볕더위 속에 아스팔트 열기까지 견뎌가며 땅을 파헤치고 도로를 재포장하는 인부들의 힘듦과 이런 환경 속에서 과연 공사의 품질은 확보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연말이 되면 행정기관이 비난받는 일 가운데 하나가 ‘멀쩡한’ 보도블록 교체 공사다. 예산이 남아서 쓴다거나, 남은 예산을 다 쓰지 않으면 내년 예산이 줄게 되기 때문에 연말에 급하게 공사를 서둔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예산 잔액을 일부 불가피하게 전용하는 경우는 있겠으나 남은 돈을 써버리기 위해서라거나 앞으로 예산 삭감을 우려하여 필요하지도 않은 공사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이런 눈총에서 벗어나려면 과연 꼭 필요한 공사인지, 시기는 적정한지 여부를 꼼꼼하게 판단하는 등 세심한 조치가 있어야 할 일이다. 더구나 한 여름이나 한 겨울에 시행하는 공사는 여러 가지로 작업여건이 좋지 않아 안전이나 능률을 고려할 때 적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불어 폭염과 싸우고 추위를 견디며 일해야 하는 인부들의 입장도 헤아려야 할 것이다. 즉 ‘인권’도 생각하여야 한다는 뜻이다. 모자를 눌러쓰고 수건을 목과 팔에 두른 채 일하는 모습을 보면 몸이 사려진다. ‘시절’이라는 말은 ‘어느 시기나 때’를 일컫지만 내포지방에서는 ‘계절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혹서, 혹한기 옥외공사를 여기에 비유하면 너무 비약하는 것일까? 무더위를 피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지만 불쾌지수를 치솟도록 유발하는 요인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타산지석으로 삼았으면 한다. 매미울음 소리에 섞여 들려오는 기계음을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전 서산시 부시장

서산타임즈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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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 옥외공사, 피할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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