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터전 만들어야죠”

[조규선이 만난사람 17] 한석화 산폐장 반대 대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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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07.10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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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산폐장 반대 대책위원회 한석화 위원장. 그녀는 아파트 주민들과 지역 주민 특히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터전을 지키고, 우리 주민들이 결코 우습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 주기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했다. 사진=최상임 사진작가

 

평소 궁금했었다. 왜 그녀가 삼보일배를 하고, 단식을 하고, 소복을 입고 화물차 위에서 고공농성을 하면서 그토록 산폐장을 반대하는지?

서산 산폐장 반대 대책위원회 한석화(55) 위원장이 지난 8일 필자의 사무실을 방문했다. 지난 4월 말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창립 25주년 기념행사에서 “나중에 차 잔 하자”고 약속한 것을 실천한 셈이 됐다.

하얀 원피스에 긴 머리를 날리며 미소 지으며 들어서는 그녀는 마치 순진한 소녀 같았다. 그러나 그녀는 4형제를 둔 평범한 어머니다. 그녀는 집에 남자만 5명이 있다고 한다. 가정에 머리가 긴 사람이 한사람은 있어야 한다는 가족들의 권유로 머리를 기르기 시작했다.

“(오스카빌)아파트에 살면서 공동체의 일원으로 역할을 다하지 못함에 늘 미안한 마음이었어요. 남편이 엔지니어로 거제도에 주로 있다 보니 주민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어요. 반대 시위에 나갈 수도 없었어요. 그런데도 이장님은 자주 상황을 전화로 알려주셨어요. 그러던 어느 날 어린이집이 방학이라 아기엄마들이 나올 수 없다며 며칠만이라도 1인 시위에 동참 해 달라는 거예요. 그마저도 거절 할 수가 없었어요”

그녀는 1인 시위에 참여한 첫 날 뙤약볕 아래 모자를 쓰고 1인 시위를 하는데 정말 어려웠다고 기억했다. 그러면서 다른 주민들은 매일 하는데 라고 생각하니 갑자기 죄 지은 느낌이 들어 일주일 정도는 해야겠다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래야 그동안 참여하지 못한데 대해 다소라도 보답이 되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갈수록 오기가 생기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우리 자녀들이 좋은 환경에서 성장하도록 하는 것이 엄마들의 마음이며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생각도 들었지요”

그녀는 1980세대 아파트(늘 푸른 오스카빌)단지 옆 산업단지에 산업폐기물 처리장이 들어서는 걸 도무지 이해 할 수 없었다고 했다. 또 1997년 산업단지 지정승인 된 것이 20여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폐기물 처리시설을 한다고 하는지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렇게 그녀는 어느 새 산폐장을 반대하는 주민들을 지도하는 위치가 되었다.

“백지화 연대, 서산지킴이단,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성연이안APT비상대책위, 지곡 지킴이단, 양대동 소각장 반대 투쟁위 등 많은 단체와 많은 분들이 함께 해 주셔서 큰 힘이 되고 있어요. 우리 시민들이 자각의식, 연대의식이 높아지고 있어요. 제가 의사표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생각하다가 춘향전에 나오는 춘향이를 연상 했어요”

그녀가 고공 목칼 시위를 한 계기다. 하루 2시간씩 2개월간 무거운 통나무에 뚫린 구멍에 목을 대고 있자니 나무칼이 너무 무거워서 고통스럽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마치 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 춘향전에서 새로 부임한 사또가 춘향의 미모에 빠져 수청을 들라고 강요하지만 춘향이가 거절하자 곤장을 치고 옥에 가두면서 춘향에게 씌웠던 형틀을 기억하게 했다.

천막농성 218일, 단식투쟁 10박11일, 주민들로부터의 고소고발, 적합통보 취소를 요구하며 서산시청 앞에서 세종시 환경부까지 130Km의 도보행진, 3박4일 환경부 노숙 투쟁 등 그녀가 산폐장 반대를 외치며 지나온 흔적이다. 그런데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녀는 산폐장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끈을 놓지 않겠다는 각오다.

“지역 주민 특히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터전을 지키고, 우리 주민들이 결코 우습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 주기 위해 누군가가 앞장서야 하지 않겠어요. 그걸 제가 맡은 겁니다”

한 위원장은 경기도 포천이 고향이다. 군산여고를 졸업하고 원광대 사범대 한문교육과를 다녔다.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오스카빌 아파트 입주자 총회에서 2017년 9월 산폐장 반대위원장으로 선출됐다./조규선(전 서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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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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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숙

저도 위원장님을 시청앞에서
처음 뵜을때가 생각나네요.
긴 생머리를 하나로 묶고
회색톤의 스포티한 복장으로
밝은 미소띤 모습으로 뭔지 모를 멋짐이 있었는데...
위원장님 단식때 지병이 있으신걸 알고 많이 놀랐습니다.

항상 응원합니다!! 위원장님!!
가족을 생각하셔서라도 밥 잘 드시고
우리 모두
건강하게 즐기면서 산폐장 반대에
최선을 다해 뛰고 마지막에 웃어요 위원장님!!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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